사람들은 한 해가 갈 때면 더욱 밝아진 거리에 흐르는 노래소리를 들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왠지 기쁜 일이 있을 것 같고 아이들은 선물을 받을 것 같아. 크리스마스만 지나면 탄생의 의미를 전하던 거룩한 노래는 귓전에 맴돌아도 플라스틱 나무 위에 먼지가 쌓이기 시작한다. 나무 위에 매달린 꼬마전구들도 눈을 뜨기보다 감고 있다.
언제나 겨울은 춥고 길지만, 우리가 피부로 느끼기 시작할 때, 새해가 온다. 날마다 아침이 옴은 축복이지만, 우리가 또 아침을 맞이하기도 지쳤을 때 새해가 온다. 다시 새날을 맞이하라고…
사람들은 한해의 끝무리에서 그리고 시작하는 마당에서 흔히들 말하곤 한다. 지난 한해는 다사다난했다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부지런히 걷다가 이맘 때 쯤이면 멈추어 서서 돌아보며 말한다. 참 사건도 많았고 큰일도 많았지만 무사히 또 한해를 보냈다고. 이제 지난 한해를 뒤로 두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해야 한다고, 그리고 새해는 반드시 지난해보다 나아야 한다고. 아무도 내일의 일을, 내년의 일을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 해보다 나으리라고, 나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뜻깊은 희망과 소망의 계절에 ‘시사 한겨레’가 창간을 한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개인에게 있어 이민생활이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민지에 있어 한국어로 신문을 발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리라. 그동안 수많은 신문들, 주간지들이 탄생했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소멸해갔음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7년 동안 끊이없이 시사지로 자리매김을 하고 성장해온 것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민사회에서 신문의 역할이란 때로는 정보제공이나 오락을 떠나 너무 많은 그리고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포사회의 방향제시,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독자가 읽고 싶은 글만 아니라 읽어야 하는 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7년 동안 꾸준히 한 걸음을 걸어온 시사 한겨레의 창간 7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인사를 주고 받는다. 여기서야 누구나, ”Happy New Year!”라고 같은 말을 주고 받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 말이 시대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오래 전 내가 한국에 있을 때는 누구나 말하곤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말은 지금도 계속 쓰이고 있다. 이 말이 좀 애매모호하기도 하지만 한국사람들이 바라는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사람들은 “부자 되세요.”라고 했던 기억도 난다. 당시는 아마 이것이 한국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었을까? 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었을까? 사실 나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약간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가치 기준이 경제적인 것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아….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던 한국사회에서 이제 이 말은 욕이 될지도 모른다.
“대박나세요.” 영화나 출판 업계에서 자주 하는 말인데, 뭐든지 싹쓸이 하여 혼자 다 차지하라는 말처럼 들려 나는 왠지 씁쓸하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나는 개인적으로 이 말이 제일 좋다.
어두운 밤이 지나고 날마다 새벽이 옴은 축복이듯 지난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옴은 축복이다. 새해가 온다고 무엇 크게 달라질 것 없지만, 새해, 새 아침에는 내일보다 새 날이 왔으면 좋겠다. 어제, 오늘의 꼬리를 물고 그림자로 따라오는, 벽에 걸린 달력의 숫자가 아닌, 세상 고통 물러가고 오는 새날이 아닌, 피해가던 세상 고통 껴안는 날. 내가 먼저 바뀌어 오는 새 날. 새날은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하는 것 아닐까요?
동포 여러분 새해에는 ,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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