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저스틴 트뤼도 (Justin Trudeau)가 자유당 당수로 뽑혔다. 젊은 나이에 사실상 제1야당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당의 당수가 된 것이다. 캐나다는 미국 및 한국하고는 달리 내각책임제이므로 그가 차기 캐나다의 수상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는 41세라는 젊은, 또는 보는 이에 따라 어린 나이에 캐나다라는 큰 나라의 미래를 떠맡는 책임있는 자리에 앉은 셈이다. 사실 나는 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캐나다 국민도 그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 그가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된 것은 당연히 그의 아버지 피엘 트뤼도(Pierre Elliot Trudeau) 때문이다. 그는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프랑스계의 수상이다. 어느 정치인보다 인기가 있었고, 자유분방한 행동으로 인해, 나중에는 지난친 행동으로 뉴스거리가 되었던 결국 이혼하게 된 부인 마가렛 때문에 항상 이야기 거리가 주변에 있던 정치인이다.
 
캐나다의 정치인이라면 나는 피엘 트뤼도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는 내가 처음으로 이름을 들은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이민 올 당시의 캐나다의 수상이었다. 그에게는 내가 보아온 어느 정치인보다 국민들을 믿고 따르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특히 내 기억에 남는 것은 그의 어느 정책보다, 늘 가슴에 꽂고 다니던 빨간 장미다. 보통 사람도 그러기 힘든데, 연예인도 아니고 한 나라의 수상이 그런다니… 그의 빨간 장미가 더 선명하게 나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은 그의 장례식 때의 모습 때문이기도 하다. 오타와에서 한 그의 장례식이 끝나고, 그의 운구가 실린 기차가 고향인 몬트리올로 돌아갈 때, 사람들이 빨간 장미를 들고 길 옆에 나와 서있는 모습이 오래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새겨져있다. 그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군대를 동원해 강압적으로 퀘벡 분리주의자를 제압한 사실로 그의 고향에는 그를 좋아하던 사람도 많았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진정으로 존경받는 정치인라면 그가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그리고 장례식 때도 진심으로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부자가 또는 부녀가 한 국가의 지도자로 활동을 하는 경우는 민주주의가 발달했다는 서방국가에서는 드문 일이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그랬고, 지난 선거에서의 박근혜 대통령이 뽑혔지만…, 아무리 본인의 능력에 따라 뽑혔다 해도, 아버지의 후광을 업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 저스틴 트뤼도가 수상이 될지, 수상이 되면 아버지 못지않은 훌룡한 정치인이 될지 그건 모르지만, 그래도 젊은 나이에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사뭇 궁금하다. 아버지는 캐나다 최장수 수상중의 한 명이었다. 무려 11년 간 수상직을 수행했다. 벌써 여당인 보수당에서 그를 깎아내기에 열중이다. 아니나 다를까, 무엇보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사실 그건 동전의 양면으로, 젊고 패기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까? 그도 아버지 못지않게 카리스마 또는 쇼맨쉽이 있는 것 같다. 지난 해 말에 자신보다 덩치가 큰 여당 국회의원과 자선모금을 위한 권투시합을 해서 매스컴을 탄 일이 있었다. 젊고 패기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것이 자신의 이미지를 쌓으려는 계산된 행동인지는 나는 모르겠다. 아무튼 신문을 본 사람은 대부분 젊고 패기있는 모습을 보았으리라. 사실 선진국이라 불리우는 안정된 사회일수록 대다수의 국민들은 정치인의 실생활에 바로 연결되지 않는, 다른 말로 피부에 바로 와 닿지않는 정책보다, 그들이 보여주는 이미지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사회와 정치가 안정되기를 원하지만, 또 생활이 힘들다고 느껴지거나 지루하다 느껴지면 그 어떤 변화를 요구한다. 지금이 캐나다 사람들이 변화를 요구하는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의 아버지가 수상이 되었을 때처럼, 캐나다는 새로운 수상, 새로운 지도자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다수의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는….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