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세 성적조작 합격… “수치스런 현실”
서울 영훈국제중, 검찰 수사 착수
‘귀족학교’로 소문난 서울의 영훈국제중학교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입시성적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 곧 ‘무소불위’의 재벌가 3세를 위해 학교측이 성적까지 조작했다는 데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정·관계를 뒤흔드는 막강 재벌권력에 교육계마저 휘둘리며 왜곡과 비리를 낳았다는 점에서 ‘삼성공화국’이라는 비아냥도 나오는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폐부가 부각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8일, 최근 감사에서 입시성적 조작 정황이 확인된 2013학년도 영훈국제중 입학생 중에 이재용 부회장 아들이 포함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부터 한달간 영훈국제중을 종합감사한 결과, 학교가 2013학년도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 입학전형을 진행하며 미리 합격을 내정한 학생 3명에게 주관적 채점 영역(추천서+자기개발계획서)에서 만점을 주고, 그래도 합격권인 16위 안에 들지 못하자 다른 지원자의 주관적 채점 영역 점수를 깎아내려 이 학생들을 합격시킨 정황을 확인했다. 이 3명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포함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 15명이 공동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이재용 부회장 아들은 교과성적이 45.848점(50점 만점)으로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155명 중 72위에 머물러 합격권인 16위 안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추천서(30점)와 자기개발계획서(15점), 출석 및 봉사(5점) 영역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 15위로 최종 합격했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은 “세계적인 기업을 운영하는 재벌가의 자녀가 성적을 조작받고 국제중에 합격한 의혹을 받는 데 분노를 넘어 창피함을 느낀다. 이 부회장이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하고, 교육청은 이 부회장 아들의 입학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영훈국제중을 이날 압수수색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감사 결과 영훈국제중에서 성적 조작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을 확인하고 지난 20일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 등 학교 관계자 11명을 고발한 지 9일 만에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것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2000만원의 뒷돈을 내고 자녀를 영훈국제중에 합격시켰다’고 폭로한 학부모를 최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압수품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학교 관계자 등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 김지훈 기자 >
< 김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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