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청소년의 69%가 6.25 전쟁에 대해 북침이라고 응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들어 교육현장에서의 역사왜곡 문제를 제기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학생들의 약 70%가 6.25를 북침이라고 하는 것은 교육이 잘못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아이들의 기본 가치와 애국심을 흔들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신 분들의 희생을 왜곡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발언은 관련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나온 신중하지 못한 것이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여론조사는 최근 <서울신문>이 입시업체와 함께 진행한 조사였는데, 문제의 문항은 ‘한국전쟁은 남침인가, 북침인가?’로만 돼 있었다고 한다. 교육전문가들은 주어가 빠진 채 제시된 이 문항에서 북침이란 말이 북쪽이 침략을 했다는 것인지, 북쪽을 침략했다는 것인지 청소년들이 헷갈렸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이 조사는 입시업체가 청소년 회원들을 대상으로 메일을 보내 임의로 한 것이어서 여론조사 업체가 정교하게 설계한 설문으로 보기 어렵다.
지난 2004년 국가보훈처가 청소년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호국·보훈의식 여론조사’에서는 남한이 북침을 했다고 답한 학생은 0.7%뿐이었다고 한다. 이 조사의 질문 내용은 ‘6.25 전쟁을 누가 일으켰느냐’는 것이었는데 학생들의 54.5%가 ‘북한’이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이 교육현장이 문제라고 했지만 우리 학교 어디에서도 6.25가 남한에 의한 북침이라고 가르치지 않고 있다. 중·고교 역사교과서들에는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북한은 6.25 전쟁을 일으켰다’는 등의 정확한 표현이 기재돼 있다.
 
박 대통령은 문제가 된 설문조사를 근거로 그간 보수진영에서 제기해온 역사왜곡의 문제를 부각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근거가 되는 기초사실조차 불확실하다면 곤란하다. 대통령이 아무리 자기 입맛에 맞는 소재라고 해도 확인조차 되지 않은 내용을 들어 발언하기 시작하면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대통령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천금처럼 무겁고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이 역사 문제를 두고 앞장서서 이래라저래라하는 것도 문제다. 박 대통령은 의원 시절 뉴라이트 교과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등 보수적 역사관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해도 대통령이 특정 역사관에 경도돼 역사 문제까지 좌지우지하려 해서는 안 된다. 역사와 교육은 학자와 교사들에게 맡기는 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