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이 1950년대에 쓴 소설 「1984년」의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나라 ‘오세아니아’가 도래한 것인가.
요즘 미국은 ‘빅 브라더’ 논란으로 뜨겁다. 전직 CIA직원이 폭로한 일급기밀 프로젝트 ‘프리즘(PRISM)’이라는 거대한 정보수집 흑막 때문이다. 프리즘은 CIA의 지원을 받은 실리콘 밸리 IT벤처기업이 만든 특수 정보 분석 프로그램으로, 국가안보국(NSA)과 연방수사국(FBI)이 이를 이용해 구글·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애플·야후·유튜브·스카이프·팔톡·에이오엘 등 9개 정보기술 회사의 서버에 직접 접속, 개개인의 파일 전송기록과 오디오, 이메일, 채팅 정보 등을 샅샅이 검색하고 분석하며 사실상 개인의 사생활을 실시간 감시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감시가 대테러 첩보수집을 명분으로 캐나다를 포함해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유럽 각국도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미국에 재발방지를 요구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얼마전 AP통신의 통화기록을 몰래 훑어 본 사실이 폭로돼 고역을 치른 언론자유 침해 논란에 이어 사생활 통제 확증으로 더욱 궁지에 몰렸다. 일이 확산되면서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 DNI가 이 사실을 시인하고 ‘폭로자’를 색출하겠다며 오히려 분노를 표하고 나왔다.
그런데 이 엄청난 일을 저지른 폭로자는 전직 CIA요원이던 단 29살의 젊은이 에드워드 스노든으로 밝혀졌다, 그는 연봉 20만 달러의 안정된 생활을 마다하고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 미국 정보기관의 추악한 비밀감청 실태를 폭로했다고 밝혔다. “미국정부의 힘이 미치지 않을 것 같아” 홍콩으로 가서 ‘거사’를 벌였다는 그는 인터넷 환경이 자유롭기로 소문난 아이슬란드로 망명을 희망했다. 하지만 그의 망명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정부가 거대한 추격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도망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어도 “익명으로 숨을 의도가 전혀 없다. 내가 잘못한 게 없기 때문이다. 두렵지도 않다. 내가 선택한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의연한 표정을 보였다고 언론들이 전한다.
 
미국에서는 요즘 이라크 전장에서 근무하던 브래들리 매닝 일병(25)이 미국의 외교-군사 비밀문서 수십만 건을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넘겨준 ‘반역과 간첩’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군 안에서 발생하는 ‘피에 굶주린’ 일부 만행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뤄진 미군의 인명 경시 풍조를 세상에 공개하고 싶었다”고 기밀 폭로가 정의감에서 비롯됐음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이른바 ‘댓글 공작’ 등으로 선거에 개입한 국정원의 불법 정치활동 폭로가 있었다. 국정원은 당시 특별 감찰을 통해 외부에 사실을 알린 직원 색출에 나서 징계 처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에는 수서경찰서 수사책임자였던 권은희 과장이 경찰수뇌의 수사방해와 부당한 압력에 대해 폭로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제는 이들 내부 고발자들이 정의로운 양심가들로 대접받기는 커녕 배신자 취급을 받는 정치·사회풍토와, 정의-불의 나아가 선-악을 모호하게 만드는 인간사회의 극한적 대결구조다.
 
미국의 젊은 양심들인 에드워드 스노든과 브래들리 매닝은 자칫 종신형까지도 살아야 할지 모른다. 삼성의 검은 거래를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는 여전히 영웅이 아닌 배신자처럼 인식된다. 법률을 위반한 국정원은 정치활동을 반성하기는 커녕 궤변으로 역공에 열을 올린다. 
명백한 불법과 위법을 두고 볼 수 없어 때로는 목숨까지도 걸어야 하는 양심과 선행의 위기-. 정의롭고 용감한 고발이 국가와 회사,조직의 의리를 배반한 것으로 매도되고 지탄의 대상까지 되는 모순과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걸까.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가 무시되고 정의가 불의처럼 오도되는 이 세상은, 아무래도 갈수록 빅 브라더 수중에 장악되어 가고 있음에 틀림없다.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