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도로의 ‘제한속도’를 안다

● 토픽 2013. 9. 9. 16:55 Posted by SisaHan

생존을 위한 놀라운 적응능력

미 년8천만마리 로드킬
날개 긴 새들은 사라져
제한속도 맞춰 날아올라

도로는 새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단절시킬 뿐 아니라 자동차 충돌이라는 직접 위협을 가한다. 미국에서만 연간 8000만 마리의 새들이 도로에서 죽임을 당한다. 세계적으로는 해마다 수백만 마리가 희생될 것이다.
이런 대규모 위협에 잘 적응한 새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사라질 것이다. 도로는 새에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진화할 것을 요구한다.
사실, 새들은 놀라운 적응 능력을 가지고 있다. 도시에 사는 명금류는 소음에 맞서 노래의 주파수를 높이기도 하고, 러시아워를 피해 노래시간을 조정하기도 한다.
새들은 도로에서 어떻게 적응할까. 관건은 차가 어느 정도 다가왔을 때 날아갈까이다. 너무 늦으면 차에 치고 너무 이르면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한다. 이런 적응은 처음이 아니다. 탐조 애호가가 많은 도시의 새들은 이미 농촌에서보다 사람이 더 가까이 다가왔을 때 날아간다. 도시 사람이 농촌 사람보다 덜 위험하기 때문이다.
 
최근 캐나다 연구자들은 새들이 새로운 천적인 자동차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실험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프랑스에서 새들이 자동차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했다. 주로 까마귀, 집참새, 대륙검은지빠귀 등이 도로에서 먹이를 먹다가 자동차가 다가서면 날아갔는데, 흥미롭게도 도로의 제한속도에 따라 날아오르기까지의 접근 허용 거리가 달라졌다.
제한속도가 시속 50㎞인 도로에서 새들은 15m까지 접근했을 때 날아갔지만 제한속도 110㎞ 도로에선 75m 밖에서 날아올랐다. 어떤 도로냐가 중요하지 개별적인 자동차의 속도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새들은 도로의 위험을 자동차의 평균 속도, 곧 제한속도와 연관지어 평가한다는 것이다. 마치 도시에서 사람이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먹이를 먹는 것이 유리하듯이, 도로에선 제한속도에 맞추어 날아오르는 거리를 잡는 개체가 살아남는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바이올로지 레터스> 최근호에 실린 이 연구는 또 새끼를 기르는 어미 새가 많은 봄에는 자동차가 가깝게 접근했을 때에야 날아가는 경우가 많았고, 어린 새가 많은 가을엔 멀찍이 차가 와도 날아간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도로가 새들을 무자비하게 ‘선택’한 사례도 있다. 일본 나고야 대학의 미국인 연구진은 지난 30년 동안 미국 네브라스카에 서식하는 삼색제비의 사회행동과 군집생활을 연구해 왔다. 이 새들은 1980년대 도로가 건설되자 절벽 대신 다리, 고가도로, 배수로 등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당연히 자동차와 충돌해 죽는 개체가 많았다. 그런데 30년 동안 이 제비의 전체 개체수는 증가했는데도 로드킬을 당하는 제비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놀랍게도 그 사이 이 제비의 날개 길이는 상당히 짧아졌다. 날개가 긴 제비가 주로 자동차와 충돌해 죽었던 것이다. 날개가 짧아야 도로에서 재빨리 수직으로 날아오를 수 있다.
도로는 날개가 긴 제비를 솎아냈고, 날개가 점점 짧아진 제비들은 로드킬을 당하는 횟수가 훨씬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 연구는 지난 3월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