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칼럼 2013. 9. 23. 15:18 Posted by SisaHan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 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그 유명한 윤동주 시인의 ‘서시’입니다. 이제 유난히 메마르고 뜨거웠던 여름도 지나고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고, 날씨가 쌀쌀해져서인지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그 옛날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뜻을 알아서라기 보다 느낌으로 좋아했던 시입니다. 가슴에 먼저 와 닿았다는 이야기지요. 시인은 젊은 나이에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의 생체 실험에 마루타가 되어 감옥에서 일찍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글을 읽었을 땐, 정말 슬펐습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처럼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시인의 죽음이라기에는…,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다닐 때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하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왠지 안타깝고 그리고 간절히 갈구하는, 기도 같은 마음입니다. 모든 죽어 가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런 마음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실천하지는 못할지라도 노력은 해야 한다는 것이 어린 나의 생각이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모든 것들, 식물과, 동물, 사람들, 그리고 광물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더불어 살아가는, 아니면 속해서 함께 살아가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실천하기 힘들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내 깨달았지요.

살면서 모든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같이 살아온 가족, 친구 그리고 만나는 이웃도 사랑하기는 커녕 미워하지 않기 조차 힘든 일이지요. 조금만 누가 자신에게 손해를 입히면 또는 섭섭하게 대하면 이내 미워하는 감정이 싹트기 마련입니다. 다른 의견을,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원수처럼 대하기도 합니다. 생각 또는 사상이 다른 것 하나로 형제가 원수가 되는 것은 흔한 일이지요. 내 개인 뿐만 아니라,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아도…..,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리고 모국의 정치가 하도 어지럽고 시끄러워 그런지, 시의 앞부분이 종종 생각납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 없기를’ 과연 한국에서 요즘 시대에 그렇게 사는 정치인이 있는지? 아니 정치인으로 그렇게 살 수 있는지? 나 자신 개인적으로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없듯이, 한국의 정치인으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사는 것이 불가능한 일일까요? 한동안 한국민은 코미디를 보듯 전 대통령의 재산에 관한 사실들을 신문에서 흥미진진하게 보았습니다. 까벗겨질 때마다 두들겨 맞을 때마다, 무언가 대리만족을 느끼며 신이 나기도 했지만, 나는 이상하게 슬펐습니다. 전 대통령의 비극은 한 개인의 무지와 탐욕, 그리고 오만에 의한 것이지만, 한국민의 의식수준이, 그리고 한국적인 정치와 사회상황이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분명한 사실을 해결하는데 16년이나 걸렸다니,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액수…,

그렇다면 또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물론 액수의 큰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끄러운 축재를 한 정치인이 전두환 대통령 한 사람 뿐이었는가? 다른 사람들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가? 오늘의 정치인들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지…..,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는지…. 먼 밤하늘에 별을 보며 묻듯 물어봅니다.

< 소설가 -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