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을 섬긴 교회에서 3개월의 안식년 휴가를 받았다.
교회는 아름답게 성장하고, 또 성숙해가고 있었지만, 왠지 지쳐가는 마음에 가뭄에 단비같은 복된 시간이었다.
24일간의 이스라엘에서의 시간은 고되지만 감동과 감사의 연속이었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은 탓에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었지만, 밥을 해 먹으면서 지도를 펼쳐 다음 일정을 내 맘대로 정하면서, 남쪽의 브엘세바부터 북쪽의 단까지 이스라엘의 구석구석을 시간 제한없이 돌아다니는 기쁨이 있었다. 성경의 사건 속에 빠져들며, 성경의 인물들과 대화하는 듯한 환상에 빠져들기도 했던 은혜의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복된 시간이었지만, 현재 성경의 땅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그 땅이 여전히 복되고 거룩한 땅일까라는 점에는 많은 의문이 생겼다. 겉모습의 거룩함은 아직도 지켜지는 듯하지만, 한꺼풀 벗기고 바라본 그들의 모습은 온통 세속의 욕망 덩어리로 뭉쳐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지의 거룩함을 팔아 오늘의 욕심을 채우는 사람들... 너무 과격한 표현일까?
예루살렘 성전이 있어야 할 자리에 모슬렘의 황금돔이 떡하니 자리하고, 유대인들은 그곳에 발도 얼씬할 수 없는 모습이 그것을 웅변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이스라엘 방문 후 약 6주간의 한국 방문은 그 답답함이 안타까움과 속상함으로 바뀌는 시간이었다.
크고 화려한 교회 건물, 숨 쉴 틈 없이 운영되는 수많은 프로그램, 헌신된 수많은 리더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교회의 현실은 어둡게만 보였다. 가장 중요한 무엇인가가 빠진 듯한 허전함이 있었다.
허세는 여전한데 소리없이 무너지고 있는 듯하다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한국 방문 중에 한 권의 책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것은 한국교회의 현실을 진단한 미래학 책이었는데, 그 책은 앞으로 20년내로 한국교회의 성도수가 400만명까지 줄어들 수 있음을 수많은 자료들을 가지고 냉혹하게 예측하는 내용의 책이었다. 저자는 그 책의 앞부분에서 7년 흉년을 예측하고 외치는 요셉의 심정으로 책을 쓴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한국 교회를 불편하게 만드는 극단적 비관주의자일까?
‘그럴리 없다’고 단호하게 부인하고 싶지만, ‘그래서는 안된다’고 웅얼거릴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속상하다. 그 자신없는 외침의 이유는 우리의, 우리 교회들의 ‘거룩성’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성경의 땅의 사람들이 성지의 거룩함을 팔다가 자신들의 거룩함까지도 다 팔아 버린 것처럼, 우리들은 교회의 건물과 프로그램에 집착하다 정작 지켜야 할 거룩함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두려워진다. 복, 부흥, 은혜, 용서, 사랑... 이런 말들은 넘쳐나지만 ‘거룩’이라는 단어는 교회에서 이미 사어(死語)가 되어버린 것 아닌가?
세상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들과 같은 말, 그들과 같은 행동, 그들과 같은 가치관을 가지지 않았다고 교회를 비난할까? 오히려 세상을 구원하겠다고, 그들의 친구가 되겠다고 거룩함을 포기해 버린 사람들에게 정말 고마워하고 있을까? 오히려 세상과 같지 않은 말을 하고, 행동을 하고,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 세상은 절망하고 있는 것 아닐까?
우리가 간절하게 사모하는 모든 복의 출발점은 거룩함이다. 모든 교회들이 간절히 소망하는 부흥의 출발점 역시 거룩함에 있다. 믿음 공동체가 세상을 향해 나타내야 할 강력한 영향력도 거룩함에서부터 시작된다. 거룩함에서 시작되지 않은 것은 그것이 무엇일지라도 하나님과 관계가 없다.
“교회의 역할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룩하게 만드는 것이다.”는 챨스 콜슨의 말은 그래서 큰 울림이 된다.
세상을 품어야 할 하나님의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명령이 있다. “너희는 거룩하라 이는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 (레 19:2)
< 장성환 목사 - 런던 한인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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