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의 실내외 환경과 어린이 알레르기 연구

하수처리장·화학처리장 근처에 살 경우 더 잘 걸려
고양이·햄스터 기르거나 산모병력·영양섭취도 영향

산모가 출산 전에 공장이나 하수처리장, 화학물질처리장 부근에 살았을 경우 영아가 아토피 피부염과 식품알레르기에 더 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의 병력과 영양섭취 외에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 좁쌀베개, 수돗물 음용까지 영아의 아토피 피부염·식품알레르기 발병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가 2009년부터 10년간 프로젝트로 진행중인 ‘아토피·천식 원인규명을 위한 장기추적연구’의 4차년도 조사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울산대 산학협력단이 중심 연구하는 이 프로젝트는 알레르기 질환에서 가장 결정적인 시기로 알려져 있는 산모의 임신·영유아 시기에 대한 추적·관찰을 통해 원인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질병본부는 지금까지의 연구 가운데 환경적 요인의 발병 영향에 대한 주요결과를 공개했다. 
산모 1600여명과 영아 1200여명을 상대로 한 연구에서 3세가 될 때까지 아토피 피부염과 식품알레르기를 앓은 영아는 각각 45%, 8.8%였다. 이들 질환의 발병에는 산모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인자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특히 산모가 하수처리장 부근에 살 경우 생후 24개월 영아에게 식품알레르기가 발생할 위험(위험도 19.99)이 가장 높았다. 또 산모가 공장 주변에 살았을 때는 생후 12개월, 24개월 영아가 아토피 피부염에 노출될 위험(위험도 각각 3.1, 3.4)이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통계학적으로 다른 전제를 충족시킬 때, OR(Odd Ratio)값을 기준으로 위험도를 따지며 값이 클수록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모에게 알레르기 비염이나 알레르기 결막염 병력이 있다면 생후 12개월 영아가 식품알레르기에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비염의 위험도는 2.61, 결막염의 위험도는 3.07이었다. 24개월 영아에겐 산모의 알레르기 비염 병력이 미치는 위험도가 6.0이었다.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엔 12개월 영아 조사결과 배우자의 천식(위험도 3.02)과 알레르기 결막염(위험도 3.33) 병력이 발병 위험을 높였다. 24개월 영아에겐 산모의 위궤양(5.0) 병력, 배우자의 고혈압 병력(위험도 2.82)이 나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를 둘러싼 실내환경 역시 아이의 아토피·식품알레르기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
산모 가정의 가구에 얼룩곰팡이가 관찰될 경우(위험도 1.9), 산모가 고양이를 실내나 베란다에서 키울 경우(위험도 12.81), 기니아픽·햄스터같이 털이 있는 다른 동물을 키울 경우(위험도 6.9) 24개월 된 영아의 아토피 피부염 유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 밖에도 리모델링으로 도배했거나(위험도 1.7), 벽마감재를 벽지로 사용한 경우(위험도 1.68), 생수를 마시는 경우(1.75)에도 아토피 피부염 위험성이 증가했지만 벽마감재가 벽돌인 경우는 유병 위험이 낮아졌다”면서 “추가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영아의 식품알레르기 유병 위험도를 높인 것은 12개월 영아의 경우 좁쌀베개 사용(위험도 8.07), 수돗물 음용(위험도 2.6) 등이었다. 24개월 영아에게선 세라믹·점토타일 침실바닥재(위험도 4.68)와 좁쌀베개(위험도 12.99)가 위험인자로 꼽혔다.
산모의 영양섭취 역시 영아의 아토피 피부염·알레르기 질환에 영향을 미쳤다. 산모가 섭취하는 영양소 중 아토피 피부염과 가장 관계가 깊은 것은 엽산이었다. 1세 영아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산모가 엽산뿐 아니라 아연, 비타민E, 에너지, 베타카로틴, 철분을 충분히 섭취했을수록, 식빵과 시리얼을 적게 먹었을수록 아토피 피부염 위험도가 낮아졌다. 2세 영아에선 산모가 엽산과 견과류를 잘 섭취했을수록 아토피 위험도가 낮아졌고 어패류,과자, 단빵류, 초콜릿, 사탕 등을 많이 먹을수록 위험도가 높아졌다.
연구 책임자인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소아과 교수는 “실내외 환경인자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고, 특히 이 같은 인자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과 영·유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조사대상을 확대해 재분석하면 알레르기 예방을 위한 대책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