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원대대표(앞줄 가운데)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단이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김무성·권영세 면죄부 수사 규탄대회’를 열고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소환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특검 카드’ 왜 꺼냈나

김무성·권영세 조사과정 보고
국정원 재판 어그러진다 판단

“터닝포인트 필요” 원샷특검 제안
범야권·시민사회와 ‘연대’ 필요도
새누리 반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

민주당이 8일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특별검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출석이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 등 의사일정도 일단 거부했고, 정홍원 국무총리의 예방도 취소했다. 지난 9월 중순 김한길 대표가 서울광장 ‘노숙농성’을 접고, 이른바 ‘원내 투쟁’에 집중한 뒤 보인 가장 강경한 태도다.
민주당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특검 주장을 썩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지난 4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특검 도입을 주장했을 때에도 민주당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재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김관영 수석대변인) 한다는, 뜨뜻미지근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던 민주당이 돌연 특검을 들고나온 것이다.
 
민주당의 설명은 “더는 검찰에 기대할 게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핵심 당직자는 “특검 요구 방침은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윤석열 전 국정원 특별수사팀장이 교체된 뒤에도 남아서 공소를 유지할 수사팀이 있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참고인인 문재인 의원은 소환조사하고, 피의자인 김무성 의원(새누리당)과 권영세 주중대사는 서면조사로 끝내려는 걸 보면서 더는 검찰을 봐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기소된 국정원 댓글·트위트 사건 수사와 재판이 어그러지고 있다고 보는 민주당은 최근 새로 드러난 군 사이버사나 국가보훈처의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검찰에 맡길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대선 관련 사건에 관한 한 더는 검찰을 신뢰할 수 없다”며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지난여름 원외투쟁에서 역량과 전략의 한계를 절감한 민주당은 야권과 시민사회의 ‘연대 틀’ 확대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특검을 ‘고리’로 삼은 측면이 있다. 지난달 28일 민주당 초선 의원 20명과 정의당이 각각 특검을 제안했고,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지난 4일 특검 제안에 가세했다. 참여연대 등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는 특검법 제정 청원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여기에 김한길 대표가 제안한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시민사회·종교계 연석회의’가 오는 12일 출범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특검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정국을 정리하는 ‘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의혹이 꼬리를 물며 1년 가까이 계속돼오는 과정에서 여론의 ‘피로감’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수사하면 새로 의혹이 드러나는 상황이 축구 연장전처럼 반복되고 있다. ‘민생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니 특검으로 털고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번 특검을 ‘원샷 특검’이라고 이름 붙이고, “대선개입 문제와 관련해 수사 또는 기소되지 않은 모든 사건”을 수사하도록 하자고 제안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특검 절대불가론을 외치며 일찌감치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어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 결국 특검 도입 여부는 민주당 등 야권이 ‘연석회의’ 틀을 통해 여론의 힘을 얼마만큼 모아내는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 조혜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