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3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67) 당 행정부장이 최근 실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 비서의 후견인으로 사실상 김정은 체제의 2인자 역할을 해온 장 부장이 실제로 실각했을 경우, 북한 핵심 권력 구도의 변화뿐 아니라 향후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 11월 하순 노동당 행정부 내 장성택의 핵심 측근인 이용하(리룡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공개 처형됐으며, 장성택도 실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성택 소관 조직과 연계 인물들에 대해서도 (북한이) 후속 조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오후에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조원진·정청래 의원에게 이런 사실을 대면보고했다.
외교 소식통도 “장성택은 현재 북한 모처에 연금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정은이 장성택을 경계 대상으로 본 것 같다. 장성택이 경제에서 유화적이라, 장성택이 (권력을) 맡으면 민생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민심 등이 그에게는 부메랑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 김경희 당 비서의 남편으로, 김일성 주석의 사위이기도 한 장 부장은 김 위원장 생존 당시부터 권력 핵심부에서 부침을 거듭하다, 김 위원장의 뇌졸중 발병 이후부터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해왔다. 특히 2011년 12월 김 비서의 권력 세습 이후에는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 함께 북한 권력의 양대 축을 이뤘다. 장 부장은 군부에 대한 당 우위의 정치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장경제 요소 도입을 비롯한 각종 경제개혁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에서 정치국 위원, 행정부장, 중앙군사위 위원, 중앙위 위원을, 정부에서는 국방위 부위원장,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군에선 대장의 직책을 맡아왔다. 하지만 장 부장은 올해 국가안전보위부가 자신의 심복을 비리 혐의로 내사하는 등 견제 분위기가 나타나자, 공개 활동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고 알려졌다.
 
국정원은 “북한은 내부적으로 장성택 측근들을 비리 등 반당 혐의로 공개 처형한 사실을 전파하고 김정은에 대한 절대 충성을 강조하는 사상교육을 실시하는 등 내부 동요 차단에 부심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현재 장성택은 모든 직책에서 해임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며, 당 행정부는 기능이 무력화되거나 해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북한 <로동신문>이 지난 1일 ‘김정은 유일영도 체계를 철저히 세우며 세상 끝까지 김정은과 운명을 함께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다. 국정원은 장 부장을 실각시키는 데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김경희 당 비서의 거취에 대해선 “특별히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는 “장성택의 측근들이 반당 혐의로 처형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보위부와 당 조직지도부 등이 주도했으며, 사안의 성격상 김정은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김수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