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를 슬프게 하는 자들

● 칼럼 2014. 4. 27. 12:29 Posted by SisaHan
어떤 공동체의 수준을 알려면, 그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 구성원들의 언행을 보면 된다. 구성원들이 저열하게 행동하면 그 공동체는 저열한 공동체일 것이고, 구성원들이 연대와 절제, 품위를 유지한다면 그 공동체는 필경 훌륭한 공동체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 여객선 대참사라는 전대미문의 충격에 휩싸여 있는 우리 사회는 지금 그 수준을 시험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불행한 것은 우리 사회가 정신적으로 큰 병에 든 것이 아닌가 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및 가족과 아픔을 나누기는커녕 그들을 모멸하고 이용하는 ‘참 나쁜 사람들’의 존재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비롯한 몇몇 인터넷 동호인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이다. 일베와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갤러리’에는 사망자 가족을 ‘유족충’이라고 비하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고 한다. 일베에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과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전라도인, 전라도 회사”라며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허위 글까지 출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선장은 부산 출신이고, 청해진해운의 본사는 인천에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저열함을 욕하기에 앞서 그런 자들을 낳은 우리 사회의 수준이 부끄러울 뿐이다.
 
그뿐만 아니다. 일부 모리배는 ‘여객선(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현황 동영상’이라는 글과 함께 인터넷 주소를 올려놓고, 여기에 접속하는 사람의 개인정보를 빼가고 있다고 한다. 구호를 빙자한 사기모금의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그 뿐이 아니다. ‘제2의 5.18을 경계 하라’느니, ‘미개한 국민’ 운운에, 정부 무능을 지적하는 시민들을 ‘북괴에 놀아나는 좌파’라며 종북 낙인찍기 상투숫법이 또 등장해 분노를 자아낸다. 
정치권은 어떤가. 새누리당의 한 시장 후보는 당 차원의 금주령이 내려진 가운데 청년당원들과 ‘폭탄주 술자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군 출신의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참에 좌파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비난이 쏟아지자 내렸다.
모두들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제발 제 얼굴에 침 뱉는 짓은 그만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