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가정의 달이 된다. 작년 부모님 주일에 설교하면서 이런 이야기로 시작을 했었다. 부모님이란 어떤 분인가? 하는 말씀을 내 나름대로 설명해보았다. 학자들이나 수필가들 모두가 자신이 느낀, 그리고 자신이 내세우는 가치관에 의해 말씀하겠지만 나는 세 가지를 이야기했었다.
1.부모님은 기억력이 안 좋으신 분
부모란 원래 자녀들보다 나이가 많으시기 마련이다. 그래서 늙어서 기억이 없다는 말씀이 아니라 그들은 우리의 모든 잘못된 기억들을 잊었거나 일부러 잊고 계신 분들이란 것이다.
나는 한 장로님의 고해성사와 같은 고백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적 있다. 그는 목사님의 아들로 자라면서 가난한 목회자의 가정이요 성도들의 시선을 받는 자리에 있었기에 뭣에라도 반발하고 싶어 집을 뛰쳐나가 공사장에도 그리고 유치장에도 들락거린 적이 있었다. 그럴 때 부모님의 심정은 어떠했겠나?
괜히 미안하고 죄책감을 느끼셨지 않았겠나? 세월이 지나고 그는 장로가 되었고 과거를 돌이켜 보니 죄송하기 그지없었다. 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산책을 하다 물었다. 아버님 제가 속을 많이 썩혔지요? 그때 아버님의 말씀이 네가 그랬냐? 하시는데 눈이 시큰했다. 그런 분이 아버지요 부모님이다. 도대체 그 분들은 자식의 잘못에 대해 기억이 없다.
2.투자를 잘 못하시는 분이다.
사람은 평생 돈을 관리한다. 그리고 먹을 것을 사든지 뭔가 사고 팔 때 또는 주식을 사거나 어딘가에 투자할 때는 돈을 남기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부모가 자식을 먹이고 공부 시키시며 특별한 예능교육까지 시키실 때는 엄청난 돈이 든다. 그런데 부모님들은 그런 투자에 대해 자녀들에게서 다시 돈을 회수하거나 이득을 보고자 쓰시는 분들은 없다는 말씀이다. 그냥 자식이 좋다면 좋은 옷에 신발에 장난감이며 먹는 것이나 심지어 여행비 등도 아낌 없이 투자한다.
그러나 한 푼도 다시 되돌려지는 일이 없으니 어디 그게 적당한 투자가 되겠는가? 그래도 부모는 그것으로 만족하고 즐거워하지 않는가? 도대체 돈을 관리도 잘 못하셔.
3.거짓말을 잘 하시는 분
어쩌면 기억력과 맞물리는 이야기가 될지 모른다. 부모는 자식의 과거를 잊어버리시기에 그런 일이 없다고 거짓말도 하시고 또는 배 고프던 시절 자식의 입에 음식 들어가는 모습만 보시고 싶어 당신도 배가 고프시면서도 난 많이 먹었다, 난 아까 실컷 먹었다 하시고 거짓말을 쉽게 하신다. 결코 아프다하시거나 배고프다 힘들다 하시는 말씀을 배우자에게는 하실지 몰라도 자식들에게는 내색을 않고 슬금슬금 거짓말을 하신다.
그런 면에서 우리 어머니도 큰 거짓말장이시다. 때로는 동료되시는 권사님들과 대화를 나누시다 제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 아들 아무개는 내 평생에 한 번도 내 가슴을 아프게 한 적이 없다고 하시는 대단한 거짓말을 하신다.
때로는 내가 듣는 옆에서 말씀을 하실 때는 내가 면구스럽다. 사후에 내가 권사가 그런 거짓말을 하시면 안 되지요 하고 책망하면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다고 하신다. 그래서 기억력이 없다니깐요.
그런데 나는 내 자녀들에게 어떨까? 나는 기억력도 좋다. 그리고 나는 투자의 귀재가 되려하지 않나? 그리고 난 거짓말을 않으려 한다. 내가 진짜 부모가 맞을까?
< 김경진 - 토론토 빌라델비아 장로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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