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 소나 내는 성명서!”
서울대 치과대학 교수가 다른 교수들로부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철저한 개혁을 요구하는 성명서에 동참할 것을 독려받자 “교통사고에 불과한 일을 가지고 서울대 교수명의의 성명서를 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개나 소나 내는 성명서! 자제해 주기 바랍니다”라며 언급했다는 충격적인 대목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동료교수 한 사람은 “내가 인간인 게 부끄럽다”고 탄식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연일 서울의 주요대학을 비롯해 전국의 수많은 대학 교수들, 심지어 해외의 한인교수들 1천5백여명도 시국성명을 내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고 진상규명과 무능·무책임한 정부의 책임 추궁, 사후 대책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선교사들도 1만5천여명이 성명을 발표하고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교육계 뿐 아니라 문학인 8백명은 “생명과 존엄을 외치는 국민들의 분노를 진압하고 통제하는 권력을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 성명을 냈다. 그 치대교수에게는 이들 모두가 희극적인 ‘개나 소들의 짖어 댐’에 다름 아닌 것이다.
서울대 치과대학은 수능 최고점수 학생들이 지망하는 곳이다. 그러니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수재들이 들어가 공부하는 대학이다. 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동료 대학교수들을 ‘개나 소’로 지칭했으니, 휘하의 가르치는 학생들은 개나 소의 새끼들일 터이요, 아예 그만도 못한 야생 짐승들은 아닐까. 그의 시각과 정신상태가 정말 경이롭다.
서울대 치과대학은 수능 최고점수 학생들이 지망하는 곳이다. 그러니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수재들이 들어가 공부하는 대학이다. 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동료 대학교수들을 ‘개나 소’로 지칭했으니, 휘하의 가르치는 학생들은 개나 소의 새끼들일 터이요, 아예 그만도 못한 야생 짐승들은 아닐까. 그의 시각과 정신상태가 정말 경이롭다.
서울대 치과대학 교수라면 그야말로 일류학부의 최고급 학자로 인정받고 선망받는 명예로운 자리다. 비단 명예 뿐만 아니라 재력으로도 월등한 생활이 뒤따른다. 전혀 남부럽지 않게 풍요롭고 윤택한 상류의 삶을 살고 있다고 봐야한다. 항상 고급차에 일등석, 화려한 생활인의 안락이 몸에 밴 그에게 진료실에 누워 입을 벌리는 환자들은 자신에게 꼬리치는 강아지나 맘대로 부리는 송아지 쯤으로 보였는지 모른다. 지하철과 시내버스로 콩나물 출퇴근하는 시민들, 제주도를 가면서 배멀미를 참아가며 밤샘 여행하는 학생들도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사람이 아닌 짐승들이나 그렇게 산다고. 그렇게 저질인 사람들이 배가 뒤집혀 수백명 죽었다고 뭐가 그리 대수인가. 수시로 발생하는 교통사고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왜들 난리인가, 왜 정부가 책임을 져야하고 성명은 무슨 씨나락 까먹은 소리냔 말이다…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방송국 보도국장이 내뱉었다는 말과 생각이 어찌 그리 같은지, 서울시장에 출마한 재벌가 아들의 ‘미개인’ 발언도, 눈물로 지새는 이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망언시리즈 들도, 그 배경을 보면 오십보 백보다. 대한민국의 상류 지배계층 상당수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 일반 국민들이 짐승같은 존재로 여겨진다는 시각이 드러난 게 아닐까. 근래 입만 벙끗하면 ‘종북’이니 ‘좌파’니 ‘빨갱이’라고 매도하는 흐름과도 결코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런데 그런 류의 시각과 매도는 또 다른 데서 그 연원이 떠올라 소름이 돋는다.
일본이 메이지유신으로 개화하고 제국주의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정한론(征韓論)이 발호하던 때, 이타가키 다이스케(板坦退助)라는 자는 “아시아는 우민과 야만인들의 집합장”이라고 싸잡아 비하했고, 오이 겐타로(大井憲太郞)라는 자는 “조선은 아프리카 나라들과 다름없는 야만국이고 중국은 민족성이 가축이나 마찬가지”라며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근린국들은 소나 돼지와 같은 사람들의 나라라고 멸시했다. 또 을사늑약의 숨은 주역인 우치다 료헤이(內田良平)는 “한국인의 습성은 이리처럼 잔인 혹독한 본성을 아첨과 가식의 양가죽 속에 감추고 있다”고 업수히 묘사하며 일본이 경영해야만 한다고 외쳤다. (필자 1997년 졸저 「일본의 망령, 우익 그 뿌리와 번식」 P181~182)
바로 일본 우익의 원류들이며, 지금도 극우들의 시각이다. 그런데 그들의 시각이 한국의 상류 지배층 한 부류의 흐름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일제에서 해방된 뒤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친일세력에 그 연원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분단현실과 반공을 등에 업고 수십년 권력을 지탱해 온 일제잔재들, 그들의 뇌 속에는 선량한 시민과 동족까지 개나 소로 여기는 반인륜·반민족적 DNA가 질긴 생명을 이어가고 있음이 증명되는 것이다.
< 김종천 편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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