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자 해명 뜯어보니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5일 자신의 위안부 발언과 관련해 “본의와 다르게 상처를 받으신 분이 계시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그러나 사퇴의 뜻은 밝히지 않아 청문회에 임하겠다는 점을 사실상 분명히 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서울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 사무실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2005년 3월 <중앙일보>에 쓴 칼럼과 지난 4월 서울대 강의에서 “우리 힘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감쌀 수 있어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사과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진정한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라며 “금전적 배상에 치우친 당시 협상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2005년 그의 칼럼은 “일본에 대해 더 이상 우리 입으로 과거 문제를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거나 “반성은 일본인 자신의 문제요,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문맥이나 표현상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촉구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문 후보자는 또 “‘조선민족이 게으르다’는 말은 제 이야기가 아니라 1894년 영국 왕립지리학회 회원인 비숍 여사의 기행문 <조선과 그 이웃나라>에 나온다”며 “백성 수탈에만 열을 올렸던 당시 위정자들 때문에 나라를 잃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현관 실내 화단의자에 앉아 본인이 작성해 온 해명서를 읽은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금전적 배상 치우친 협상 지적한것”
칼럼에선 “반성은 일 자신의 문제”
일에 진정한 사과 촉구 부분 안보여
“조선민족 게으르단 말은 인용한것”
교회강연 상당부분 윤치호 글 통해 우리민족 자립성 부족하다 설명
그러나 실제 문 후보자의 교회 강연을 보면, 그가 조선 말 위정자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조선사람들은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 거야. 일을 하면 다 뺏기니까. 그러니까 게을러지는 거야”라는 대목 정도이고, 강연의 상당 부분은 윤치호의 글 등을 통해 우리 민족성이 게으르고 자립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 후보자는 또 ‘식민지배와 분단도 하나님의 뜻’이라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식민지배와 분단이란 시련을 통해 우리는 해방을 맞았으며 공산주의를 극복했다”며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가장 큰 명제는 조국통일로, 통일도 이뤄질 것이라 믿기에 분단 상황도 견딜 수밖에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연을 보면, ‘식민지배는 공산화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6·25는 미국을 (한국에) 붙들어주기 위해’, ‘통일은 남북협상도 필요없이, 하나님의 터치로 이뤄진다’는 점을 더 강조해, 이날 해명과는 온도차가 크다.
문 후보자는 이밖에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칼럼은 당시 김 전 대통령의 병세가 위중한 상황이어서 가족들과 그분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몹시 서운한 감정을 갖게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칼럼도 전직 대통령인 국가 원로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은 행동으로는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을 언론인으로서 지적한 것”이라며 “유족과 지인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갖게 해드렸다면 송구스럽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문 후보자는 이밖에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칼럼은 당시 김 전 대통령의 병세가 위중한 상황이어서 가족들과 그분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몹시 서운한 감정을 갖게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칼럼도 전직 대통령인 국가 원로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은 행동으로는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을 언론인으로서 지적한 것”이라며 “유족과 지인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갖게 해드렸다면 송구스럽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와 함께 문 후보자는 일제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보상’과 ‘배상’ 개념도 혼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2005년 3월 칼럼에서 그는 “(위안부 문제처럼) 이미 끝난 배상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것이 당당한 외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일본의 행위가 명백한 범죄행위인 만큼 상대의 적법한 행위로 생긴 피해에 대한 구제책으로서의 ‘보상’이 아니라, 위법행위에서 생긴 피해에 대한 ‘배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비해 일본은 정부 차원의 금전적 ‘보상’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모두 해소됐으며, 위법에 따른 책임을 인정해야 하는 ‘배상’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그가 2005년 칼럼에서 ‘배상이 끝났다’고 주장한 건 우리 정부 입장과 다르며, 이날의 해명도 맞지 않다.
<최현준,이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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