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개월이 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4.16 참사는 아직 진행형이다. 7월14일 현재 희생자는 293명, 실종자는 11명이다. 승객의 대부분을 차지한, 봄날 수학여행의 꿈에 부풀었던 남녀 고등학생들이 무참히 수장된 이 비극은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대한민국호의 실체에 대하여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주었다. 이 나라는 과연 보통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만한 공동체인가. 4.16 참사는 한마디로 우리 사회에 누적되어 온 총체적, 구조적 부실과 비리의 충격적인 산물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이 사건 이후 국가의 운영 책임자인 정부를 성토하는 전 국민적인 공분이 일어났다.
배에 탄 학생들 대부분이 생존하였다는 처음의 허위 발표에서부터 시작된 분노가 그 이후에도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무능력과 무대책에 대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확산 일로에 이르자, 5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특별담화를 발표하였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라고 사과하였다. 이어서 박 대통령은 이번에 드러난 구조적 비리와 부패의 척결을 위해 “필요하다면 특검을 해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정하게 처벌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도 제안합니다”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담화 후 두달이 가까워 오는 지금 정부는 담화에서 공언한 특별법 제정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대신 여야가 별도로 성안한 세월호 참사 관련 특별법안이 따로따로 국회에 발의되고 여야로만 구성된 티에프(TF)가 특별법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변협, 그리고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국민대책회의는 7월9일 공동으로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마련하여 국회에 입법 청원하였다. 이 ‘4.16 특별법’의 목적은 4.16 참사의 직간접적,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고 그 진상을 밝히며, 다시는 이와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난 방지 및 대응책을 수립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법안에 따라 설립되는 4.16 참사 특별위원회는 민간의 참여가 협소한 여야안과 달리 ‘여야 및 민간’의 참여가 동등한 비율로 구성되도록 하였다. 이 위원회는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위한 공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여야안과 달리 그 산하 1개 소위원회에 수사와 기소 권능을 갖는 특별검사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와 민간이 동등하게 참여하고, 공개 청문회와 함께 필요한 경우 기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검사 등을 둔 이 안은 그 주요 내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4.16 참사 특별담화의 핵심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여당은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으며, 야당의 경우도 이 안이 야당안과 비교하여 진일보한 면이 있는 만큼 이 안이 통과되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진행 중인 4.16 참사의 슬픔을 하루속히 극복하고 우리 모두의 염원이라 할 ‘안전한 사회의 기초’를 마련하느냐의 여부가 이번 특별법안 제정 여부에 달려 있다. 국민들은 여야가 당리당략에 치우쳐 이 중차대한 시대적 과제를 게을리하는 일이 없도록 감시의 눈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이석태 - 참여연대 공동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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