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대표들이 25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만났지만 특별법 협상의 돌파구는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제의한 ‘유족을 포함한 3자 협의체’ 구성을 거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3자 협의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강도 높은 대여 투쟁을 펼치기로 했다. 특별법의 논점이 법안 내용에서 논의 틀로 이동했지만 여야가 또다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3자 협의체 구성을 ‘입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유족이 특별법 논의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대의민주주의 포기’라고 했고,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헌정질서 위배’로 규정했다. 논리 비약이 심하다. 3자 협의체는 협상기구이지 의결기구가 아니다. 여야는 유족의 의견을 수렴할 뿐이며 법은 어디까지나 국회가 만든다. 박근혜 대통령도 “여야가 피해자 단체와 잘 협의해 좋은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비슷한 전례도 많다. 지난해 철도파업 때 여야와 철도노조 3자가 만나 해법을 이끌어낸 게 대표적이다.
현실적으로 야당이 특별법 협상을 주도하긴 어렵게 돼버렸다. 세월호 특별법의 꼬인 매듭은 여당이 풀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야당을 탓하고 유족을 원망하고 청와대를 감싸기에 바쁘다. 김무성 대표는 “세월호에 발목 잡혀 한국 경제가 풍전등화 위기에 놓였다”며 특별법을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몰았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야당의 사과만 거듭 요구한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야당은 입법부가 할 일을 전부 대통령에게 해달라고 한다. 장난감을 고를 수 있는 나이임에도 엄마에게 떼를 쓰며 골라달라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이라며 대통령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여당 내부엔 집권세력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청와대와 정부가 적극 고민하고 이해와 설득을 구해야 한다”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의원 연찬회에서도 여당이 책임 있게 나서 유족과 대화하라는 목소리가 표출된 바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가 뒤늦게나마 유족을 만나 대화한 것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 진전된 결론이 도출된 건 아니지만 자꾸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하다 보면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기존 법으로는 정의와 형평을 구현하기 어려운 특별한 상황에 적용하려고 만드는 게 특별법이다. 이에 비춰 특별법 논의에 임하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너무 소극적이며 옹졸하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집권세력으로서 책임을 되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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