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은 다르다. 하늘이 파랗다 못해 투명하다. 나를 빤히 지켜 보시는 하나님의 맑은 눈동자인가 보다. 구름은 파란 하늘에서 마음껏 유영한다. 산도 그려보고, 산들바람에 휘날리는 갈대를 그려 보이기도 한다. 저편 하늘에선 하이얀 솜사탕이 되어 두둥실 떠다니며 공짜(?)라며 맛 좀 보아 달란다.
푸르다 못해 검푸르게 변했던 나무들이 조금씩 연해 지더니, 나무가지 끝에서부터 불그래 물들어가고 있다. 가녀린 나무 몇은 서둘러 여행이라도 떠나려는가… 붉게 단장하고 맵씨 좀 보아 달라한다.
발코니에 심어 둔 고추가 빨갛게 익어 있다. 페이스북에 가을사진 몇장 올려 보았더니 날보고 ‘추남’이라고들 한다.
큰길 보다는 주택가 좁은 길을 택하여 운전을 하면 더 좋다. 정성껏 심어 둔 가을꽃들과 정원수의 단풍들이 아름답다. 올해는 단풍이 더 아름다울 것 같다. 여름내내 적당한 비가 내려 주어서, 지난 겨울 얼음폭풍을 맞았던 나무들을 열심히 살려 주었다. 그래서 일까, 더 푸르고 짙은 숲이 여름을 견디게 해 주었었다.
언젠가 이야기 하였지만, 여름에 나무가 잘 자라면 가을 단풍이 더욱 아름답다. 여명보다는 노을색상이 더 진하듯이, 새봄 여린 새순도 예쁘지만 가을의 농익은 자태는 우리의 마음을 설래게 한다.
우리 인생도 나이가 들어 황혼이 될 때 쯤이면, 각자의 색상이 나타난다. 젊은 시절, 건강한 삶을 살았다면 늙어서 더욱 그 빛을 발한다. 마음을 한 곳에 두고 열심을 다 했던 사람들은 인격이 되어 얼굴에 나타난다. 늙음이 더 행복함은, 시간의 여유와 넉넉한 마음이 모든 것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는 “너희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라고 권면 하고 있다. 예수님의 마음은 바로 ‘사랑’ 이다. 큰 사랑을 가슴에 품게 된다면, 세상이 행복해진다. 내가 행복하면 이웃도 행복해진다.
진한 가을빛을 발하는 사람이고 싶다. 초록과 어우러진 노란 색이, 초록과 어우러진 빨간 단풍이 밖으로 나오라고 유혹한다. 나는 지금 어떤 빛을 발하고 있을까?
우리 모두는 지나 온 삶 만큼의 빛을 발하고 있다. 가끔은 장례식장에서 느끼는 아름다움도 있다. 연세도 적당히 드시고, 자녀들 모두 훌륭하게 성장하였고, 평안한 모습의 고인을 뵈올 때 느끼는 감정이다. 늙음을 아쉬워해서는 않된다. 나이가 들수록 더 여유가 있고, 더 사랑을 배풀고, 부부가 함께 여행도 즐기면서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이웃에게 본이 되며 자녀들에게 본이 되는 모습에서 우리들은 고운 ‘가을빛’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는 전문 사진가는 아니지만, 사진을 자주 접하다 보니 약간의 요령(?)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아침을 여는 여명의 아름다움과 저녁노을을 가장 많이 찍게 되었다. 날마다 새롭고, 날마다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비춰주는 노을을 볼 때마다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게 된다.
오늘은 외출 하였다가 집에 들어오는 길에 가을빛을 사진기에 담아 보았다. 골목길로 접어들어 뒷 차를 먼저 지나가게 하면서 느긋한 가을빛에 취해 보았다. “주님! 저에게서도 저처럼 아름다운 색상이 나타나게 하여 주시옵소서 !!” 오늘을,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내가 되어 보자고 또 다짐해 본다.
창문 밖에 비추인 가을빛이 방안에 들어 오더니, 나의 마음 한켠에 눌러 앉아 버린 오후다.
< 정훈태 - 동산교회 장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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