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학의 사명과 작가회의 40돌

● 칼럼 2014. 11. 25. 19:04 Posted by SisaHan
한국작가회의가 18일로 창립 40돌을 맞았다. 파란과 곡절의 지난 세월을 거쳐 작가회의는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문학단체로 성장했다. 이런 뜻깊은 날을 맞아 축하의 박수를 보내기에 앞서 엄혹한 시대 현실을 둘러본다.
 
작가회의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자실)가 태어난 1974년 11월18일은 박정희 유신체제가 긴급조치로 온 나라를 질식시키던 때였다. 그날 고은·백낙청·염무웅·박태순·황석영 등 문인들이 광화문에서 기습시위 벌이듯 모여 ‘문학인 101인 선언’을 발표했다. “오늘 우리 현실은 민족사적으로 일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로 시작하는 이 선언은 긴급조치로 구속된 문인·지식인·종교인·학생의 즉각 석방, 언론·출판·집회·결사와 신앙·사상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그렇게 정치적 폭압을 뚫고 태어난 자실은 1987년 6월항쟁 직후 민족문학작가회의로 거듭났으며, 2007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 정신과 역사를 온전히 계승”하는 한국작가회의로 이어졌다.
이 40년 동안 작가회의 문인들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인간화를 위해 맨 앞에서 싸웠다. 문학은 저항의 언어였고, 희망의 언어였다. 특히 70년대와 80년대의 반독재 민주화 운동 시기에 문인들의 글은 시대를 고발하는 가장 큰 함성이었고 시대의 환부를 도려내는 날카로운 메스였다. 겨레의 화해와 남북의 통일을 위해 온갖 탄압을 무릅쓰고 앞장선 이들도 문인들이었다. 작가회의는 펜으로 시대의 어둠을 헤쳐온 우리 문학정신의 집성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우리 사회의 절차적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 작가회의가 문학이 본디 있어야 할 자리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사적이고 소소한 이야기에 한눈팔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회의 40돌에 젊은 작가들이 문학갱신을 다짐하고 나선 것은 반갑고 고무적이다. 김근·김경주·진은영 시인이 대표 집필한 ‘젊은 문학 선언’은 “지금 우리 문학은 작품 속에서 인간을 버렸다”며 인간 고통을 고발하는 데 게을렀던 문학에 대한 준열한 자기비판을 감행했다. “남쪽 바다에서 침몰한 것은 어쩌면 우리가 인간이었다는 증명인지 모른다”는 젊은 작가들의 언어는 절박하고, ‘문학의 유일한 존재이유는 기억하고 질문하는 데 있다’는 작가들 다짐은 절실하다. 이 다짐이 우리 문학의 새로운 길을 열 수 있기를, 작가회의가 현실과 맞붙어 인간성을 드높이는 문학 고유의 사명을 다하는 데 튼튼한 진지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