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린 머리 끈 묶어달라”
“왜 우리애만 홀대하나”
CCTV 본 부모 항의 빗발
훈육과 학대 사이 기준 모호
가이드라인 만들어 교육해야
“얼마 전부터 시시티브이를 설치해 부모들한테 실시간으로 영상을 제공하는데 일부 학부모들이 ‘우리 애 머리끈이 흘러내렸으니 다시 묶어달라’거나 ‘왜 우리 애한테는 소홀하고 다른 애들만 봐주느냐’는 식으로 학대와 무관한 항의 전화를 한다. 이 때문에 선생님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인천의 한 민간어린이집 교사)
“인천 아동학대 사건도 시시티브이가 있는 곳에서 발생했다. 시시티브이를 설치해도 어딘가에는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후 대처가 아닌 사전에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면 좋겠다.”(19일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 서아무개씨)
정부가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어린이집 아동 폭력 근절대책’을 내놨지만 학부모와 교사 모두 불만과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 대책이 적발과 처벌에만 방점을 둔 반쪽짜리인데다 시시티브이 확대가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서다.
정부가 꺼내든 가장 강력한 카드는 어린이집 시시티브이 설치 의무화와 시시티브이 전수조사다. 그러나 이미 실시간으로 시시티브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어린이집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교사들은 공개적인 반대는 못 하지만 마뜩잖은 반응이다. 학부모가 수업에 간섭할 여지가 늘어나는 탓이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한테 애정과 정성을 쏟는지는 시시티브이로는 알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 같은 상황도 교사와 학부모가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짚었다. 시시티브이는 보조적 수단에 그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유다.
실제 홍창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홍보협력팀장은 “시시티브이 영상만으로는 손을 댔는지, 때렸는지, 밀쳤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며 “행위의 지속성, 고의성, 아이들에 대한 정서적 영향, 다른 아이들의 진술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학대 여부를 판정한다”고 밝혔다.
학대의 기준을 두고도 혼란이 일고 있다. 인천 사건처럼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경우 교사와 부모 간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어서다. 보육교사는 위험 상황에서 아이를 제지하거나 잡아당기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다치기도 한다. 훈육 차원에서 무릎을 꿇게 하기도 하고, ‘생각의자’에 앉히기도 한다. 이처럼 학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도 정부가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하자 교사들은 행여 자신이 처벌받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심선혜 보육교사협의회 의장은 “과거에는 훈육이라고 생각하던 걸 요즘 부모들은 정서적 학대로 여겨 보육교사가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현장 교사와 부모를 상대로 교육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 부평구는 아이들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난 한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ㄱ(25·여)씨의 자격정지 처분을 위해 다음달 청문회를 열기로 하고 ㄱ씨한테 출석을 통보했다고 19일 밝혔다. 부평구는 해당 어린이집에도 영업정지나 시설 폐쇄 등의 조처를 취하기로 하고 경찰 수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 양선아 박수지 / 김영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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