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1월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오고 있다.


“혁명조직 RO 실체, 검찰 제출 증거로는 인정 안돼”
내란 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 원심 확정
이석기, 선고 직후 “사법 정의는 죽었다”… 가족들 오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2일 ‘내란 음모’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석기(53)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상고심에서, 내란 음모는 무죄로 판단하고 내란 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핵심 쟁점인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해 “내란 음모를 유죄로 인정하려면, 범죄 결심을 표시하거나 전달한 정도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인식되는 실질적 위험성 인정돼야 한다. 위험성 여부도 합의 내용, 구체적 시기, 당사자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대법원은 “회합 참가자가 생각나는 대로 폭력 행위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향후 내란 준비 행위를 구체적으로 했다고 볼 수 없다. 이석기 전 의원의 발언에 호응해 논의했지만 1회 토론을 넘어 내란 실행에 나가나는 합의를 단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과 김홍렬씨의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해서는 “이들의 발언은 한반도에 전쟁 발발 시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 폭력 행위를 준비하라는 것으로, 회합 참석자들의 행동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고, 가까운 장래에 내란 결의를 유발할 위험이 있는 내란 선동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르오’(RO·혁명조직) 실체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존재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2013년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리스타회관에서 아르오 조직원 130여명과 모임을 갖고 전쟁 발발 시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 폭동을 모의한 혐의(내란 음모·선동)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2월 1심인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정운)는 아르오의 실체를 인정하고 이 전 의원에게 적용된 내란 음모·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2년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홍열(47)·이상호(51)·김근래(47)·조양원(51)·홍순석(50)·한동근(47)씨에게도 징역 4~7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8월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이민걸)는 “아르오의 존재가 엄격히 증명되지 않았다. 내란 범죄를 실행하기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내란 음모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내란 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이석기 전 의원은 “사법 정의는 죽었다”고 외쳤다. 피고인 7명의 가족들은 “억울합니다 법관님”이라며 오열했다.  

이날 선고는 대법원이 사실상 내란음모죄의 법리를 구체적으로 내놓은 첫 판결이다. 과거 1974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과 1980년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등에 내란음모죄가 적용됐으나, 재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돼 유의미한 판례로 남지 않았다.
<이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