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변덕, 10년 전부터 일상화·심화 … ‘New Normal’
“원인은 지구온난화 결과로 추정, 일상 기후의 새 기준 필요”
지구가 이상하다.
폭우와 폭설, 토네이도, 대형 산불, 가뭄, 한파 등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변덕을 부리면서, 각국의 최고·최저 기온이 밥 먹듯 갈아치워지고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날씨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빈도와 강도가 갈수록 세진다면 더는 ‘기상이변’으로 볼 수 없다. 그것은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정상)의 시작일 뿐이다. 기후 정보 웹사이트인 ‘웨더 언더그라운드’를 보면, 지난해 17개국에서 최저 또는 최고 기온 기록이 깨졌다. ‘유례없는’ ‘기록적인’ ‘충격적인’이란 수식어를 갖다 붙이기가 무색할 지경이 됐다. ‘새로운 정상’의 도래를 맞아 새로운 재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연의 공습’을 보면, ‘새로운 정상’이라는 지적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이웃나라 중국의 남부 지역에선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지고 있다. 장쑤성·저장성 등 13개 성·시·자치구에서 한 달 가까이 퍼부어대는 비로 곳곳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잇따랐다. 100년 만에 닥친 극심한 가뭄으로 인공강우를 뿌리는 홍역을 치른 게 불과 올해 초였던 점을 고려하면, 극과 극을 오가는 셈이다.
올해 2월, 미국 50개주 중 하와이를 제외한 49개주에선 눈이 내렸다. 미 대륙이 이처럼 같은 날 눈으로 뒤덮인 것은 처음이었다. 미주리주에선 지난 4월 한달 동안에만 600여차례의 토네이도가 불어, 조플린시에서만 138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기록적인 폭우로 미주리강이 범람하며 최근까지도 물난리가 계속되고 있다. 애리조나주에서 한달 전쯤 일어난 대형 산불이 폭염과 건조한 날씨, 강한 바람을 만나 7월 중순께까지도 모두 진화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곡창지대인 이스트앵글리아는 최근 가뭄 지역으로 선포됐다. 지난 3월부터 계속된 건조한 날씨 탓에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중부와 남서부 지역도 가뭄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영국에선 300년 만의 추운 겨울에 뒤이어 100년 만의 따뜻한 봄이 찾아오기도 했다.
프랑스와 스위스, 독일 등 서유럽 16개국엔 올해 기록적인 폭염이 예고되고 있다. 리스본대 동 루이스 연구소가 2003년과 지난해 고온현상을 비교한 결과,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향후 40년 동안 유럽의 여름에 ‘초특급 폭염’이 찾아올 가능성이 5~10배 더 높아졌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내린 폭우로 독일과 프랑스를 합친 면적에 해당하는 지역이 침수되기도 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런 비정상적인 기후가 이미 10년 전부터 일상화된 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더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비정부기구(NGO) 옥스팸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 지구의 ‘물리적’ 재난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홍수나 폭풍 등은 1980년대 연간 133건에서 최근 한해 350건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일상 기후가 무엇인지 기준을 다시 써야 한다는 얘기다.
이상기후 현상이 급증하는 원인에 대해 과학자들도 똑 부러지는 해답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전형적인 지구 온난화의 사례라고 두루뭉술하게 얘기할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못사는 나라일수록 변덕스러운 기후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과학자 모임인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은 최근 “더 이상 이상기후로 볼 게 아니라 새로운 기준을 삼을 수 있는 ‘뉴 노멀’이 필요하다”며 “‘손쓸 수 없는 기상이변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과 후회만 하지 말고 정확한 기상예보 시스템과 재난대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변 예측못해 “오보청” 뭇매
각국 기상청들 ‘백기’
종잡기 어려워진 날씨 변화로 가장 괴로운 건 ‘예보’를 책임지고 있는 기상청들이다. ‘기상이변’이라 어쩔 수 없다는 기상청의 항변엔 여지없이 “오보청” “구라청”이란 여론의 뭇매가 쏟아진다.
한 달 이상 먼 시점의 날씨를 예상하는 장기예보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예측 자체를 포기하는 기상청도 나오고 있다.
한국 기상청은 2009년부터 ‘올해 장마는 6월○일께 시작해 7월○일께 끝난다’는 식의 장기 ‘장마예보’를 중단했다. 48년 만에 나온 ‘고육지책’이었다. 과거엔 장마 기간에 비가 집중되다 장마가 끝나면 땡볕더위가 이어졌지만, 최근 들어 국지성 집중호우 등 여름 내내 비가 오락가락하는 예가 많아지자 내린 ‘결단’이었다. 대신 기상청은 비가 오기 직전과 직후 장마전선이 비의 원인인지 여부만을 따져 알려주고 있다.
세계에서 적중률 높은 예보로 정평이 난 영국도 지난해 “올겨울은 추울 듯”이라는 식의 ‘계절 예보’를 포기했다. 2009년 내내 오보 파동에 휩싸인 탓이다. 그해 여름 비가 적은 화창한 여름이 예상돼 ‘바비큐 서머’라고 했지만, 7월 마지막 2주 동안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겨울엔 평년보다 따뜻한 ‘마일드 윈터’가 예상된다고 했지만, 30년 만의 폭설과 한파가 몰려든 탓이다.
일본 기상청의 경우 ‘벚꽃 개화’ 예보를 중단했다. 2007년 벚꽃 개화 시기 예보를 잘못해 기상청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데 이어, 민간 기상업체들과의 예보 경쟁에서 몇차례 패한 뒤 55년 전통인 벚꽃 개화 시기 예보를 중단했다.
“원인은 지구온난화 결과로 추정, 일상 기후의 새 기준 필요”
지구가 이상하다.
폭우와 폭설, 토네이도, 대형 산불, 가뭄, 한파 등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변덕을 부리면서, 각국의 최고·최저 기온이 밥 먹듯 갈아치워지고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날씨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빈도와 강도가 갈수록 세진다면 더는 ‘기상이변’으로 볼 수 없다. 그것은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정상)의 시작일 뿐이다. 기후 정보 웹사이트인 ‘웨더 언더그라운드’를 보면, 지난해 17개국에서 최저 또는 최고 기온 기록이 깨졌다. ‘유례없는’ ‘기록적인’ ‘충격적인’이란 수식어를 갖다 붙이기가 무색할 지경이 됐다. ‘새로운 정상’의 도래를 맞아 새로운 재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연의 공습’을 보면, ‘새로운 정상’이라는 지적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이웃나라 중국의 남부 지역에선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지고 있다. 장쑤성·저장성 등 13개 성·시·자치구에서 한 달 가까이 퍼부어대는 비로 곳곳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잇따랐다. 100년 만에 닥친 극심한 가뭄으로 인공강우를 뿌리는 홍역을 치른 게 불과 올해 초였던 점을 고려하면, 극과 극을 오가는 셈이다.
올해 2월, 미국 50개주 중 하와이를 제외한 49개주에선 눈이 내렸다. 미 대륙이 이처럼 같은 날 눈으로 뒤덮인 것은 처음이었다. 미주리주에선 지난 4월 한달 동안에만 600여차례의 토네이도가 불어, 조플린시에서만 138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기록적인 폭우로 미주리강이 범람하며 최근까지도 물난리가 계속되고 있다. 애리조나주에서 한달 전쯤 일어난 대형 산불이 폭염과 건조한 날씨, 강한 바람을 만나 7월 중순께까지도 모두 진화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곡창지대인 이스트앵글리아는 최근 가뭄 지역으로 선포됐다. 지난 3월부터 계속된 건조한 날씨 탓에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중부와 남서부 지역도 가뭄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영국에선 300년 만의 추운 겨울에 뒤이어 100년 만의 따뜻한 봄이 찾아오기도 했다.
프랑스와 스위스, 독일 등 서유럽 16개국엔 올해 기록적인 폭염이 예고되고 있다. 리스본대 동 루이스 연구소가 2003년과 지난해 고온현상을 비교한 결과,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향후 40년 동안 유럽의 여름에 ‘초특급 폭염’이 찾아올 가능성이 5~10배 더 높아졌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내린 폭우로 독일과 프랑스를 합친 면적에 해당하는 지역이 침수되기도 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런 비정상적인 기후가 이미 10년 전부터 일상화된 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더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비정부기구(NGO) 옥스팸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 지구의 ‘물리적’ 재난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홍수나 폭풍 등은 1980년대 연간 133건에서 최근 한해 350건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일상 기후가 무엇인지 기준을 다시 써야 한다는 얘기다.
이상기후 현상이 급증하는 원인에 대해 과학자들도 똑 부러지는 해답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전형적인 지구 온난화의 사례라고 두루뭉술하게 얘기할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못사는 나라일수록 변덕스러운 기후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과학자 모임인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은 최근 “더 이상 이상기후로 볼 게 아니라 새로운 기준을 삼을 수 있는 ‘뉴 노멀’이 필요하다”며 “‘손쓸 수 없는 기상이변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과 후회만 하지 말고 정확한 기상예보 시스템과 재난대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변 예측못해 “오보청” 뭇매
각국 기상청들 ‘백기’
종잡기 어려워진 날씨 변화로 가장 괴로운 건 ‘예보’를 책임지고 있는 기상청들이다. ‘기상이변’이라 어쩔 수 없다는 기상청의 항변엔 여지없이 “오보청” “구라청”이란 여론의 뭇매가 쏟아진다.
한 달 이상 먼 시점의 날씨를 예상하는 장기예보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예측 자체를 포기하는 기상청도 나오고 있다.
한국 기상청은 2009년부터 ‘올해 장마는 6월○일께 시작해 7월○일께 끝난다’는 식의 장기 ‘장마예보’를 중단했다. 48년 만에 나온 ‘고육지책’이었다. 과거엔 장마 기간에 비가 집중되다 장마가 끝나면 땡볕더위가 이어졌지만, 최근 들어 국지성 집중호우 등 여름 내내 비가 오락가락하는 예가 많아지자 내린 ‘결단’이었다. 대신 기상청은 비가 오기 직전과 직후 장마전선이 비의 원인인지 여부만을 따져 알려주고 있다.
세계에서 적중률 높은 예보로 정평이 난 영국도 지난해 “올겨울은 추울 듯”이라는 식의 ‘계절 예보’를 포기했다. 2009년 내내 오보 파동에 휩싸인 탓이다. 그해 여름 비가 적은 화창한 여름이 예상돼 ‘바비큐 서머’라고 했지만, 7월 마지막 2주 동안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겨울엔 평년보다 따뜻한 ‘마일드 윈터’가 예상된다고 했지만, 30년 만의 폭설과 한파가 몰려든 탓이다.
일본 기상청의 경우 ‘벚꽃 개화’ 예보를 중단했다. 2007년 벚꽃 개화 시기 예보를 잘못해 기상청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데 이어, 민간 기상업체들과의 예보 경쟁에서 몇차례 패한 뒤 55년 전통인 벚꽃 개화 시기 예보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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