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23일 서울 종로구에서 문을 열었다. 북한 인권 상황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유엔 차원의 첫 현장사무소다. 예상대로 북한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 인권 증진이라는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북한 당국은 최근 ‘북한인권사무소가 서울에 끝끝내 설치된다면 공공연한 대결 선포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징벌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북한은 또 사무소 개설 등을 이유로 새달 열리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해왔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국제사회와의 골을 더 깊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1년 동안의 조사를 토대로 북한에서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된다는 보고서를 냈으며, 이번 사무소 설치는 그 후속 조처 가운데 하나다. 인권은 보편적인 가치다. 북한은 자신의 인권 문제를 부인할수록 국제사회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또한 중요하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식이어서는 갈등의 가능성만 키우고 실제 북한 주민의 인권은 더 나빠질 수 있다. 북한 당국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인권 대화’의 틀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인권 문제 제기가 체제에 대한 공격은 아니라는 점을 북한 권력층에 확신시켜야 한다. 북한 체제가 바뀌지 않으면 인권 문제도 풀리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 적잖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 여러 사례를 보더라도 체제 문제를 앞세워서는 인권 문제에서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남북관계에서도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북한은 인권사무소를 눈엣가시처럼여길 것이다.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나쁜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그럴수록 남북관계를 잘 풀어야 할 당위성이 커진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가장 실효성 있는 접근법은 남북 교류·협력을 활성화해 양쪽 당국이 함께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곧 남북관계와 북한 인권 문제 개선 노력이 함께 가야 한다. 이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핵·미사일 등 안보·정치 문제를 풀기 위한 기반을 강화하는 일이기도 하다.
북한 인권 문제는 양날의 칼이다. 남북관계가 좋으면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증진으로 이어지고, 남북관계가 나쁘면 새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북한인권사무소 활동보다 중요한 것은 꽉 막힌 남북관계를 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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