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글마당] 나이

● 교회소식 2015. 10. 30. 18:56 Posted by SisaHan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 갑니다. 어느사이 늦가을에 접어 들었습니다. 온통 세상은 예쁜 단풍으로 물들고, 각종 나무에는 귀한 열매가 주렁 주렁 열렸습니다. 서구에서는 생일날 나이가 한 살 더해 지지만 우리 동양에서는 한 해가 지나면 모두 다같이 한 살을 더하게 됩니다. 가을이 짙어가는 것을 보니 나이가 한 살 곧 더해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이야기 하지만 나이가 한 살 더해 질수록 기대감이 더 커집니다. 내년이 기다려지고, 또 다음 해가 기다려집니다. 얼마나 더 멋있게 변해 있을까, 나의 모습을 그려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라마다 나이가 들어가는 표현 방법에 차이가 있음은 참으로 신기합니다. 우리들은 ‘나이를 먹었다’로 표현합니다. 영어는 직역하면 ‘얼마나 늙었느냐’ 아니면 ‘세상에 태어난지 얼마나 오래 되었느냐’로 해석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이 나이를 먹는다면 얼마까지 먹을 수 있을까요. 배가 고팠던 우리 민족의 한이 나이까지 먹는 걸로 표현 되었을까요? 아니면, 자기에게 주어진 나이를 다 먹으면 끝이 난다는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어에서 말하는 old는 낡음이라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국 너무 낡아서, 아니면 너무 오래 되어서 결국 닳아 없어지는 인생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런데 스페인어에서는 나이가 들어감을 표현하는 동사가 tener, 즉, 가지다, 소유하다, 소지하다 로 표현 한다는 어느 페친의 글을 읽었습니다. 저는 스패인어를 잘 모르지만, 이 동사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나는 60년을 소유하였다. 나는 80년을 가지고 있다 라고 표현 한다면, 우리들의 나이에 대한 개념이 확 뒤바뀌는 느낌이 듭니다. 나이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코미디언이셨던 구봉서 장로님께서 “너희들 늙어 봤니? 난 젊어 봤다!”라고 하신 말씀이 문득 생각납니다.


우린 나이가 세월따라 덧없이 많아진 것이 아닙니다. 흐르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보려고도 해 보았고, 세월따라 흘려 보내기도 하였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있음은 우리의 삶 속에서 얻어진 지혜와 경험이 쌓여 아름답게 빛나는 가을빛과 같은 것입니다. 짙게 물든 가을의 잎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색상을 자랑하지만, 세월을 이겨낸 아름다운 빛 입니다. 다시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고자 잎을 떨구어 내고 겨울잠을 자는 나무의 지혜를 봅니다. 경험은 지혜를 쌓게 합니다. 나이를 많이 소유한 만큼 우리가 가진 것이 더욱 풍성하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 입니까? 제가 환갑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하였었습니다. 제가 할아버지가 될 줄도 꿈이나 꾸어 보았겠습니까?


그러나 어느덧 눈 깜짝할 시간에 60 중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감이 섭섭한 것이 아니요, 이젠 몇 해만 더 가면 70년을 가슴에 품고 사는 인생의 부자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참된 부자가 되려면, 값어치 있는것을 소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부자라 말하는 재물이 아니라, 마음이 부자여야 합니다. 특별히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을 아버지라 고백한 모든 성도들은 이미 진정한 부자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물려주신 부를 잘못 관리하거나, 사용한다면 곧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부어주신 은혜의 시간들을 귀하게 사용함으로써 우리들은 행복한 부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이가 더하여 질수록 가진 것이 많아지는 멋진 인생을…. 새마음으로 그려보는 행복한 가을날 오후 입니다.

< 정훈태 - 동산교회 장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