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100년전 예측을 입증한 중력파 검출
2015년 9월14일 오전 4시51분, 한번도 검출된 적 없는 0.15초 동안의 짧고도 강한 신호가 먼 우주에서 날아와 지상 관측소에 포착됐다. 연구단 내의 첫 반응은 놀라움이었고, 이어 엄밀한 검증을 거쳐 중력파임이 확실해지자 환호가 일었다. 과학자들은 이날을 기념해 이 신호에 ‘중력파(GW)150914’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 블랙홀 병합처럼 큰 충돌 에너지서 방출
우주 배경 중력파 통해 빅뱅 등 태초의 우주 고고학적 규명 가능
포착된 신호는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일반상대성 이론으로 예측했지만 그동안 아무도 보지 못했던 중력파 그것이었다.
미국과학재단(NSF)과 라이고(LIGO: 미 루이지애나 주 소재 위 사진) 중력파 관측소는 12일 워싱턴디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두 블랙홀이 충돌해 하나로 병합되는 과정에서 방출한 중력파를 미국 리빙스턴(루이지애나주)과 핸퍼드(워싱턴주)에 있는 라이고 관측소 2곳에서 검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중력파 검출에는 1000명 규모의 국제협력연구단이 참여했으며, 여기에 한국연구협력단(단장 이형목 서울대 교수) 소속 20여명도 활동해왔다.
■ 중력파, 어떻게 검출했나
중력파 검출은 초정밀의 계측과 연산을 이뤄낸 공동연구의 승리였다. 라이고 관측소는 지난해 9월 감도의 성능을 대폭 높여 재가동에 들어간 지 며칠 만에 이번 블랙홀 중력파를 검출해냈다. ‘중력장의 출렁임’ 또는 ‘시공간의 출렁임’인 중력파가 검출장치를 휩쓸고 지나갈 때 일으키는 극히 미세한 시공간의 변형을 찾아낸 것이다. 그 정밀도는 라이고 검출장치에 설정된 두 지점 거리인 4㎞에서 1경분의 4㎝가량 짧아지거나 길어지는 변형이 일어나는 것을 식별할 정도라 한다.
이번 검출 과정에선,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 되는 두 블랙홀이 충돌할 때 가장 격렬한 순간인 0.15초 동안의 중력장 파동(중력파)이 13억 광년을 날아와 지상 관측소에 포착됐다. 이형목 교수는 “이때 검출기에 나타난 변형은 원자 크기의 1000분의 1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력파의 효과는 매우 미약하기 때문에, 그동안 블랙홀이나 중성자별과 같은 거대 천체가 격동을 일으키는 순간이 중력파 검출의 대상이 되어 왔다.
미국 동부와 서부에 3000㎞ 떨어져 설치된 라이고의 쌍둥이 관측소 2곳은 길이 4㎞의 진공터널 2개를 ㄱ자 모양으로 붙여 만든 구조인데, 이번 검출에선 두 관측소에서 거의 동시에 같은 중력파형이 검출돼 신호의 확실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 중력파 검출, 어떤 의미일까
중력장의 파동, 즉 중력파의 첫 검출은 무엇보다도 100년 전에 그 존재를 예측한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을 입증하는 직접 증거가 된다는 의미를 지닌다. 블랙홀에서 방출된 신호 자체를 직접 검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중력파의 존재는 우리가 비록 감지할 순 없다 해도, 시공간의 미세한 출렁임 속에 살고 있음을 말해준다.
또한 우주를 보는 새로운 창을 얻을 수 있게 됐다. 17세기 광학 망원경의 등장이 관측 천문학의 비약적 발전을 이끄는 계기가 되고, 이후 개발된 여러 종류의 전자기파 망원경이 우주의 구조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했듯이, 중력파 검출은 새로운 ‘중력파 망원경’이 이룰 중력파 천문학의 활약을 예고해준다. 중력파 첫 검출 소식에 많은 중력파 연구자들은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창인 중력파 천문학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중력파 망원경’의 관측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초신성 같은 거대 천체 현상을 이해하는 데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력파 연구가 우주대폭발(빅뱅)의 흔적으로 지금 우주에 배경처럼 널리 퍼진 ‘배경 중력파’를 상세히 이해하는 데까지 나아간다면, 다른 관측 도구로 접근하기 어려운 태초의 우주를 엿보는 새로운 ‘우주 고고학’의 한 영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형목 교수는 “한국 연구진은 소수이지만 중력파 잡음 제거와 데이터 분석, 중력파 모델링 연구 등에 기여해왔다”며 “앞으로 한국 연구진이 주도하는 새로운 중력파 검출기(‘SOGRO’)의 개념 연구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오철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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