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스트’는 아니나 억압받는 자 증오
우파 포퓰리스트 혹은 인종차별주의자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 시절 이후 저명한 네오콘(신 보수주의자) 이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로버트 케이건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를 ’파시스트’라고 비판한 것을 계기로, 트럼프를 ‘파시스트’로 규정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복스>는 파시스트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트럼프는 파시스트라기보다는 “우파 포퓰리스트(인기 영합주의자)“ 혹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주의) 자유주의자”라고 규정했다.
<파시즘의 속성>이라는 책을 낸 옥스포드 브룩스 대학의 정치 사상사 교수인 로저 그리핀는 트럼프를 “외국인 공포증을 지닌 인종주의자이자 맹목적 애국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 있지만, 아직 파시스트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복스>가 5명의 전문가들한테 물어본 결과, 우선, 트럼프는 파시스트의 첫번째 조건인 ‘민주주의 거부’에 이르지는 않았다. 파시스트는 국가의 모든 정부 시스템을 혁명적으로 전복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지지를 해야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어찌됐든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폐지를 옹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파시즘은 그 핵심에 폭력을 찬성하는 철학을 갖고 있는데, 트럼프에게서 아직 폭력과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물론, 트럼프 유세 도중 그의 참모가 반 트럼프 참석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을 두고 “맞을 짓을 했다”며 경악할만한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이를 두고 기본적으로 폭력에 대한 철학적 입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세째, 파시즘은 반 개인주의적이지만, 트럼프는 이와 반대로 아주 개인주의적이다. 그의 호소력은 역설적으로 그가 어떤 운동이나 정당, 금전적 이해관계에도 매여있지 않은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그의 주장은 집단 동원을 통해서라가 아니라, 주로 개인적 협상 기술이나 개인적 강점을 살리겠다는 쪽에 가깝다.
네째, 파시즘은 경제를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파시스트들은 국수주의적이며 국가통제나 조합주의적 경제정책을 시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트럼프는 이런 경향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가 고율의 관세나 이민 제한 정책을 얘기하지만, 역사적으로 좌파운동에서도 이런 형태의 의제는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파시스트가 아니고 우파적 포퓰리스트라고 해서 위험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만 해도 이슬람공포증 환자이고, 미국 사회에서 억압받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낙인찍기를 통해 이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시스트는 희귀하지만, 우파적 포퓰리스트들은 영국 독립당, 프랑스의 국민전선 등 세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
'● WORL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평등 심화가 부른 ‘세계화의 역풍’ (0) | 2016.07.04 |
---|---|
영국에서도 투표 뒤, ‘공약’ 발뺌? (0) | 2016.06.28 |
또 아기 주검… 유럽행 난민 갈수록 위험 (0) | 2016.06.07 |
베트남 방문 오바마, 쌀국수집 먹방 촬영 (0) | 2016.05.31 |
미국인 57% “타국 문제 손떼라” (0) | 2016.05.14 |
환태평양 ‘불의 고리’ 불붙나? (0) | 2016.04.22 |
‘검은 돈’ 폭로 파문 (0) | 2016.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