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14일 엿새간 400여건 달해
‘하얀 미국, 아프리카로 돌아가’ 낙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미 전역에서 비백인, 성소수자, 여성 등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잇따르는 등 앞으로 미 사회의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 인권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가 대선 다음날인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언론 보도, 소셜미디어, 신고 접수 등으로 파악한 증오범죄 건수는 모두 437건에 이른다고 16일 밝혔다. 하이디 바이리크 센터 대변인은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단 며칠간 이 정도의 증오행위·범죄가 보고된 건 이전에 없었다”고 말했다.
뉴욕주립대 기숙사 벽에 ‘트럼프’ 글자와 함께 나치 문양이 스프레이로 새겨져 주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고, 펜실베이니아대학, 오클라호마대학 등에도 나치 문양이나 백인우월주의 낙서가 발견됐다. 텍사스주의 한 초등학교에선 필리핀계 여학생에게 낯선 아이가 다가와 “아시아인이지? 넌 추방당할 거야”라고 말했다. 미네소타주의 한 고등학교에선 ‘오직 백인만’, ‘하얀 미국’, ‘#아프리카로 돌아가’ 등의 낙서가 선거 이후 발견됐다.
보고서는 이처럼 이민자에 대한 공격행위가 전체 증오행위의 30%를 넘었다고 밝혔다. 이는 9·11 테러 이후 때보다 안 좋은 상황이라고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보도했다. 센터 대표인 리처드 코언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최근 며칠간 증오행위·범죄 급증 현상은 증오행위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사람들을 부추기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대립관계에 있던 미국 내 유대계와 무슬림계가 공동위기에 맞서 소수민족 및 종교 차별에 공동대처하기 위해 초교파위원회인 ‘무슬림-유대 자문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내년 2월에 이번에 새로 선출된 의원들에게 미국 내 모든 소수종파 주민들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백인 교회에서 갈등 전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허현 마운틴뷰 메노나이트 교회 목사는 “백인들은 자신들이 어떤 특권을 누려왔으며, 인종차별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많이 봐왔다”며 “미국 근현대사에서 ‘바르게 기억하기’와 ‘진정한 사과’ 과정을 밟지 못해 증오범죄가 아직도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이철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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