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만에 대만총통과 통화… 중국 반발 ‘후폭풍’

중국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갈등을 빚으면서 미-중관계 대립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외교 무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대립해온 데 이어 트럼프마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에 개입한 오바마 미 행정부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지속해서 견제해왔다. 지난 9월 항저우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미·중 정상이 남중국해, 사드, 인권문제를 놓고 공방을 펼치며 정면으로 충돌했다. 중국은 항저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주빈으로 대우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홀대를 했다는 논란까지 야기하며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다.
갈등은 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국가 안보를 들어 지난 2일 중국 자본의 독일 반도체 기업 인수 합병(M&A)에 제동을 걸어 확전을 치달았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정상적인 상업적 행위이므로 시장과 업계의 논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면서 강한 불쾌감을 내비쳤다.
그런데 미·중 관계는 트럼프 당선인이 37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또다시 격랑 속에 빠질 것임을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대만 총통이 오늘 나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며 “감사하다”면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했음을 공개했다. 이는 그동안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정상 간 공식 회동이나 직접 대면은 물론 전화통화도 극력 회피해왔던 것을 뒤집는 행동이었다.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합의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이날 통화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오히려 한술 더 떠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대만에 수십억 달러어치의 군사 장비는 팔면서 나는 축하 전화도 받지 말라는 것이 참 흥미롭다”고 비판에 응수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강하게 반발, 트럼프 당선인과 차이잉원 총통 간의 전화통화에 대해 “이미 미국의 유관방면(당국)에 엄정한 항의를 제기했다”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보다 트럼프 당선인과 중국의 관계가 더욱 복잡 미묘한 양상을 띨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중국 때리기에 열을 올리며 집권하게 되면 환율조작국 지정은 물론 중국산 제품에 대해 45%까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위협해왔다.
아직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후 정책 방향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최근 대만 등을 향해 보인 거침없는 행보를 볼 때 무역, 외교 등 여러 방면에서 중국과 대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이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