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를 강력 반대해온 정동영 의원과 안철수 후보.
사드·햇볕정책 등 안철수 후보 변신에 “한달간 노코멘트”
국민의당 호남의원들이 ‘벙어리’가 됐다. 안철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현안에 대한 당내 이견들이 ‘정리’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안철수 후보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입장을 찬성으로 바꾸고, ‘반대’인 당론을 찬성으로 수정할 수 있게 설득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당내 호남 의원들 사이에 반대 의견이 있지만 모두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특히 그동안 사드 배치를 강력하게 반대해왔던 정동영 의원은 안 후보의 ‘당론 변경 설득’ 요구에 대해 현재 코멘트를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입을 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의원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을 정치 노선으로 삼아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계승을 강조해온 박지원 대표는 “후보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논의가 가능하다”며 당론 변경을 위한 길을 열어놨다. 광주가 지역구인 장병완 의원은 ‘사드 당론 수정이 호남 여론에 미칠 영향’을 묻자 “전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호남이 진보적이라는 것은 민주, 인권, 평화, 재벌개혁, 경제 불균형 발전 등에 대한 부분이다”라며 “안보에 있어서는 진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북 지역 3선인 유성엽 의원은 “대선 기간에는 당권도 후보가 갖는 것 아니냐. 저도 다른 생각은 좀 있지만 한달간은 일단 따라주는 것이 도리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호남의 안 후보 지지자들이 40~60대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은 20~30대이기 때문에 (사드 입장 변화가)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일단은 각자 개별적인 의견을 조금 접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사드 배치는 국민투표에 맡겨야 한다”고 했던 안 후보가 올 들어 찬성으로 입장을 바꾸자 지난 2월21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 유지’로 결론내렸던 데 견줘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당시는 안 후보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던 때였다.
이런 변화는 안 후보가 후보 선출 이튿날인 지난 5일 중진 의원들과 한 만찬에서 이미 감지됐다. 당시 한 참석자는 “호남 의원들이 달라졌다. 안 후보가 제압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안 후보 지지율이 상승한 뒤였다.
“개헌이 시급한 과제”라며 지난달 20일까지도 기자회견을 열었던 광주 4선 김동철 의원도 조용해졌다. 안 후보는 지난해부터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해왔다. 안 후보가 지난 10일 국회 통과를 촉구한 ‘규제프리존법’에 대한 대응도 주목된다. 김성식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신중론을 견지해왔다. 국민의당은 4·12 재보궐선거 뒤 사드 등 당론 수정 여부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 송경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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