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끝났다. 전투도 그쳤다. 팽팽하던 긴장도 이제 사라졌다.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모국의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결과가 나오면서 국정농단으로 파면된 박근혜 정권이 공식 마감되고 대한민국은 새 대통령, 새 정부 체제로 새로운 시대가 개막됐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여 만에, 국내외에서 열화같이 번진 1,700만 촛불의 민심이 일궈낸 촛불혁명이 선거혁명으로, 선거혁명이 9년 만에 민주정권으로 교체가 귀결된, 한국 현대사에 있어 역사적인 획을 그은 쾌거로 평가할 만하다.
우리가 쾌거라고 보는 것은, 정권교체에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촛불이 발화하고 불타오른 그 열망의 지향점이 바로 국정농단 세력 일소와 국가혁신이었고, 당선된 새 대통령이 바로 적폐청산을 공약한 후보와 정당의 출신이기도 해서 그렇다. 뻔뻔하게도 절멸지경에 처했던 친박과 헌정유린의 핵심세력들이 이른바 ‘보수 궤멸’ 위기론 속에 다시 고개를 쳐들고 나온 게 이번 선거였다. 경망스런 한 수구적 후보의 특권적 면죄부를 빌미로 적폐의 원죄를 청산하지 않은 정당에 그들이 회귀, 다시 결집하는 퇴행적 행태와 불의한 도전을 제치고 이룬 승리인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선거결과와 문재인 대통령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시대, 크게 보면 박정희에서 박근혜까지 이어진 적폐시대와의 단절과 청산에 가장 큰 의의와 책무를 짊어지고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진짜 촛불혁명은 지금부터라고 할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가 바뀐 것 외에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고, 이제부터 적폐와의 ‘전쟁’을 본격화 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전쟁’인가. 월계관을 거머 쥔 영광을 기뻐하기도 전에 문재인 정부는 수많은 골치 아픈 중대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할 벽에 맞닥뜨린 상태다. 북한 핵과 ‘사드’를 둘러싼 국제적 갈등 국면과 위안부문제 재해결이라는 외교현안을 필두로,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 교육 및 노동 등등 경제-사회문제를 비롯해 특히 지난 두 정권이 나라를 망가뜨린 패악과 잔재들이 헤아릴 수가 없다. 그래서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나와 있다.
그렇지만 선거를 통해 해결을 공약했고, 민심은 표를 주며 높은 기대를 걸었다.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을 위해 돌진해 나가지 않으면 금세 비판에 직면하게 되어있다. 그 산적한 과제들의 우선적이며 핵심적인 해결과제가 바로 반민주와 역사퇴행의 적폐 그림자를 걷어내는 일인 것이다.
‘적폐’는 비단 국정농단과 헌정유린 및 그 일당들 만이 아니다. 재벌과 권력의 강고한 정경유착 비리, 정권 나팔수로 변질된 공영 방송은 물론 일부 족벌 언론과 정-관-재(政官財)의 카르텔, 검찰과 국정원을 포함한 권력기관과 공직의 부패와 비리와 비효율, ‘블랙리스트’로 일컬어지는 문화계 편가르기 등 수없이 많다. 또한 세월호 참사와 이명박 정권의 4대강 및 자원외교 비리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과제가 없다.


새 정부는 이같은 과거 잔재와의 버거운 대결 말고도, 당장 정부구성을 위한 야당과의 힘겨루기를 벌여야 하고, 내년 지방선거를 마지노선으로 한 헌법개정 작업에도 매진해야 한다. 지난 두 정권 때 암흑기를 맞은 남북관계 부활에도 팔을 걷어야 한다. 실로 엄청나고 과중한 국정과제를 걸머지고 출발한 셈이다.
압승이라고 하나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 과반을 넘는다. 더구나 여당도 120석의 원내 1당이지만 국회 과반에는 크게 못미치니, 만약 야당의 발목잡기가 이어진다면 어느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미 드러났고 예상한 대로이지만, 적폐 일소에는 저항과 반동의 격화도 불을 보듯 뻔하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은 생사를 걸고 반발할 것이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소위 협치와 통합, 조정과 소통 국정의 탁월하고 단호한 리더쉽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부 야당과 협력하고, 정책 공조를 펴고, 경우에 따라 공동정부까지 염두에 두고 국정혁신과 현안 해결에 특단의 각오로 대처를 해나가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야당 역시 이제 승복과 협력의 아량으로 실용적 자세를 가다듬지 않으면 안된다. 과반의 표를 준 민의는 야당에게도 국정의 책임이 당연히 있음을 말해준다. 국정과 여당의 시시비비는 가리되 국가적 과제 해결의 짐은 과감히 나누어 질 줄 아는 대국적 정치력을 보일 때 다음 선거의 국민적 지지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새 대통령과 정부는 그러나 위축되지 말고 5년의 국정에 자신감으로 당당히 임할 것을 기대한다. 정권의 태생과 운행의 동력이 바로 위대한 촛불민의를 기반으로 한 다수 국민이라는 사실을 유념한다면 결코 물러설 이유가 없다. 진실되고 정의로운 국정소신과 국가 개혁에 딴지를 거는 세력은 철퇴를 맞게 될 것이다. 새 정권 역시 촛불혁명 정신을 잊고 좌고우면, 갈팡질팡한다면 그 또한 촛불의 지탄과 매질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