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처럼 다민족 이민국가인 미국을 유대인들이 움직인다는 말이 있다. 유대인은 미국 전체인구의 2%에 불과한 소수민족이다. 그럼에도 미국정치를 좌우하는 국회의원 중 유대인의 비율은 항상 6~8%에 이르고, 외교정책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상원의원은 10% 안팎이 유대인이다. 
정치의 중심인 백악관 역시 유대인의 울타리에 둘러싸여 있다고 말한다. 오바마 내각에는 유대인과 친유대계가 세차게 둥지를 틀고 국정에 입김을 불어넣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을 만든 일등 공신들 면면 가운데는 유대인 그룹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사는 재미 한국인수는 유대인의 3분의 1이 넘는 210만 여명으로 전해진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재미 한국인들의 미국사회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유대인 그룹의 3분의 1선에 해당하는 파워를 자랑하는가?. 그렇다고 대답할 한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최근 주한대사로 내정된 국무부의 성 김 특사를 비롯해, 법률고문인 고홍주(해럴드 고)씨, 고 씨의 형인 보건부 차관보 경주(하워드 고)씨, 내무부 차관보 리아 서 씨, 백악관에서 전 정책차관보를 지낸 강영우 박사의 아들 진영(크리스토퍼 강) 씨가 대를 이어 며칠 전 선임 법률보좌관에 임명된 사례 등 행정부에 한인의 진출이 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유대계는 물론 중국·일본계에 비해도 여전히 미미하다. 한마디로 ‘정치부재’ 때문이라고 봐야한다.
미국의회는 여전히 ‘ 한인 불모지’로 남아있다. 지난 1992년 캘리포니아주 연방 하원의원으로 3선을 지낸 김창준 전 의원 이후로는 연방 상·하원에는 현재 한인 출신 의원이 1명도 없는 상태다. 
미국정치와 외교에 큰 영향을 주는 의회차원의 중앙 정치무대에서 한인권익을 대표·대변할 인물은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다.
 
최근의 동해 표기 일본해 지지 문제, FTA 등 대미 외교·통상·군사 등 제반 현안이 터질 때마다 한인 영향그룹을 아쉬워하는 외교가의 토로를 듣는다. ‘이스라엘 앞에만 서면 흐물흐물해지는’ 미국의 이면에 유대인들이 작용하는 것을 보면 정치적 영향력의 중요성은 명확해진다.      
물론 캐나다의 경우는 더 한심하다. 하퍼 총리의 발탁으로 정치권에 입성한 김연아 상원의원이 유일하다. 동포인구 20만명 안팎인 형편에 어쩔 수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민 반세기에 이르고, 성공적인 정착과 수준높은 커뮤니티를 달성해냈다. 모국은 세계 15위 이내의 국력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우수한 2세들은 사회각계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독 정치권만은 불모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김연아 의원이 후배 정치인 육성에 발벗고 나섰고, 정치권에 도전하는 유망주들도 여럿 있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동포사회 전체의 열망과 배출의지, 그에 상응하는 관심과 지원일 것이다. 캐나다 시민권을 보유하고도 이곳 정치와 사회 이슈에는 눈을 감고 귀를 닫은 채, 모국의 정치와 선거판에만 관심을 두고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려는 습성을 탈피하지 않는 한, 한인사회의 캐나다내 위상과 대우는 향상될 리가 만무하다. 
계제에 10.6 주의회 선거를 겨냥한 한인 2명의 도전은 반갑고 고무적이다. 비록 주 차원의 정치인을 내는 일이지만, 주정부의 일들이 실생활과는 더욱 밀착돼 있다는 점에서, 또 다음 단계를 향한 도약대라는 측면에서도 전혀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한인사회 동포 한사람 한사람이 그냥 그런가보다 할 게 아니라, 서로 서로 손을 내밀고 발벗고 나서 이들을 뒷받침하기를 권한다.
 
물론 후보자 개인에 있어 정치인이 될 소양이 있는지, 도대체 표와 인심을 얻으려는 생각인지, ‘정치가 뭔지부터 공부했으면’ 싶다는 말이 나온다면 문제다, 얼마 전엔 동포사회가 똘똘뭉쳐 거액의 후원금을 몰아줬는데도 낙선 후 얼굴 조차 내밀지 않더라며 실망감을 표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개개인에 대한 불만에 앞서, 우선 ‘작품’을 만들어 놓고 보는 것이 중요하고 현명한 일이다. 특히 22살 약관의 나이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지고 동포행사 마다 읍소하고 다니는 최민주(Paul Choi) 후보는 동포의 아들다운 정체성과, 특히 패기와 장래성에서 힘을 모아 ‘투자’해 볼 재목이라고 여겨진다. 
현 연방하원 의장인 앤드류 시어(Scheer)의원은 32살이다. 그는 25살에 첫 금배지를 달았다고 한다. ‘너무 어리잖아’라는 생각은 자의적일 뿐이다. 22살 주의원이 나온다면 앞으로 정치 거목으로 커갈 시간적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십시일반·물심 양면으로 한인 동포들의 인정과 저력을 몰아주었으면 한다.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