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문제에 대해 정부가 해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확인했다. 뒤늦었지만 매우 뜻깊은 결정이다. 정부는 그간 1965년 한일협정 내용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요구를 수수방관해왔으나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적극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무자비하고 지속적으로 침해됐고, 모두 고령이라 지체할 경우 회복이 불가능한 절박성이 있음에도 정부가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정부에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했다. 특히 이렇게 된 데는 1965년 한일협정을 맺으면서 “청구권의 내용을 명확히 하지 않고 ‘모든 청구권’이라는 포괄적 개념을 사용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소모적인 법적 논쟁으로의 발전 가능성’이나 ‘외교관계의 불편’을 내세워 반박했으나 헌재는 “(이는)진지하게 고려돼야 할 국익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어린 나이에 일본군의 성노예로 당한 고통을 가슴에 새기며 힘겨운 투쟁을 벌여왔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매주 수요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여온 수요시위가 벌써 985번째다. 그 20년 동안 우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할머니 234명 가운데 생존해 있는 분은 79명으로 줄었다.
 
가해 당사자인 일본의 외면만큼이나 할머니들을 가슴 아프게 한 것은 우리 정부의 무관심이었다. 한국 정부는 이들의 고통을 해결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문제 해결을 떠넘겼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과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의 역사를 후대에 전하고자 시민사회가 건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에도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헌재 결정을 계기로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해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기구 설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 공식적으로 일본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외교협상을 벌여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확인시키고, 공식 사죄와 배상 등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것만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진정한 화해에 기초한 한-일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