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국인의 독일 의료 경험 수기가 미국 사회에 작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민자를 향한 미국 사회의 편견에 대한 에세이를 써온 이란 출신의 미국 작가 피루제 뒤마는 지난 27일 〈뉴욕타임스〉 에 독일에서 외과 수술을 받았던 경험을 기명 칼럼으로 실었다. 이를 보면, 두 나라 사이에 의사와 환자의 의약품 사용, 특히 진통제 투여에 대한 인식 등 의료철학에 큰 차이가 있음이 드러난다.
미국에선 진통제를 캔디처럼 먹어왔는데…
독일선 고통도 삶의 일부, 쉬면 나을 거라고
뒤마는 ‘독일에서 수술을 받은 뒤 난 허브차가 아닌 바이코딘을 원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근 자궁근종 절제술을 받은 경험을 설명했다. 그녀는 남편의 직장 때문에 독일로 이주한 지 4년이 지난 시점에 수술을 받아야 했다. 1년 전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다행히 독일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의사는 개복 수술이 아닌 복강경 수술(개복하지 않고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내 비디오카메라와 각종 기구를 넣어 시행하는 수술 방법)을 받고 수술 당일 퇴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뒤마는 퇴원 뒤 찾아올 통증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뒤마가 미국인으로서 황당하게 여겼던 경험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뒤마는 수술을 받기 전 산부인과 의사에게 수술 뒤 통증 관리에 관해 물었다. 독일 의사는 뒤마에게 진통제인 이부프로펜을 처방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약은 아이들의 감기약 시럽에도 들어가는 매우 약한 수준의 진통제다.
뒤마는 말했다. “그건 두통 정도의 가벼운 통증에 쓰는 약 아닌가요? 신체 기관을 잘라내는 수술을 했는데 그것보다는 강력한 진통제를 줘야죠.” 뒤마는 이후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이 수술 이후에는 마취 성분이 포함된 진통제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마취과 의사에게 “이부프로펜을 처방받게 될 거라는 건 알지만, 수술 뒤 며칠 정도는 코데인 성분이 든 진통제를 두 세알 정도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며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마취과 의사는 뒤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고통은 삶의 일부입니다 . 우리는 이를 없앨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 고통이 당신을 이끌 것입니다 . 고통은 당신이 얼마나 더 쉬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지금 낫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겁니다 . 바이코딘을 먹으면 고통은 느끼지 않겠지만 , 당신의 몸이 하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게 됩니다 . 그러면 진통제에 의존해 무리하게 될지 모릅니다 . 당신에게 필요한 건 휴식입니다 . 이부프로펜도 조심하세요 . 신장에 좋지 않 습니다 . 먹어야 할 때만 드세요 . 쉬기만 하면 당신의 몸은 저절로 나을 겁니다 .”- 〈뉴욕타임스〉에 실린 피루제 뒤마의 글 일부.
뒤마는 이 이야기를 듣고 “의사에게 (그동안) 이부프로펜을 캔디처럼 먹어왔다고 얘기하지는 않았다”며 “나의 몸을 믿으라는 의사의 온화한 충고에 눈물을 흘릴 뻔했다”고 썼다. 이부프로펜을 한 두알 먹고 의사의 권유대로 휴식을 취한 뒤마가 별 탈 없이 회복한 것은 당연하다.
마지막에 뒤마는 “보편적 건강보험(Universal Health Care) 제도에 대해 얘기하려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낸 돈은 택시비 25달러가 전부”라고 밝혔다. 이 글이 실린 뒤 뒤마의 트위터 계정에는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한편에선 ‘마약성 진통제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비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그녀는 이런 댓글에 대해 “이 주제의 여러 측면을 다룬 기사는 단 하나도 없다. 나는 나의 진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사는 단순히 한 사람의 의료 경험이 아니라 미국인들이 마약성 의약품을 대하는 인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마약성 진통제는 심각한 중독 증세를 동반하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아편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계열 성분의 80%를 미국인들이 소비하고 있다는 2015년 통계 결과가 있다. 2015년 3만3000명, 2016년 6만4000명이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뒤마가 언급한 바이코딘(Vicodin)은 하이드로코돈 성분이 포함된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의 상품명이다. 오피오이드 계열 의약품에는 코데인(Codeine), 모르핀(morphine), 옥시코돈(oxycodone), 펜타닐(fentanyl) 등의 성분이 포함된다.
유명 대학 병원의 마취과 전문의는 “두 나라에서 환자의 의료 경험이 차이 나는 이유는 의료 철학과 관련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의사 개인의 선호 때문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 박세회 기자 >
이민자를 향한 미국 사회의 편견에 대한 에세이를 써온 이란 출신의 미국 작가 피루제 뒤마는 지난 27일 〈뉴욕타임스〉 에 독일에서 외과 수술을 받았던 경험을 기명 칼럼으로 실었다. 이를 보면, 두 나라 사이에 의사와 환자의 의약품 사용, 특히 진통제 투여에 대한 인식 등 의료철학에 큰 차이가 있음이 드러난다.
한 미국인의 독일 의료체험 수기 논란 일어
미국에선 진통제를 캔디처럼 먹어왔는데…
독일선 고통도 삶의 일부, 쉬면 나을 거라고
뒤마는 ‘독일에서 수술을 받은 뒤 난 허브차가 아닌 바이코딘을 원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근 자궁근종 절제술을 받은 경험을 설명했다. 그녀는 남편의 직장 때문에 독일로 이주한 지 4년이 지난 시점에 수술을 받아야 했다. 1년 전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다행히 독일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의사는 개복 수술이 아닌 복강경 수술(개복하지 않고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내 비디오카메라와 각종 기구를 넣어 시행하는 수술 방법)을 받고 수술 당일 퇴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뒤마는 퇴원 뒤 찾아올 통증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뒤마가 미국인으로서 황당하게 여겼던 경험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뒤마는 수술을 받기 전 산부인과 의사에게 수술 뒤 통증 관리에 관해 물었다. 독일 의사는 뒤마에게 진통제인 이부프로펜을 처방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약은 아이들의 감기약 시럽에도 들어가는 매우 약한 수준의 진통제다.
뒤마는 말했다. “그건 두통 정도의 가벼운 통증에 쓰는 약 아닌가요? 신체 기관을 잘라내는 수술을 했는데 그것보다는 강력한 진통제를 줘야죠.” 뒤마는 이후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이 수술 이후에는 마취 성분이 포함된 진통제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마취과 의사에게 “이부프로펜을 처방받게 될 거라는 건 알지만, 수술 뒤 며칠 정도는 코데인 성분이 든 진통제를 두 세알 정도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며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마취과 의사는 뒤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고통은 삶의 일부입니다 . 우리는 이를 없앨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 고통이 당신을 이끌 것입니다 . 고통은 당신이 얼마나 더 쉬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지금 낫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겁니다 . 바이코딘을 먹으면 고통은 느끼지 않겠지만 , 당신의 몸이 하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게 됩니다 . 그러면 진통제에 의존해 무리하게 될지 모릅니다 . 당신에게 필요한 건 휴식입니다 . 이부프로펜도 조심하세요 . 신장에 좋지 않 습니다 . 먹어야 할 때만 드세요 . 쉬기만 하면 당신의 몸은 저절로 나을 겁니다 .”- 〈뉴욕타임스〉에 실린 피루제 뒤마의 글 일부.
뒤마는 이 이야기를 듣고 “의사에게 (그동안) 이부프로펜을 캔디처럼 먹어왔다고 얘기하지는 않았다”며 “나의 몸을 믿으라는 의사의 온화한 충고에 눈물을 흘릴 뻔했다”고 썼다. 이부프로펜을 한 두알 먹고 의사의 권유대로 휴식을 취한 뒤마가 별 탈 없이 회복한 것은 당연하다.
마지막에 뒤마는 “보편적 건강보험(Universal Health Care) 제도에 대해 얘기하려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낸 돈은 택시비 25달러가 전부”라고 밝혔다. 이 글이 실린 뒤 뒤마의 트위터 계정에는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한편에선 ‘마약성 진통제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비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그녀는 이런 댓글에 대해 “이 주제의 여러 측면을 다룬 기사는 단 하나도 없다. 나는 나의 진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사는 단순히 한 사람의 의료 경험이 아니라 미국인들이 마약성 의약품을 대하는 인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마약성 진통제는 심각한 중독 증세를 동반하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아편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계열 성분의 80%를 미국인들이 소비하고 있다는 2015년 통계 결과가 있다. 2015년 3만3000명, 2016년 6만4000명이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뒤마가 언급한 바이코딘(Vicodin)은 하이드로코돈 성분이 포함된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의 상품명이다. 오피오이드 계열 의약품에는 코데인(Codeine), 모르핀(morphine), 옥시코돈(oxycodone), 펜타닐(fentanyl) 등의 성분이 포함된다.
유명 대학 병원의 마취과 전문의는 “두 나라에서 환자의 의료 경험이 차이 나는 이유는 의료 철학과 관련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의사 개인의 선호 때문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 박세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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