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도 ‘금빛 질주’

최민정·심석희·김아랑·김예진 역주
2바퀴 남기고 1위 달리던 중국 제치고 우승
한국, 2014 소치올림픽에 이어 다시 금
8차례 올림픽 중 6차례 제패

여자 1000m에선 심석희 최민정 김아랑
각각 조 1위로 준준결승 안착
남자 500m도 서이라 임효준 황대헌
각각 조 1위로 준준결승에 올라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고 있다.

그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세계 최강의 위용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2바퀴를 남기고 이뤄낸 대역전 드라마였다.

20일 저녁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27바퀴)에서 심석희(21·한국체대)-최민정(20·성남시청)-김아랑(23·한국체대)-김예진(19·평촌고)이 나선 한국 대표팀은 난적 중국, 캐나다, 이탈리아를 따돌리고 1위로 결승선을 끊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위로 들어온 중국과 캐나다는 실격해 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탈리아가 은메달을 따냈고, B그룹 결승 1위팀 네덜란드가 동메달을 가져갔다. 2014 소치겨울올림픽에서도 한국은 조해리-김아랑-박승희-심석희가 결승에서 역주하며 금메달을 일궈낸 바 있다.

쇼트트랙이 1992 알베르빌 대회부터 겨울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은 여자 3000m 계주에서 1994 릴레함메르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이번 평창 대회까지 6차례(총 8번 중)나 금메달을 가져왔다. 1992 알베르빌 대회 때는 출전하지 않았고, 2010 밴쿠버 대회 때는 결승에서 1위를 했으나 실격을 당해 중국한테 1위를 내주고 말았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은 오랜 동안 여자 3000m 계주를 번갈아 제패해왔다. 이번 평창올림픽 이전까지 세계선수권대회와 겨울올림픽 등 25차례 국제대회에서 중국이 13번, 한국이 11번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다. 단 한번 200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에서 캐나다가 우승한 적이 있다.

한국 쇼트트랙은 이날 쾌거로 지난 11일 남자 1500m 임효준, 13일 여자 1500m 최민정의 금메달을 포함해 그동안 치러진 5개 종목 결승에서 3개의 금메달을 가져왔다. 지난 17일 열린 남자 500m에서는 서이라가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이날 심석희가 맨 먼저 출발해 총 27바퀴를 도는 레이스에서 6바퀴를 남길 때까지 3위로 처져 있었다. 그러나 2바퀴를 남기고 최민정이 막판 스퍼트로 중국을 따돌리고 결승선을 끊으며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은 이날 결승에 앞서 지난 10일 열린 예선 1조 경기에서 탈락할 뻔 했으나 고비를 넘긴 뒤 결국 금메달까지 일궈냈다. 당시 레이스 초반 이유빈이 돌연 넘어진 상황에서 노련한 최민정이 재치있게 이유빈과 손을 터치한 뒤 맹추격전을 벌여 1위로 결승선을 끊는 괴력을 보여줬다. 올림픽기록(4분06초387)까지 세웠다. 당시 4명의 멤버는 최민정, 이유빈(17·서현고), 심석희, 김예진이었다.

이날 결승전에서 한국의 강력한 대항마는 ‘반칙왕’ 판커신(25), 한위퉁(24), 취춘위(22), 저우양(27)이 포진한 중국이었다. 중국은 예선 2조에서 한국이 작성한 올림픽기록을 곧바로 갈아치우며 1위(4분05초315)를 했다. 그러나 이날 결승에서는 한국한테 막판 추월당한 데다 반칙으로 메달권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앞서 열린 여자 1000m 예선에서는 심석희(1조), 최민정(2조), 김아랑(7조)이 나란히 조 1위로 준준결승에 안착하며 메달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우승후보 심석희·최민정의 강력한 대항마인 엘리스 크리스티(28·영국)는 이날 예선 5조에서 첫 코너를 돌기 전 넘어져 부상을 당했는데, 새로 출발해 2위로 들어왔으나 실격 당해 탈락했다.

이어 열린 남자 500m 예선에서도 서이라(26·화성시청), 임효준(22·한국체대), 황대헌(19·부흥고)이 나란히 조 1위로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북한의 정광범(17)은 황대헌과 7조에 속했으나 첫 출발 뒤 곧바로 넘어진 뒤 재출발 때도 넘어져 탈락했다. 남은 남자 500m와 여자 1000m, 남자 5000m 계주 결승은 22일 저녁 8시15분과 저녁 8시29분, 밤 9시 각각 예정돼 있다. 한국은 남자 계주에서도 결승에 올라 중국, 캐나다, 헝가리와 우승을 다툰다.

<강릉/김경무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