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방울 8m까지?…과학자들 ‘2m 거리두기’ 공방
재채기·기침 실험 결과 놓고 과학자들 설전
“초속 10~30미터로 날아가…기준 강화를”
“문제는 큰 비말 입자…2m 이내서 떨어져”
사회적 격리의 대원칙 가운데 하나는 다른 사람과의 거리를 2미터 이상 유지하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1930년대 폐결핵의 전파 과정을 연구하면서 얻은 전염병 예방책이다.
최근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침방울이 날아가는 거리를 측정한 실험 결과를 놓고 이 가이드라인이 적절한지에 대한 공방이 과학자들 사이에 벌어졌다. 오랜 기간 유체역학을 연구해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질병전파유체역학실험실의 리디아 부루이바(Lydia Bourouiba) 교수는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배출된 비말(침방울)은 최대 8.2미터까지 날아간다는 자신의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세계 각국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1.5~2미터보다 4배 이상 긴 거리다.
그는 현재의 가이드라인은 바이러스 전파 수단으로 굵은 비말 입자만 염두에 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경우 입 안에서 튀어나온 비말 입자가 날아가는 속도는 초당 10~30미터(시속 36~110km), 날아가는 거리는 최대 7~8미터에 이른다. 침과 점액이 뒤섞여 있는 그 비말덩어리에는 아주 다양한 크기의 입자들이 있어 팔로 입을 가려봤자 일부만 막을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부루이바 교수는 이를 근거로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을 수정하고 의료진을 위한 보호장비 수칙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201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된 그의 실험 결과를 보면 기침은 최대 6미터, 재채기는 최대 8미터까지 날아간다. 또 이 비말이 형성한 기체구름이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은 최대 10분이나 됐다. 그의 실험 결과는 실내 뿐 아니라 버스정거장 같은 외부 공간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워싱턴대 폴 포팅거 박사(감염병학)는 비말이 날아가는 거리로만 위험성을 판단해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유에스에이투데이> 인터뷰에서 비말 입자가 작을수록 다른 사람의 코나 입에 달라붙을 가능성은 낮으며, 문제는 덩치가 큰 비말 입자라고 말했다. 그런데 비말 입자의 크기가 크면 중력이 작용해 보통 2미터 이내에서 땅에 떨어진다. 2미터 규칙은 여기에 근거한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포팅거 교수는 “만약 부루이바가 주장한 것처럼 8미터까지도 효력을 미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돼야 한다”며 실제 감염이 이뤄지려면 일정 수 이상의 바이러스 입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루이바 교수는 “각각의 거리에서 바이러스 입자가 얼마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규명해야 할 것들이 많다”며 “하지만 막힌 공간이라면 가능한 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 곽노필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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