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뒤흔든 5가지 순간
박빙지역 민주당 싹쓸이…사전투표함서 지지표 쏟아져
TK 높은 투표율은 보수 결집…87년 이후 첫 ‘양당
독주’
21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개표 결과 대한민국은 좌우로 파랗게, 빨갛게 나뉘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과 호남 지역을, 미래통합당은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지역을 거의 싹쓸이하며 두자릿수 3당이 없는 ‘양당 독주체제’를 구축하게 됐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제3당이 두자릿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건 이번 총선이 처음입니다.
16일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의석 163석을 얻어 압승했습니다.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예상 의석 17석과 열린민주당 3석을 더하면, 범민주당 의석만으로 183석입니다. 미래통합당은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합쳐 103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선거엔 35개 정당이 등록함에 따라 비례투표용지 길이가 48.1㎝에 달해 손 개표가 실시됐는데요. 그 탓에 개표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16일 오전 10시를 넘겨서야 비례대표 당선자가 확정됐습니다. 득표차가 백표 혹은, 천표 안팎의 ‘초초초박빙’ 지역도 많아 16일 새벽 4~5시까지 당선자를 알 수 없는 지역도 속출했습니다. 새벽까지 개표 결과를 지켜보지 못했을 유권자들을 위해 4·15 총선 개표 결과로 보는 ‘결정적 장면’들을 정리했습니다.
1. 접전지역은 민주당이 휩쓸었다
15일 오후 6시15분에 발표된 방송 3사 공동 예측 출구조사 결과(95% 신뢰 수준 ±2.2~6.9%p 오차 범위)는 애초부터 민주당 압승이었습니다. 관건은 미래통합당이 박빙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자리를 가져가냐는 것이었습니다.
한국방송(KBS)의 예상은 민주당이 155∼178석, 통합당이 107∼130석이었습니다. 문화방송(MBC)은 민주당이 153∼170석, 미래통합당이 116∼133석, 에스비에스(SBS)는 민주당 154∼177석, 통합당 107∼131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개표 결과, 민주당은 접전 지역을 싹쓸이했습니다. 출구조사 최대치인 178석을 넘어 180석을 차지했습니다.
2. 사전투표, 박빙지역 승부 갈랐다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높은 사전투표율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였습니다. 지난 10~11일 실시된 사전투표에는 유권자의 4분의 1(26.7%)이 참여했는데요. 출구조사 표본에는 사전투표가 포함되지 않아 높은 사전투표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개표 결과, 사전투표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민주당이 막판 역전에 성공하거나, 표 차이를 벌이기 시작한 건 사전투표함이 개봉되는 순간부터였습니다.
대표 지역구가 경기 안산단원을입니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예상 특표율은 50.8%로, 박순자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3.7%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16일 0시까지 개표결과에서 앞서 나간 건 박순자 후보(50.8%)였습니다. 개표가 90.2% 진행된 새벽 3시께야 김 후보가 50.4%를 얻어 역전에 성공했는데, 이는 사전투표함의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통상 관외 사전투표함은 개표 막바지에 개봉되기 때문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단위별 개표결과’를 보면, 실제 관외 사전투표 득표수는 김남국 후보 4582표로 박순자 후보(2830표) 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김 후보는 새벽 5시께야 당선을 확정지었습니다.
부산 남구을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출구조사 결과 박재호 민주당 후보가 50.7%로 오차범위 내에서 1.9%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지만, 오후 11시30분께 이언주 미래통합당 후보가 역전에 성공하며 출구조사 결과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남구을은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이 15대~18대 총선까지 내리 4선을 지낸 전통적인 ‘보수텃밭’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개표율 90% 정도까지 이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섰지만, 막판에 사전투표함이 열리면서 박 후보의 표가 쏟아졌습니다. 박 후보는 이 후보에 1400여표 차로 승리했습니다. 중앙선관위의 개표단위별 개표결과를 볼까요? 관외 사전투표에서 박 후보는 4773표를 얻어 이 후보 보다 1835표를 더 얻었습니다. 그야말로 사전투표가 승부를 가른 겁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진태 미래통합당 후보가 맞붙은 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 역시 사전투표가 승부를 갈랐습니다. 관외 사전투표에서 허 후보는 김 후보보다 2배 이상 많은 6323표를 받았습니다.
4286표차로 승리한 경기 남양주시병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어떨까요? 김 후보는 주광덕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4286표 차이로 승리했는데, 관외 사전투표에서 주 후보 보다 2506표를 더 받은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3. 높은 대구 투표율은 보수대결집
21대 총선 투표율이 급상승한 가운데 유독 높아진 대구의 투표율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선관위 집계를 보면, 대구의 최종 투표율은 67%로 전국 평균인 66.2%보다 높았습니다. 대구의 지난 총선 투표율이 54.8%로 전국 꼴지였던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대구 격전지로 불리는 수성구의 투표율은 대구 내에서도 72.8%로 가장 높았습니다. 진보 결집이냐, 보수 결집이냐 의견이 분분했던 가운데 그 결과는 보수대결집이었습니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대구의 선택은 미래통합당이었다. 사진 네이버 화면 갈무리
대구 12개 지역구 가운데 11곳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들이 당선됐습니다. 나머지 1곳은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준표 후보에게 돌아갔습니다. 통합당이 대구 전 지역을 석권한 건 새누리당 시절인 2012년 19대 총선에 이어 8년 만입니다. 4년 전 총선에서 ‘31년 만의 대구 승리’라는 기록을 세운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재선에 도전했지만 20.6%포인트 차로 패배했습니다.
4. 황교안 대표는 자정 전에 일찌감치 대표직을 사퇴했다
21대 총선 결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황 대표가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할 것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종로에 출마한 황 대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8.2%포인트 차이로 패배하는 것으로 나왔고, 미래통합당의 성적 역시 나빴기 때문입니다.
16일 자정을 넘기기 직전인 15일 밤 11시40분께 황 대표는 개표상황실이 차려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황 대표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나라가 잘못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며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황 대표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황 대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종로 출마 선언을 차일피일 미루다 떠밀려서 출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종로에서도 큰 표 차이(1만7308표)로 낙선했기 때문입니다.
5. 개표방송 승자는 KBS?
개표방송 방송국 가운데 승자는 누구일까요? 시청률의 승자는 한국방송(KBS)이었습니다. 한국방송의 개표방송은 1~5부 모두 각각 시청률 3.4%, 11.7%, 10.5%, 9.6%, 6%(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다른 지상파 방송 및 종편을 압도했습니다.
한국방송이 개표방송에서 각종 선거 관련 정보를 깔끔하고 차분하게 전달했다면, 문화방송(MBC)과 에스비에스(SBS)는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 대선 개표방송에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해 국외 언론에까지 보도된 에스비에스는 이번에도 영화 알라딘의 요술램프 등을 결합해 재미 있는 합성 이미지를 선보였습니다. < 황춘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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