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막중한 책임감 느껴”
“위기 극복에 힘 실어준 국민이 존경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더불어민주당의 대승으로 끝난 21대 총선 결과에 관해 “위대한 국민의 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총선 결과 관련 입장문에서 “국민들께서 선거를 통해 보여주신 것은 간절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간절함이 국난극복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셨다”며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결코 자만하지 않고 더 겸허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코로나19 여파 탓에) 겪어보지 못한 국가적 위기에 맞서야 하지만 국민을 믿고 담대하게 나아가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위기극복에 힘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자랑스럽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총선을 무사히 치러낸 저력에도 자부심과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번 총선은 다시 한번 세계를 경탄시켰다“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참여 덕분에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우리는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전국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영국 등 세계 40여개 국가는 코로나19의 영향 탓에 선거를 연기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질서있게 선거와 투표에 참여해주셨고, 자가격리자까지 포함하여 기적같은 투표율을 기록해주셨다”고 수고를 감수한 국민을 추어올렸다.
그는 “큰 목소리에 가려져 있었던 진정한 민심을 보여주셨다”고도 했다. ‘큰 목소리’란 보수 언론과 일부 종교 세력이 주장한 중국인 입국 금지 비판이나 방역 실패론 공세와 여러 막말 사건 등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 성연철 기자 >
민주당 180석, 무슨 일 할 수 있나
‘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사실상 개헌만 빼고 다 할 수 있어
국회의장 외 부의장 1명 몫도 차지 상임위원장 16개
중 10~11개 배정
제21대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그야말로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는’ 막강한 의회 권한을 갖게 됐다.
더불어민주당(163석)과 더불어시민당(17석)이 이번 총선에서 확보한 의석수는 모두 180석으로, 전체 300개 의석 가운데 5분의 3에 해당하는 수치다. 우선,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한 대부분의 법안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킬 수 있다. 국회 임명 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대법관·헌법재판관 등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과반 의석만 있으면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180’이 매직 넘버인 까닭은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도 시간문제일 뿐 모두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을 지정할 수 있고, 의사 진행을 막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도 중단시킬 수 있다. 야당이 국회법 테두리 안에서 쓸 수 있는 견제 장치는 거의 무력화되는 셈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도 확실한 주도권을 쥘 것으로 예상된다. 본회의 진행·법안 직권상정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의장은 관례에 따라 다수당인 민주당이 가져가게 된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21대 국회에서 여당 내 최다선인, 6선에 오른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다.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제3당이 사라지면서 부의장 1명 몫도 민주당이 가져올 수 있다. 국회 부의장에는 5선 반열에 오른 김진표·이상민·변재일 민주당 의원이나, 4선 의원인 정진석·주호영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거론된다.
법안의 운명을 가르는 상임위 구성에서도 민주당의 입김이 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 16개 상임위원장은 원내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 비율에 따라 배정하는 만큼, 민주당은 10~11개 상임위원장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상임위로 꼽히는 법제사법위원장은 보통 야당이 맡는 것이 관례였으나, 전적으로 교섭단체 간 협상에 의존해 상임위원장 배분이 정해지므로, 여당이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이 압도적 과반을 차지하면서 전반기 원구성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커졌다. 국회법에 따르면 오는 6월7일까지는 전반기 원구성을 마쳐야 한다. 다만 통상적으로 야당이 자체 몸값을 높이기 위해 국회 원구성을 하나의 협상 카드로 활용해온 만큼, 원구성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황금비 기자 >
‘지도부 궤멸’ 통합당…비대위 체제 격랑 속으로
황교안 사퇴·심재철 낙선
‘공백’ 조기 전당대회 통한 수습 불가피
유승민·김종인 비상대책위장 거론 무소속서 생환한 ‘중진 4인방’ 주목
유례없는 참패로 풍비박산이 난 미래통합당이 새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 빨리 수습하려면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하지만, 당 지도부가 무더기로 낙선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혹독한 인물난에 직면한 통합당이 새 지도부를 꾸려 보수 진영의 방향성을 다시 제시하기까지는 상당 기간 동안 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참패 이튿날인 16일. 통합당에는 고요한 불안감만 감돌았다. 전날 밤 황교안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는 리더십 부재 상황을 몰고 왔다. 당헌 당규에는 당대표 유고 시에는 원내대표가 대행을 맡게 돼 있다. 그러나 심재철 원내대표마저 낙선의 고배를 피하지 못했다. 당 지도부 가운데 ‘살아남은’ 이는 조경태 최고위원(부산 사하을)이 유일했다.
당 주변에서는 수습책으로 △현 지도부가 일괄 사퇴한 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방법 △당 지도부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조 최고위원이 당대표 대행을 맡는 방법 △당선자 가운데 원내대표를 당겨 선출해 비대위 구성을 맡기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통합당은 2월 오는 8월31일까지 다음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다.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시점까지는 원내대표가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하거나 비대위를 꾸리는 업무를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4선 이상이 원내대표를 맡았던 전례에 비춰 보면, 주호영(대구 수성갑)·권영세(서울 용산) 당선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공백이 된 리더십을 메우는 데엔 공천 탈락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생환한 ‘중진 4인방’도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소속 출마 때부터 “살아서 당에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온 이들인 만큼, 조만간 입당 절차를 밟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4선 고지를 점한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과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당 밖에 있는데도 이미 원내대표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보수 잠룡으로 꼽히는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대구 수성을)는 복당한 뒤 당대표를 노릴 것 같다. 이들 역시 공천에 불복한 무소속 당선자들이지만 지금 통합당에는 ‘공천 불복’을 비판하고 이들의 복당을 막을 리더십조차 없는 상태다.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 의원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은 채 지원 유세를 폈다. 유 의원은 총선에서 유의동(경기 평택을)·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류성걸(대구 동갑) 등 자신과 가까운 전·현직 의원이 다수 당선되면서 세력을 구축할 기반을 마련했다. 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보수의 책임과 품격을 지키지 못했다. 백지 위에 새로운 정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 보수를 재건하겠다”고 향후 움직임을 예고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비대위원장 후보로 입길에 오른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대위원장 요청이 온다면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런 가운데 참패가 고질병인 당내 계파 갈등을 완화시켜 재건의 큰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기득권을 행사해온 친박계는 대거 낙선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번 총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천에 관여하지 않은 사실상의 첫 선거였다. 극단적 친박들은 공천에서 대거 배제되거나 낙선했다”며 “초선 의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계파 구분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김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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