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몰고올 변화에 주목하자
[최석원의 현명한 투자]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에 충격을 주기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어가면서 조금씩 희망적인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글로벌 확진자 수가 200만명을 넘어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확진자 수 증가세가 확연히 꺾여 하루 20여명 수준에 머물고 있고, 의료시스템 붕괴까지 우려됐던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도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 속도가 줄고 있다.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대면 접촉을 줄인 결과여서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초기의 공포에서는 조금이나마 벗어나는 모습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긍정적인 부분들도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행동 양식의 변화가 기술 혁명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는 ‘언택트’ 사회의 출현이 빨라질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고, 주식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선도해 온 기업들의 주가에 잠재적인 가치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미국 전체 주가지수는 아직 코로나19 충격으로 떨어진 폭의 반도 만회하지 못했지만, 온라인 쇼핑몰의 대표격인 아마존과 온라인 콘텐츠 공급의 최강자인 넷플릭스의 주가는 하락 전의 고점을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화상회의 시스템 줌(ZOOM)을 개발한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의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국내에서도 온라인을 이용하는 50~60대 ‘엄지족’이 크게 증가하며, 관련 기업들의 가치를 끌어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몰고 올 위험한 변화 역시 같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을 겪던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이 이번 사태로 한 번 더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영위하는 기업들의 경우에도 비즈니스 모델의 빠른 변신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국내 일부 대형 마트는 기존의 점포 수를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했고, 은행과 증권 등 금융기관들 역시 오프라인 점포의 구조조정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심지어는 미래형 비즈니스로 주목받던 사무공간 공유 서비스 기업 ‘위워크’나 숙박업소 공유 플랫폼 기업 ‘에어비엔비’ 역시 큰 어려움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지나가면 여행이나 사무 등 일상적인 활동이 재개될 것이라는 점에서 섣불리 해당 기업들의 미래를 점칠 순 없지만,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이 갖는 위험은 충분히 증명된 셈이다.
또한 산업과 기업이 아닌 거시 경제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정부의 힘이 다시 한 번 크게 강해지고 있다. 사실 큰 위기가 정부의 힘을 강하게 만드는 사례는 역사에서 흔히 발견된다. 전 미 연준 의장 앨런 그린스펀은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라는 책에서 1929년 대공황 이후 뉴딜 정책이 미국 정부의 권한을 영구적으로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 과정에서 미국의 공무원 수와 재정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어났다. 12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정부 지출의 급격한 증가와 모럴 해저드의 강화, 그 반작용으로서 규제 강화라는 형태로 정부의 영향력을 키웠다.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도 각국 정부는 그동안 자본시장의 근간이 되어 왔던 규칙에서 벗어난 정책을 사용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앙은행을 포함한 정부는 거의 무조건 기업 부도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재난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엄청난 재원을 쏟아붓고 있다.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에서조차, 비록 간접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긴 하지만, 중앙은행이 정크본드 매수를 지원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위기가 잦아들면서 현명한 퇴로를 발견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문제가 생겨도 언제든 정부가 도와준다’라는 시각이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올 변화를 지금 모두 가늠할 순 없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에서나 부정적인 측면에서의 큰 변화들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가계나 기업 모두 가능성이 있는 변화들을 하나씩 점검해 대응해야 하고, 정부는 스스로 진행한 위기 대응의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해야 한다. < SK증권 리서치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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