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국면서 각국 정상 통화요청에 위상 높아진 '전화외교 국격'
올해 들어 급증, '코로나 공조' 31차례..빌 게이츠와 전화도
트럼프와 통화가 24차례로 가장 많아..한반도 평화프로세스·코로나 협조 논의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 통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취임 후 해외 정상이나 국제기구 수장과 통화한 횟수는 이날로 꼭 100회를 채웠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코로나19 대응 등 주요 국면마다 외국 정상들과 '전화외교'를 시도, 적극적인 국제 연대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연도별로는 취임 첫 해인 2017년에는 총 37차례의 통화를 가졌다.
대선 바로 다음 날인 5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국을 포함해 5월 한달만 17차례 정상통화를 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총 22차례, 지난해에는 10차례의 '전화외교'가 이뤄졌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통화 횟수가 급격히 늘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를 시작으로, 이날 버라드커 총리까지 31차례에 걸친 통화에서 코로나19 공동대응에 머리를 맞댔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통화한 국가 및 국제기구 수장은 순서대로 중국,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터키, 프랑스, 스웨덴,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캐나다, 리투아니아, 에티오피아, 불가리아, 콜롬비아, 덴마크, 베트남, 페루, 세계보건기구(WHO), 호주, 폴란드, 에스토니아, 인도,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부탄, 미국, 인도네시아, 핀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등이다.
여기에 지난달 10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인 빌 게이츠와도 통화를 하는 등 민간 부문까지 보폭을 넓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정상외교 성과에 더해 3월 26일 주요 20개국(G20) 특별화상정상회의, 지난달 14일 '아세안+3(한·중·일)' 특별화상정상회의를 여는 등 국제공조의 기반을 다졌다.
문 대통령은 G20 특별화상정상회의에서 "G20 회원국들의 단합된 연대로 오늘의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7년 문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많이 통화한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모두 24차례로 집계됐다.
한미동맹의 특수성에 더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따라 활발한 소통의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미 정상은 지난 3월 26일과 4월 18일에도 전화를 하고서 코로나19 대응 협력 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두 번째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로 모두 12차례 통화를 했다. 다만 아베 총리와의 통화는 2018년 4월이 마지막이었다.
다음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네 차례씩 통화를 했다.
아일랜드 총리 한국 진단키트 큰 도움 장비구입 관심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오후 5시부터 30여분간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 통화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통화는 버라드커 총리의 요청에 의한 것이며, 문 대통령의 취임 후 100번째 정상통화이자 코로나19관련 31번째 통화라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밝혔다.
버라드커 총리는 통화에서 "아일랜드는 한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고무됐다"면서 "한국의 적극적 진단검사를 주시하다가 아일랜드도 한국처럼 진단검사와 확진자 동선추적을 한 결과 확진율과 치사율이 낮아지는 등 효과를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아일랜드도 한국처럼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며 "한국과 아일랜드는 민주성 원칙에 기반해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접근법이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가 큰 도움이 됐다"며 마스크 등 관련 의료용 장비 구입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아일랜드가 외국인 입국금지 등 강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에 기반을 둔 한국의 코로나 대응 3원칙과 일맥상통한다"면서 "비슷한 정신과 철학으로 코로나에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진단키트가 도움이 됐다니 기쁘다"며 "아직 국내 마스크 수급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나, 긴급한 국내 수요를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국내 마스크 생산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기 때문에 아일랜드에 마스크를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최근 록밴드 U2의 리더 보노로부터 양국의 협력을 요청하는 편지를 받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통화를 제의해 줘 감사하다. 총리께서는 의사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코로나19 대응 의료업무를 지원한다고 들었는데, 아일랜드가 하루 빨리 코로나19를 극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버라드커 총리는 "보노와는 개인적으로 친구사이다. 그는 아일랜드 뿐 아니라 전세계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6·25 전쟁 당시 한반도에 파병한 아일랜드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도 일관되게 지지한 것에 사의를 표했다.
버라드커 총리는 한국 총선에서 여당의 승리를 축하하며 아일랜드 평화구축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전문성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도움이 된다면 지원하고 싶다는 언급을 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버라드커 총리는 지난 2013년 교통관광체육부장관 시절 방한 소감을 전하며 부산 방문 등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외교채널을 통해 방한 문제를 협의해 나가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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