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5·18 진상규명, 처벌 아닌 바른 역사 기록에 목적“
40돌 5.18 민주화운동 참석, 기념사서 국가폭력 진상규명 의지 밝혀
문재인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국가 폭력의 진상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며 “이는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진실을 고백한다면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을 향해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광주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발포 명령자 규명과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의 진실과 은폐·조작 의혹과 같은 국가 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도 5·18의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진실이 하나씩 세상에 드러날수록 마음속 응어리가 하나씩 풀리고, 우리는 그만큼 더 용서와 화해의 길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왜곡과 폄훼는 더는 설 길이 없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진상규명의 목적이 책임자 처벌에 있는 게 아니라 올바른 역사 기록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진실을 고백한다면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포함해 신군부 세력의 반성과 고백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5월 정신’이 타인의 고통에 호응하는 평범한 정신이 모인 것이며 지금도 살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월 정신’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희망이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며 만들어진 것이다.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걱정하는 마음이 모여 정의로운 정신이 되었다”라며 “그 정신은 지금도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깃들어 코로나 극복에서 세계의 모범이 되는 저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병상이 부족해 애태우던 대구를 위해 광주가 가장 먼저 병상을 마련했고, 대구 확진자들은 건강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라며 “오월 어머니들은 대구 의료진의 헌신에 정성으로 마련한 주먹밥 도시락으로 어려움을 나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월 정신이 코로나 시대에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정신으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그는 “위기는 언제나 약한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하다”라며 “우리의 연대가 우리 사회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까지 미치고, 그들이 일어날 수 있을 때 위기를 극복하는 우리의 힘도 더 강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거듭 5·18 민주화운동 정신이 우리 민주주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으로 헌법에 명문화되어야 한다는 바람을 표시했다. 그는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을 새기는 것은 5·18을 누구도 훼손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일”이라며 “2018년, 저는 ‘5·18민주이념의 계승’을 담은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 언젠가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그 뜻을 살려가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개헌안 전문에 5·18과 함께 4·19, 부마항쟁, 6월 항쟁 등을 넣었다.
"세월은 흘러도 산천은 안다" 5·18 40주년 기념식 거행
신군부에 맞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이 된 5·18민주화 운동 40주년 기념식이 18일 거행됐다.
기념식은 이날 오전 10시 광주 5·18 민주광장(옛 전남도청 앞)에서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를 주제로 열렸다.
1997년 5·18민주화운동이 정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그동안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기념식이 열렸으나 올해는 처음으로 항쟁지인 5·18민주광장에서 개최됐다.
기념식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 주요 인사, 5·18민주유공자 및 유족 등 400여명만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취임 후 세 번째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발포 명령자와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헬기사격 등 국가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이제라도 용기 내 진실을 고백한다면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5·18 진상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도 기념식장을 찾았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함께 5·18 영령을 추모했다.
기념식은 방송인 김제동의 사회로 도입 영상, 국민 의례, 경과보고, 편지낭독, 기념사, 기념공연,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 순서로 진행됐다.
'26년,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등 5·18을 소재로 한 영화를 활용한 도입 영상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김용택 시인이 40주년 기념식을 위해 지은 시 '바람이 일었던 곳'을 문흥식 5·18 구속부상자회장이 묵념사로 낭독했다.
경과보고는 5·18 유가족인 남녀 대학생이 낭독했다.
이어 5·18 당시 남편 임은택(사망 당시 36세) 씨를 잃은 부인 최정희(73) 씨가 남편을 찾아 헤맨 지 열흘 만에 광주교도소에서 암매장 상태로 발견했던 사연을 편지로 전했다.
기념공연에서는 작곡가 정재일과 영화감독 장민승이 5·18 40주년을 맞아 미래 세대에게 5·18의 역사적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뜻을 담아 제작한 23분 길이 영상 '내 정은 청산이오'가 최초로 공개됐다.
출연진과 풍물패가 무대와 옛 전남도청 옥상에 올라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헌정 공연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행사 마지막에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
5·18 기념일은 1980년 신군부 세력을 거부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며 일어났던 5·18민주화운동의 민주·인권·평화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지난 1997년 5월 9일 제정됐다.
“늙었다고 모른척 말아요”…5·18기념식 오른 최정희씨 사연
남편 임은택씨, 암매장된 채 발견 30대에 홀로 세자녀 키우며 고생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편지 낭독을 마친 최정희씨를 부축하고 있다.
“억울하게 희생당한 우리 남편과 폭도 집안으로 몰려 고통받고 살았던 우리 식구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옵니다.”
18일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무대에 오른 최정희(73)씨는 남편 임은택(사망 당시 35)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한 맺힌 40년 세월을 토로했다.
부산이 고향인 최씨는 국제시장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전파상을 운영하며 세 아이도 얻었다. 1978년 부부는 임씨의 고향인 전남 담양군 대덕면에서 소를 키워 팔기 위해 이사했다.
5·18민주화운동이 한창인 1980년 5월21일 오후 임씨는 소 판매대금을 수금하기 위해 마을 주민 고규석(당시 37), 이승을(40), 박만천(나이 미상)와 픽업트럭에 타고 광주로 향했다. 광주에서 난리가 났지만 군인들이 빠져나가 안전하다는 소식을 들은 터였다.
각자 볼일을 마친 일행은 귀가하기 위해 옛 광주교도소로 향했고 갑자기 사격을 받았다. 총알 4발을 맞은 임씨와 고씨는 중상을 입어 쓰러졌다. 다리를 맞은 박씨와 총알이 스쳐 지나간 이씨는 간신히 도망칠 수 있었다.
이튿날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최정희씨는 이씨 등을 찾아 자초지종을 들었고, 군인들이 남편을 치료해줬을 것이라는 믿음에 고씨의 아내 이숙자씨 등과 광주에 있는 병원으로 찾아다녔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서 사연이 소개된 희생자 임은택씨.
하지만 1980년 5월30일 광주시청으로부터 광주교도소 인근 야산에 암매장된 임씨와 고씨의 주검을 발굴했다는 연락을 받으며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임씨 주검은 구두 한짝과 팬티만 입고 있었고 온몸에 피멍 자국이 있어 죽기 직전 군인들이 구타한 것으로 추정됐다.
시댁 식구들은 임씨를 담양 창평면 선산에 안장했다. 분통함을 풀 길이 없었던 최씨는 매년 5월이 되면 광주 북구 망월동 묘역을 먼저 들러 다른 희생자 가족들과 슬픔을 나눈 후 남편의 묘를 찾았다. 1997년 국립5·18민주묘지가 준공됐을 때 최씨는 남편과 다른 영령들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가족들을 설득해 이장했다.
33살의 나이에 홀로 세 아이를 키워야 했던 최씨는 한때 친정이 있는 부산으로 가기도 했지만 경찰의 집요한 감시에 다른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담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수금해야 할 돈은 누구한테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알 길이 없었고 오히려 남편이 빌린 돈은 가지고 있는 소를 다 팔아도 갚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최씨는 홀로 국밥집을 하며 간신히 자녀를 키웠다. 이날 기념식에서 최씨는 “젊어서 3남매 키우며 살기 팍팍했다. 한땐 먼저 떠난 당신이 원망스러웠다. 여보 다시 만나는 날 내가 너무 늙었다고 모른 척하지 말고 3남매 반듯이 키우느라 고생했다고 칭찬 한마디 해주시길 바란다. 우리 다시 만나는 날까지 부디 안녕히 계시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017년 제37주년 5·18기념식부터 5·18로 인해 가족을 잃어야 했던 평범한 사람들을 초청해 시대적 아픔을 전달하고 있다. < 김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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