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 피젯 스피너모양 기구 발명

전기 없이 감염성 질환 신속 진단 “개도국·오지서 항생제 남용 줄일 것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끈 장난감 피젯 스피너를 닮은 간단한 세균 감염 진단기구가 발명됐다.

기초과학연구원 첨단연성물질연구단(단장 스티브 그래닉)18전기 연결 없이 손가락으로 장난감 돌리듯 하면 감염성 질환 진단을 1시간 이내로 끝낼 수 있는 수동 진단기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단의 조윤경 그룹리더(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개발도상국이나 오지처럼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진단 시간이 길어져 발생하는 항생제 오남용에 의한 부작용과 비용을 해결할 방안을 연구했다. 세균 감염성 질환 진단은 보통 하루 이상 걸리는 배양 검사가 필요한데, 개발도상국의 경우 큰 병원에서만 가능해 검사에만 1~7일이 소요된다. 작은 의원에서는 일단 증상만으로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향이 있어 진단이 잘못됐을 경우 항생제 내성만 생기게 돼 치료비용이 커진다.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여러 처리 기술을 하나의 회로에 쌓아올린 칩 위의 실험실’(랩온어칩)을 개발했다. 하지만 칩 안에 시료를 이동시키려면 복잡한 펌프와 회전장치 등 제어장비가 필요해 전기가 부족한 오지 등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웠다.

기초과학연구원 연구팀이 장난감 피젯 스피너’(왼쪽)를 연상시키는, 전기 없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세균 진단용 스피너를 발명했다.

연구팀은 작은 힘으로도 빠르게 오래 회전하는 피젯 스피너장난감에 착안해 손으로 돌리는 미세유체칩을 구상했다. 피젯 스피너는 베어링을 중심으로 본체를 돌리는 손바닥 크기의 장난감으로, 한 번 돌리면 몇 분 동안 돌아가 2017년께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진단용 스피너에 소변 1를 넣고 한 두 번 돌리면 필터 위에 병원균이 100배 이상 농축된다. 여기에 시약을 넣고 기다리면 살아 있는 세균의 농도를 색깔에 따라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세균 종류도 알아낼 수 있다. 또 세균 검출 뒤에는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한 두 시간이면 끝난다.

연구팀은 인도 티루치라팔리시립병원에서 자원자 39명을 대상으로 병원의 배양 검사와 진단 스피너 검사를 각각 진행해 세균성 질환을 진단했다. 진단스피너 검사는 1시간 이내에 끝났고, 병원에서 배양에 실패한 경우까지 정확히 진단해냈다. 만약 현지에서 보통의 처방을 했다면 59%에 이르렀을 항생제 오남용 비율을 0%로 줄일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아이작 마이클 연구위원은 진단용 스피너는 개당 600원 정도에 불과하고 비전문가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 19일치에 게재됐다. < 이근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