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어테크놀로지, “코로나 무력화 중화항체 발견”
승인 땐 삼성바이오로직스서 위탁 생산
2003년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앓았다 완치된 환자의 몸에서 분리한 항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는 데도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항체를 발견한 미국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Vir Biotechnology)는 이를 기반으로 2개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물질(VIR-7831, VIR-7832)을 만들어 지난 3월부터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치료제는 정식으로 승인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위탁생산한다.
비어 테크놀로지 연구진을 비롯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18일(현지시각)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의 발견 내용을 소개했다. 연구진은 앞서 2003년 사스를 앓았던 환자로부터 사스에 대한 단일클론 항체를 분리한 바 있다.
항체란 인체에 침투한 외부 물질에 대항해 체내 면역 체계가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단일클론 항체는 병원체의 특정단백질(항원) 한 가지를 표적으로 삼는 항체를 말한다. 연구진이 찾아낸 항체는 사스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스파이크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였다. 돌기단백질은 바이러스 입자 표면에 뾰족이 솟아 있는 것으로,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할 때 도구로 사용하는 물질이다. 인간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 단백질에 달라붙어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든다.
따라서 이 항체를 이용하면 항체가 세포 대신 단백질에 결합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전 실험에서 이 항체가 사람과 동물의 사스 계열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돌기단백질의 입체 구조도.
다른 항체와의 시너지 효과도 가능
연구진은 이번에 사스 완치자의 기억B세포에서 추출한 항체 25개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지을 알아보는 교차반응성 실험을 실시했다. 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 당단백질은 아미노산 서열이 80% 일치한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8개 항체가 코로나19에도 억제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바이러스 자체 뿐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안에서도 잘 작동했다. 특히 한 항체(S309)가 강력한 중화 능력을 발휘했다. 연구진은 이 항체의 결정 구조를 통해, 항체가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에 어떻게 결합하는지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또 이 항체가 돌기 단백질의 다른 부위를 표적으로 삼는 다른 항체와 함께 작용할 수도 있음을 알아냈다. 이는 항체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 돌연변이의 출현 가능성을 줄이면서 바이러스 중화 능력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단일클론 항체들을 여럿 조합해 사용하는 방법을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음을 확인한 개념증명 연구"라고 밝혔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의 연구실.
“모든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에 통할 것”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이날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S309는 코로나19를 포함해 모든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에 통할 것으로 믿는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속 진화하고 있지만 S309의 중화 활동에 저항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임상시험은 거대 제약업체인 글락소미스클라인(GSK)의 투자를 받아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이 회사와 계약액 4400억원(3.6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치료제 위탁생산 확정의향서(Binding LOI)를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기술이전을 시작으로 2021년 3공장에서 치료제를 본격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감염성 질환 예방 및 치료제 개발 전문 생명과학기업이다. 이 회사의 조지 스캥고스(George Scangos) 사장은 계약 체결 당시 “팬데믹으로 전 세계 치료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량생산 설비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가 개발 중인 치료제가 임상을 통해 안정적이고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이 되면 바로 대형 생산에 돌입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곽노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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