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 전에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가? 하는 제목으로 설교를 한 적이 있다. 과연 하나님의 백성 또는 하나님의 자녀로 자처하는 성도들이 과연 하나님을 얼마나 알까? 물론 피조물 인생이 어찌 창조주를 알 수 있을까? 그냥 그런 질문을 던져보면서 우리의 불신을 따져 보며 다시금 그 사랑에 감격해 보자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얼마 전에 나는 한 작은 책에서 어느 분이 자신의 집 주변에서 묘목을 하는 분에게 물었던 질문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분이 묘목을 심고 가꾸는 모습을 유심히 봤는데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너무 많았다. 물 주는 날짜나 요일도 틀리고 물 주는 양도 틀렸다. 진짜 제 멋대로 였다. 일정하게 날을 잡아 주는 것도 아니고 어떤 때는 사흘 나흘 만에 줄 때도 있었고 어떤 때는 같은 나무라도 많이 줄 때도 있었고 작게 줄 때도 있었다. 그러다 때로는 약한 나무들은 옳게 물을 먹지 못해 말라 죽기도 했다. 그래도 그 분은 그런 식으로 주셨다.
너무 신기하여 묻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분의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 질 수 밖에 없었다.
그 분의 말씀에 의하면 채소는 한 두 달 가꿔 수확하지만 나무는 백 년을 내다 보기 때문에 사람이 주는 물로 만족을 할 것이 아니라 나무 스스로 땅속의 물을 찾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물을 주는 것은 하늘을 흉내 내는 것 뿐이라고 하셨다. 어디 하늘이 예고하고 비를 주는가? 비가 올 때도 있고 안 올 때도 있고 많이 올 때도 있고 작게 올 때도 있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불규칙한 날씨에 적응 못하는 묘목은 말라 죽지만, 죽자 사자 땅속으로 파고 들어 수원을 찾아내는 나무는 백 년이 지나도 살아 남는 거야 하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그렇다. 나무 스스로 불규칙한 삶에서 견딜 수 있는 생존방법을 스스로 터득 케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뭄처럼 물을 안 주다가 때로는 많이 주어 소낙비를 맞는 것처럼 하면서 스스로 생존의 방법을 알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참 대단한 분이시다 하고 생각했다. 묘목을 하시는 다른 분들도 그렇게 하시는지 모르지만 진정 나무를 키워도 철학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사람이 말하지 못하는 나무도 그렇게 훈련을 시켜서 이 땅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도록 만드는데, 인간을 창조하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 그 뜻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하나님도 인생에게 충분한 물을 늘 골고루 또는 규칙적으로 주어서 인간으로 하여금 배부르고 편하게 살 수 있게 하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그의 자녀를 결코 그렇게 다루시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 삶을 타개해 나가는 방법을 깨우치게 하시는 하나님이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살아가는 인생의 길에 정녕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 내게 흡족하지 않고 때로는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다 해도 하나님의 뜻, 그 계획, 그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성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경진 - 토론토 빌라델비아 장로교회 담임목사>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마당] 왜 FTA진실을 감추는가 (0) | 2011.10.24 |
---|---|
[사설] 또 불거진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의혹 (0) | 2011.10.18 |
[사설] 의혹의 핵심은 나랏 돈 전용 여부 (0) | 2011.10.18 |
[한마당] 소통은 듣기 보다 실천이다 (0) | 2011.10.18 |
[한마당] 사상 최고의 성공 (0) | 2011.10.11 |
[한마당] 용기와 오만의 차이 (0) | 2011.09.30 |
[사설] 개인정보 팔아먹으며 개인정보 보호? (0) | 2011.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