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수십억 대통령 관저 공사, 김 씨와 친분 아니면...”

조선  “부인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요구

 

중앙 “민생 행보도 좋지만 사과가 우선임은 뻔한 얘기”

 
 
▲9월 8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2024년 추석 영상 메시지를 촬영했다. 사진=대통령실
 
 

야당에서 김건희 씨를 ‘권력 서열 1위’라고 공공연히 부르는 가운데, 신문 사설도 연일 김 씨를 향하고 있다. 104개 주요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 따르면 최근 3개월(6월14일~9월14일) 간 ‘김건희’가 언급된 사설은 32개 신문사에서 모두 444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건희 씨에 대해 이른바 '조중동'의 논조가 비판적으로 바뀐 변화가 눈에 띄어 주목된다. 

김건희 씨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전주’ 손아무개 씨가 방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동아일보는 14일 사설 <도이치 전주 유죄… 檢 ‘김 여사 폭탄 돌리기’ 명분 더 남았나>에서 “4년 5개월간 김 여사 처분을 놓고 ‘폭탄 돌리기’를 한 역대 검찰 수뇌부의 무책임이 기막힐 따름”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주가조작에 동원됐고, 김 여사 계좌로 거래된 이 회사 주식이 40억 원 상당에 이른다. 증권사 직원이 주식 거래 내역과 금액을 김 여사에게 전화로 알려주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법원에 제출됐다. 김 여사가 ‘그분한테 전화 들어왔죠?’라고 언급한 부분도 있다”고 썼다.

이 신문은 “시세조종을 주도한 투자자문사의 컴퓨터에선 김 여사 계좌의 인출액과 잔액 등이 정리된 ‘김건희 파일’이 발견됐다. 항소심 판결문에는 김 여사 이름이 87차례나 등장한다. 김 여사가 단순한 전주 이상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나올 만한 정황들”이라며 검찰이 더는 ‘폭탄 돌리기’를 이어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전 과정이 특혜, 비리, 조작, 불법으로 진행된 ‘용산 이전’> 사설에서 또 다시 김 여사를 겨냥했다. 이 신문은 “국가 최고 보안 시설인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를 주도한 사업자는 영세 인테리어 업체였다. 무자격 업자들에 하도급을 주었고, 정부는 준공 검사 서류를 조작했다”면서 “관저 공사 복마전의 시작은 ‘21그램’을 수의계약으로 선정한 것이다.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후원사”라고 썼다. 이 신문은 “영세 업체가 관련 면허도 없이 수십억 대통령 관저 공사를 따낸 것은 김 여사와의 친분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며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김건희 씨를 향한 우려와 비판은 사설에 그치지 않고 있다. 앞서 김대중 전 조선일보 주필은 10일자 칼럼에서 “윤 대통령에게 바라는 보수층의 옵션도 드러나고 있다. 부인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진솔한 대국민 사과다. 개혁의 과제들을 정리하고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개인적 생각, 가족적 체면이 중요할 수 없다”고 썼다. 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실장은 7월13일자 칼럼에서 “용산발(發) 뉴스 중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다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말도 나온다”며 “크고 작은 스캔들이 잇따르면서 국정 곳곳에 김 여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인상이 굳어졌다. 불길하고 또 불길하다”고 썼다.

한국일보도 14일 <‘도이치’ 전주 유죄, 김 여사 의혹 방어논리 무너졌다> 사설에서 “다른 전주들과 달리 김 여사 모녀만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직접 ‘주포’(시세조종 총괄기획자)를 소개받았다. 김 여사 모녀가 도이치 주식 거래로 22억9000만 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검찰 의견서도 나왔다”며 “검찰의 엄정한 수사와 법리에 따른 원칙적인 처리만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한 국정지지도를 언급하면서도 김 씨가 등장했다. 한국일보는 같은날 <매서운 추석 민심, 尹대통령 국정 전환 없인 출구 없어>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20%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전이 없다면 10%대 위험수위도 시간 문제”라며 “더욱 문제인 것은 지지율이 바닥인데도, 이를 신경 쓰지 않는 윤 대통령의 행보”라고 썼다. 

 

▲9월 10일 김건희 씨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해 현장 근무자를 격려했다고 밝혔다. 사진=대통령실
 

한국일보는 “공천개입 의혹마저 불거진 김건희 여사는 명품백 수수에 대해 국민에게 해명, 사과 한마디 없이 단독·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심지어 마포대교 현장에서 자살 예방 조치 등을 공무원들로부터 보고받고 지시하는 등 공직자 배우자로서 부적절한 모습까지 거침없이 공개했다”고 썼다. 이 신문은 “국민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할 때 대통령 부부의 추석 인사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다”고 썼다. 

한겨레는 같은 날 <윤 대통령 취임 후 ‘최저 지지율’, 국민 경고 외면하면 민심 이반 더 커진다> 사설에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이 유일하게 기댈 것은 국민 지지율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하는 대로라면 10%대로 떨어진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의원내각제 국가라면 벌써 ‘내각 총사퇴’를 했을 상황”이라고 썼다. 이 신문은 “이미 윤 대통령은 국정 동력을 대부분 상실한 사실상 식물 대통령 신세”라고 전한 반면 “김건희 여사는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없이 마치 ‘통치하듯’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고 썼다.

 

▲ 대통령실은 "지난 10일 김건희 여사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해 생명 구조의 최일선에 있는 현장 근무자를 격려했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김 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방문한 사진 18장을 대통령실이 공개했다. 야당에서 국정·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하는 등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는 분위기인데 김 씨가 전면에 나서면서 다수 언론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김 씨에게 다른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관계 회복이 필요한데 관련해 김 씨가 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12일자 한겨레 만평



검찰 면죄부에 김건희 여론 무시한 공개 행보?

경향신문은 4면 <김 여사, 여론 질타 아랑곳 않고 전면에…‘통치자 같은’ 현장 행보>란 기사에서 “김 여사의 행보는 통치자를 연상케 한다”며 김 씨가 “앞으로도 문제를 가장 잘 아는 현장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겠다”며 “자살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현장에 와보지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한강대교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한 발언을 함께 전했다.

경향신문은 “최근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국민권익위,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이어 검찰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 결정을 하면서 김 여사의 활동폭도 넓어지고 있다”며 “김 여사는 지난 3일 미국 상원의원 부부들을 청와대 상춘재에 초청해 만찬을 같이하며 자신의 생일을 축하받기도 했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함께 대국민 추석 인사 영상에도 다시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 대통령실은 "지난 10일 김건희 여사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해 생명 구조의 최일선에 있는 현장 근무자를 격려했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김 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대통령실



또 경향신문은 “한국갤럽의 9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23%로 바닥 수준을 기록했다. 오만·불통 이미지에 의료공백까지 겹치면서 민심 이반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굳이 여론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4면 <명품백 면죄부 받은듯…김건희 여사, 사과없이 공개 행보>에서 “김 여사는 검찰이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지난달 20일 이후 공개 일정을 부쩍 늘리고 있다”며 “지난달 22일엔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 지난 2일엔 미국 상원의원단 초청 부부 만찬 등에 참석했고, 6일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배우자와 함께 케이팝 엔터테인먼트사도 방문했다”고 전했다.


                         ▲ 12일자 한겨레 기사



한겨레는 해당 기사에서 야당의 비판을 함께 전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수사 여론 속 잠행 중이던 ‘인스타 김건희’가 다시 등장했다”며 “‘황제 소환’에 종결 처리, 세탁 수사를 즐기더니 자기 마음대로 다 털었다며 정권 주인 행세를 다시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김건희씨가 다시 ‘대통령 놀이’를 시작하는 모양”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안혜리 논설위원의 칼럼 <김건희 여사의 민생 행보>에서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김 씨 사진들을 공개한 것을 두고 “당장 ‘대통령 같은 행세’라는 비판이 나왔다”며 “공개한 사진을 보면 어려운 일 하는 현장 근무자를 챙기는 민생 행보라기보다 어쩐지 상급자의 현장 시찰 느낌이 물씬 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분명 ‘격려 방문’이라는데,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는 건 결국 대다수 국민이 진정성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민생 행보도 좋지만 사과가 우선이라는 뻔한 얘기를 또 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한편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尹 대통령 위해 金 여사만이 할 수 있는 일>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준석 의원·한동훈 대표와 관계가 좋지 않은데 이를 개선해야 하기 위해 ‘김건희 역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은 두 사람(이준석, 한동훈)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해 국정 동력을 축적하고 흩어진 여당의 정치적 기반을 재구축할 수 있다”며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된 소수파 대통령으로서 남은 절반 임기의 국정을 안정시킬 방안이 무엇인지 숙고했으면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범여권 내부의 정치적 관계 정상화가 절실하다”며 “한동훈, 이준석과 인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정치적으로라도 관계를 회복한다면 여권 내부, 나아가 국민에게 주는 상징적 의미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은 김 여사일 것”이라며 “김 여사가 대통령을 위해 두 사람과의 관계 회복을 고언했으면 한다. 김 여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 정철운, 장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