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디플로매트 분석
"윤, 그 가족 비판하는 언론 자유엔 부정적"
비판적 언론인 자택과 언론사 압수수색 빈발
윤의 거부권 남용, 이재명·문재인 수사 비판
윤 '2000명' 집착…"과학적 근거 제시 못해"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과 그 너머에 대한 접근에선 한국의 핵심 가치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반복해서 강조해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특정 언론인이나 언론 매체들이 그의 정부나 가족에 관해 비판적 이야기를 전할 때는 그가 언론의 자유를 지지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디플로매트, 윤석열 인기 추락 보도
"윤석열 왜 인기 없나?…설명 거리 많아"
미국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매트>는 '한국 윤석열은 왜 그리 인기가 없는가'란 13일 자 기사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디플로매트는 "한국인 다수는 자국 대통령이 일을 잘못한다고 여기고 있다. (왜 그런지) 설명할 거리는 부족하지 않다"라면서 그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윤석열의 언론 탄압"을 거론한 것이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5월 3일 발표한 올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62위였다. 디플로매트는 "한국은 2002년엔 43위, 작년엔 47위를 기록했다. 이는 윤석열 취임 이후 언론 자유의 지속적인 축소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에는 41위였다.
한국갤럽이 9월 10일~12일 전화면접 방식으로 전국 남녀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윤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긍정은 취임 이후 최저치인 20%를 기록해 '레임덕'을 지나 사실상 '데드덕'을 뜻하는 10%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반면에 부정은 70%에 달했다.
"북한엔 자유 강조, 언론 자유에는 부정적"
비판적인 언론인과 언론사 압수수색 빈발
언론 탄압 사례로 디플로매트는 먼저 MBC를 들었다. 2022년 9월 뉴욕 방문 때 벌어진 윤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발언에 대한 MBC 보도가 충돌의 시작이었다고 소개했다.
디플로매트는 "그 이후로 윤 정부 관리와 지지자는 MBC를 가짜 뉴스를 전하는 선전 매체로 여기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인의 약 60%는 그 보도에 잘못된 게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를 빌미로 용산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외국 순방 때 MBC 출입 기자를 상대로 취한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와 함께 이에 대한 한국기자협회와 서울외신기자클럽의 비판도 소개했다.
디플로매트는 "윤이 집권하고 몇 달 만에 발생한 이 MBC 사건을 보고 언론인들은 대통령실이 자신들의 보도를 부정적이라고 보면 윤 정부가 자신들을 고소할 수 있다고 두려워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잡지는 또한 "경찰과 검찰은 대통령실이 가짜 뉴스를 전파했다고 비난하는 언론인들의 자택이나 뉴스룸에 들이닥쳤다"라고 빈번한 압수수색을 겨냥했다.
지지율 추락의 또 다른 주된 요인들로 디플로매트는 △ 의사 파업 △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비건설적 경쟁 △ 대북한 관계 관리 실패 등을 거론했다.
"한국, 더 많은 병원 응급 환자 수용 거절"
윤 '2000명' 집착…"과학적 근거 제시 못해"
먼저 의사 파업과 관련해선 지난 2월 이후 전공의들이 내년부터 향후 10년간 연간 의대 입학정원을 매년 2000명씩 증원한다는 윤 정부의 계획에 반발해 업무를 중단했고, 현재 1만2000명 넘은 전공의가 진료를 그만뒀으며, 의대 교수들도 파업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특히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한국 의료시스템이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전국 211개 종합병원의 경우 전공의 8%만이 근무 중이란 한국 언론 보도를 소개했다. 디플로매트는 "더욱더 많은 병원이 전공의 부족으로 응급 환자 수용을 거절하고 있다"면서 지난 5일 심정지 사고를 당했지만 가까운 응급실에 가지 못해 안타깝게 숨진 조선대 여학생을 예로 들었다.
디플로매트는 교육부가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확대 계획을 확정했지만, 의료계는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정치권, 의료계 간의 합의가 있기까지 전공의 파업은 무기한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디플로매트는 "다수의 한국인은 정부가 양보하고 (의대 입학정원) 확대의 '규모와 시점'을 조정해 의사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2000명' 증원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최소한의 숫자"라고 주장했지만, 윤 정부는 어떤 과학적 접근을 통해 그 수치에 도달했는지를 설명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윤, 역대 누구보다 많은 거부권 행사"
"채 해병 특검에 한국민 약 70%지지"
'민주당과의 비건설적 경쟁'도 윤석열의 인기 하락 요인으로 들었다. 기사에서 디플로매트는 지난 4·10 국회의원 총선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야권이 300석 중 192석을 얻어 원하는 법안은 모두 통과시킬 힘을 갖게 됐다고 소개했다. 잡지는 "그러나 대통령에겐 통과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이 있고, 윤 대통령은 이미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더 많은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거부권 남용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야권의 고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 관련 수사 외압 의혹 특검 법안 처리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정부와 야권 간의 "지속되는 주요 충돌 지점 중 하나"라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야권이 향후 채 해병 특검법을 처리해도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하지만, 한국인의 약 70%가 민주당의 특검법 처리 시도를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문재인 수사에 지지자들 분노"
김건희 부정비리·공천개입 혐의엔 함구
이와 함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년간에 걸친 검찰 수사들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최근의 수사 움직임이 "자유주의 세력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는 점은 명백하다"며 "윤의 비판자들은 이들 사건을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한 디폴로매트는 역대 한국 대통령으론 최초로 지난 2일 정기국회 개회식 겸 제22대 국회 개원식에 윤 대통령이 불참한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 백 수수 같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부정·비리 혐의와 공천 개입 등 국정농단 논란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다음은 대북 관계 관리 실패를 윤 대통령의 인기 하락 요인 중 또 하나로 거론했다. 디플로매트는 "북한에 대해 윤은 대화와 평화에 무게중심을 둔 전임자의 온건한 접근법과 대조적으로 강경한 접근법을 취해왔다"며 "그러나 북한은 윤의 접근법에 지속적인 핵 역량 보강과 최근의 대러시아 관계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잡지는 이어 "더구나 그는 역내에서 한미일 3자 동맹을 구축하고자 적극적으로 일본과의 관계 복원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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