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한 검사'라는 기만적 연출, 실상은 정권 하수인
비장한 척하다 어이없게 꼬리 내리는 행태 되풀이
"지구 멸망해도 정의 세운다" 퇴임식까지 '정신승리'
검찰개혁 완전히 거꾸로 돌린 윤석열 정권 첫 총장
'살권수' 웃픈 광대놀음 끝에 김건희 '면죄부 쇼'만
"검찰 망친 주요 배역 수행"…역설적 기여가 될까
김호경 시민언론 민들레 에디터‧편집이사
기자로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검찰의 사건 조작에 관한 기록과 증언들을 접하고 몸서리를 친 경우가 허다하다. 그중에서도 2020년 10월 KBS '시사직격'을 통해 방영됐던 <메이드 인 중앙지검>의 한 장면이 종종 악몽처럼 떠올라 등골이 서늘해지곤 한다. 내가 접했던 국회의원들 가운데 가장 양순하고 겸손한 인품의 소유자였던 김재윤이 2021년 6월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에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 뒤로 그의 노기 가득했던 절규가 한동안 귓가를 맴돌았다.
'입법 로비' 사건이 조작극임을 절규하다 생을 마감한 김재윤의 경우
소위 '입법 로비' 사건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신학용 의원과 함께 기소됐던 3선 중진 김재윤은 의원직을 상실한 채 4년 형기를 다 마치고 출소했다. 그러자 입법 로비 당사자인 김민성 전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서종예) 이사장이 김재윤을 찾아와 용서를 구했다. "짜여진 틀에서 저로 인해서 피해를 보신 분들이 (감옥) 안에 계실 때도 저 역시 평생 죄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고…."
검찰은 김재윤을 특가법상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한 뒤 징역 7년을 구형한 반면, 정작 금품 로비를 했다는 김민성 이사장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로비 진술을 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는 이유로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교비 횡령으로만 기소해 결국 집행유예를 받게 해줬다. 김민성은 나름대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듯했지만 그 '짜여진 틀'이라는 게 뭔지 구체적인 사정은 털어놓지 않았는데, 방송을 보면 전후 상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김재윤 : 만나자는 이유가 뭡니까?
김민성 : 저로 인해서 큰 고초를 겪게 해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제가 죄송하다는 말로 용서를 구하는 게 제일 빠른 것 같아서.
김재윤 : 용서를 구한다고 그러면, 사죄한다고 그러면 끝나는 거예요? 진정 용서를 구하는 게 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세요.
김민성 : 죄송합니다.
김재윤 : 용서를 구한다고? 나한테 용서를 구할 자격이 있어요?
김민성 : 제가 그 상황에선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김재윤 의원 : 무슨 상황이요? 얘기해 봐요. 얘기해 봐요. 그 상황이 뭔지. 그래서 막 나한테 다 뒤집어씌우고 살고 싶어? 진실을 말해!!!
김재윤은 출옥한 뒤에도 당시 검찰 수사가 박근혜 대통령 시절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의 기획 하에 이뤄진 하명 수사이자 조작극임을 주장하며 주변에 울분을 토했고, 누명을 벗지 못하는 처지를 괴로워하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뇌물이 전달됐다는 직접적인 물증은 없고, 검찰에 뒷덜미를 잡혀 궁박한 처지에 놓였던 김민성의 진술뿐이던 이런 유형의 조작 (의심) 사건들이 한국 현대사에 얼마나 많았던가. 반대로 '내 편'의 부정‧비리는 최대한 덮어주는 적나라한 봐주기 수사는 또 얼마나 부지기수였던가.
인혁당 사건, 인혁당 재건위 사건, 민청학련 사건, 동백림 사건, 김대중 납치 사건, 납북 어부들 간첩 조작 사건, 각종 긴급조치 위반 사건, 김근태 고문 은폐 사건, 부림 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형제복지원 사건, 전두환·노태우 등 쿠데타 및 광주 학살 일당 불기소 결정,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 떡값 검사 등 삼성 X파일 사건, 미네르바 사건, 정연주 KBS 사장 배임 사건, PD수첩 사건, 용산 참사, 이명박 주가 조작 및 BBK·다스·도곡동 땅 실소유 모조리 무혐의 처리, 이명박 관련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 이상득 관련 신한금융 사건, 천신일 비리 사건, 한상률 국세청장 로비 사건,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 하베스트 유전 등 자원외교 비리 사건, 장자연 리스트 사건, 김학의 사건, 한명숙 사건, 노무현 사건, 정윤회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부산저축은행 사건, 엘시티 사건, 그랜저 검사 사건, 벤츠 여검사 사건, 윤우진 사건, 옵티머스·라임 사건, 포항 가짜 수산업자 사기 사건, 조국 사태, 윤미향·정의연 사건, 고발 사주 사건, 울산 고래 고기 사건, 곽상도 아들 퇴직금 50억 사건, 문재인 정부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태양광 비리 사건, 통계 조작 사건, 뉴스타파 등의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그리고 윤석열‧김건희‧최은순의 숱한 '본부장' 사건들….
검찰 적폐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의 현주소…윤 정권 들어 더 악화
상대가 적군이면 광기 어린 사냥개, 아군이면 꼬리만 흔들어대는 애완견 노릇을 하며 극단적인 편파 수사를 일삼고 공소권을 제멋대로 행사해온 상당수 검사들의 적폐가 윤석열 정권 들어 가히 극한으로, 적어도 87년 민주화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은 다수 국민이 공유하는 주지의 사실이다. 검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는 설문 문항이 100개가 넘는 시사IN의 대형 프로젝트 '대국민 검찰 여론조사'를 통해 실증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검찰청법은 검사를 '공익의 대표자'라고 정의하지만 이게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잠꼬대 같은 소리인지 여론조사의 주요 결과를 보자. '다음 진술에 동의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2023년 10월 16일~18일, 한국리서치, 웹조사, 1000명, 95% 신뢰수준에 ±3.1%p)
-검사는 법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하고 있다 : '그렇다' 37.4% / '그렇지 않다' 58.2% / '모르겠다' 4.3%
-검사는 권력자의 부패와 기업의 비리를 단호하게 수사하고 있다 : '그렇다' 27.6% / '그렇지 않다' 67.9% / '모르겠다' 4.4%
-검사는 동료 검사 및 검사 출신 인사에 대한 수사를 공정하게 하고 있다 : '그렇다' 17.4% / '그렇지 않다' 77.1% / '모르겠다' 5.5%
-검찰은 국민의 세금을 투명하게 사용하고 있다 : '그렇다' 20.4% / '그렇지 않다' 67.3% / '모르겠다' 12.3%
-검찰이 언론에 제공하는 정보는 신뢰할 만하다 : '그렇다' 28.7% / '그렇지 않다' 62.1% / '모르겠다' 9.2%
-윤석열 대통령의 등장으로 검찰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졌다 : '그렇다' 19.9% / '그렇지 않다' 72.8% / '모르겠다' 7.3%
-윤석열 정부 이후 검찰은 정부와 여당에 대해서 공정하게 수사하고 있다 : '그렇다' 23.5% / '그렇지 않다' 66.6% / '모르겠다' 9.9%
-윤석열 정부 이후 검찰은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 대해서 공정하게 수사하고 있다 : '그렇다' 26.2% / '그렇지 않다' 64.0% / '모르겠다' 9.8%
시사IN은 이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검찰 공화국'이라고 생각하는지도 시민들에게 물었다.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출간한 저서 〈디케의 눈물〉에서 한 문단을 발췌하고, 이 글이 누구의 진술인지는 밝히지 않은 채 동의 여부를 질문했다.
"군사독재 시대에서는 검찰권이 정치권력의 의도대로 운영되는 정도였다면, 이제 검찰 자체가 정치권력을 잡았다. '권력의 시녀'가 권력 자체가 된 것이다. 검찰청이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등 17개 청 위에 군림함은 물론, 정부 각 부서 요직에 전현직 검사를 배치해 검찰 가족이 지배하는 나라가 만들어졌다."
윤석열 정부와 검사 집단에 관한 이 서술에 대해 62.4%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진보층의 86.5%, 중도층의 59.9%, 보수층도 46.0%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25.7%에 불과했고, '모르겠다'는 11.8%였다. 아울러 검찰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판단을 물었더니 '보수 쪽에 가깝다'는 응답이 53.4%로 절반을 넘겼고, '진보 쪽에 가깝다'는 12.0%에 그쳤다. 이밖에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지 않다' 16.2%, '모르겠다' 18.3%였다.
어떤 검찰개혁 방안을 더 선호하는지 물으면서 검찰개혁 방안 10가지를 제시했더니 '위법한 잘못을 저지른 검사를 파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가 찬성 84.5%로 1위를 차지했다. '검사는 법률 전문가이므로 검찰개혁은 그들 자신의 손에 맡기는 것이 옳다'라는 방안은 찬성이 21.5%밖에 안 나와 10가지 방안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시사IN은 이 같은 대국민 여론조사의 전반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검찰 집단에 우호적인 이들의 범위는 대략 17~32%인 반면 부정적인 이들은 57~72%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비장한 척하다 어이없게 꼬리 내리기 반복…처음 보는 검찰총장
이것이 검찰을 둘러싼 여론의 현주소다. 시민들은 검찰이 매우 불공정하고, 윤석열 정권 들어 상황이 더 악화돼 '검찰 공화국'이 됐으며, 스스로 개혁할 자정능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특수부를 중심으로 한 일부 정치검사들의 작태이든, 검찰 전체의 구조적 문제이든 이 통제 불능의 폭주 기관차에 급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게 다수 국민의 절박한 상황 인식이다. 그럼에도 검찰독재정권을 떠받치는 정치검사들은 자신들을 '정의의 화신'으로 설정한 가상현실 속에서 국민을 속이려 들고, 그 매소드 연기에 도취해 스스로도 속는 기만극을 태연하게 벌인다. 그런 정신 승리의 대표적인 인물이 이원석 검찰총장이었다.
검찰이 정권의 시녀이자 사병으로 밑바닥까지 타락하는 데 큰 책임이 있는 이원석 총장이 15일자로 퇴임했다. 그는 '용산'에 항거라도 하는 것처럼 짐짓 비장한 척 언론을 향해 한마디 꺼냈다가 다음날이면 곧바로 입을 다무는 기묘한 행태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다른 정치검사 보스들과는 다른 독특한 면이 있었다. 물론 '직을 걸겠다'고까지 나아가거나 '사표 제출'과 같은 액션은 절대 취하지 않았다. 그 웃픈 처세술은 슬픈 표정의 얼굴 분장을 하고 행동거지는 우스꽝스러운 피에로를 연상케 하곤 했는데, 추석 연휴 전에 앞당겨 퇴임식을 하는 자리에서도 한 편의 부조리극을 연기하는 듯 비현실적인 너스레를 장황하게 늘어놨다.
"별빛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끊임없는 비바람과 거친 파도에 맞서 힘겹게 사나운 바다를 헤쳐나가야 했습니다. (…)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었습니다. 마주하는 모든 일마다 오로지 '증거와 법리'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판단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결정하려 노력했습니다만…."
"2022년 5월 '수사권 조정'과 소위 '검수완박'을 겪고 난 검찰은 말 그대로 병들어 누운 환자였습니다. 우선 법령과 제도를 바로잡고 정비하여 수사가 업(業)의 본질인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게끔 복원시켰습니다. 병들어 누운 검찰을 겨우 일어나 앉게 하고, 두 다리로 버티어 서게 하고, 그다음 걷고 뛰도록 만들었습니다.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기소를 통해 공동체의 헌법 질서를 지켜내고자 하였습니다."
"검찰의 주된 존재 이유는 '옳은 것을 옳다, 그른 것을 그르다'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 검찰은 '옳은 일을 옳은 방법으로 옳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하여 하나하나의 사건마다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를 세운다'는 기준과 가치로 오로지 증거와 법리만을 살펴 접근하여야 하고, 개인이나 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야 합니다. (…) 검찰은 '법의 지배', '법치주의'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야 합니다."
'강직한 검사'라는 기만적 연출, 실상은 정권 하수인 역할에 충실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쏟아낸 퇴임사는 마블 히어로 영화의 대사 같기도 했다. '피에로 총장'은 시종 숙연한 표정으로 지구의 정의를 다 짊어진 듯한 의로운 검사 흉내를 내서 많은 국민을 웃기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헛웃음, 비웃음의 '썩소'라도 말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의뭉스러운 연기가 검찰 조직 내에서는 잘 먹힌다고 판단해 마지막 날까지 관객인 후배 검사들 앞에서 혼신의 열연을 펼쳤을 것이다. 임은정 검사는 일찍이 '이원석 선배'를 가리켜 "강직한 검사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그래서 유능하고 괜찮은 검사라고 다른 사람들도 속일 수 있는 검사" "치세에 능수능란한 검사, 난세에 간교한 검사"라고 평한 바 있다.
임은정 검사가 예견했던 대로 이원석 총장은 "검찰을 망치는 주요 배역을 수행하고" 임기 2년을 무사히 채웠다. 2022년 5월 총장 공석 시기에 대검찰청 차장으로 임명돼 총장 직무대행 업무를 수행한 기간까지 합하면 총 2년 4개월간 그는 문재인 정부가 그나마 일궈놨던 검찰개혁 제도 전반을 퇴행시키고 정적 제거를 위한 칼잡이 노릇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그 주변에 대한 전방위적 '인간 사냥'은 이 총장 취임 이후 본격화했다. 이원석 검찰은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의혹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의혹, 위증교사 의혹,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대북 송금 의혹, 경기도 법카 유용 의혹 등을 수사하거나 창작하며 지금까지 이 대표를 상대로 2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5차례에 걸쳐 기소해 총선 기간에도 이 대표를 법정에 가두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까지도 혐의를 끊임없이 확장하는 중이다.
아울러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중 이뤄진 온갖 정책 결정 사안을 권력형 비리 사건인 것처럼 몰아가다 기어이 문 전 대통령 본인까지 '뇌물수수 피의자'로 정조준하는 작업도 이 총장 체제에서 9부 능선을 넘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명예훼손'했다는 이유로 비판적인 언론인들의 자택과 사무실을 이 잡듯 압수수색하고 주변 지인과 일반 시민들까지 포함해 무차별적인 통신조회를 벌인 만행도 빼놓을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제1야당 중앙당 압수수색 세 차례를 비롯해 '나올 때까지 샅샅이 터는' 빈번하고 광범위한 강제수사는 이원석 검찰에서 아예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고발 사주' 사건의 피고인 손준성 검사를 도리어 '검찰의 꽃' 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온갖 개인적 비위 및 사건 조작에 관한 증거와 정황이 차고 넘치는 이정섭·김영철·박상용·엄희준 검사 등에 대해 감찰 한번 안 하거나 시간만 끌면서 은폐로 일관했다. 이 총장은 심지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물론 불구속기소에도 반대했었다. 윤석열 정권의 첫 검찰총장인 이원석 체제에서 검찰권의 오·남용이 얼마나 극심하게 자행됐는지는 참여연대가 발간한 '윤석열 정부 검찰 보고서' ☜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사IN은 지난해 10월 진행했던 여론조사를 토대로 검찰 집단에 부정적인 국민이 최소 57%, 최대 72%라고 추산했지만 지금은 더 증가했을 게 분명하다.
'살권수'라는 웃픈 광대놀음 끝에 퇴장…"검찰 망친 주요 배역 수행"
'윤석열 사단' 출신인 이 총장은 정권의 충복 역할에 여념이 없다가 막판에 '강직한 검사' 연출에 미련을 못 버렸는지 특유의 슬픈 표정을 머금은 채 '법 앞에 성역도 특혜도 없다' '원칙대로 수사' 타령을 반복했지만 용산에서 코웃음을 치면서 위아래로 발길질을 당하다 맥없이 꼬리를 내렸다. '원칙대로 수사'의 정체가 김건희 씨 공개 소환이나 기소, 또는 대국민 사과 유도도 아니고 단지 '비공개 검찰 소환'을 지시한 게 전부였다는 사실은 더욱 쓴웃음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 이토록 초라한 검찰총장…인사 '패싱'에도 자리에 급급 ☞ 김건희, 무혐의로 가닥…검찰정권의 노리개 이원석
그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 검사들이 신분증과 휴대전화를 뺏긴 채 '여사님 알현'을 한 데 이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는 기본적으로 '친검' 성향 인사들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다 명단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명품가방을 건넨 당사자인 최재영 목사를 배제한 '반쪽짜리' 회의를 강행하는 면죄부 쇼로 끝났다.
그 과정에서 검찰이 얼마나 콩가루 집안인지도 여실히 드러냈는데, 일개 부부장검사까지 "사건을 열심히 수사한 것밖에 없는데 화가 난다"며 항명성 사표를 던지자 검찰총장이 "사직 의사 철회와 복귀"를 당부하고, 이에 해당 검사는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와 처리를 위해" 사표를 취소한 소동은 압권이었다. 결국 이 부부장이 속한 김건희 씨 명품가방 전담수사팀은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와 처리' 끝에 오매불망하던 무혐의 결론을 냈고, '찐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이를 보고받은 이 총장은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뤄졌다"고 만족스럽게 치하했다.
최재영 목사의 기소 여부를 심의할 수심위가 오는 24일에야 열리게 되면서 이 총장은 임기 내에 이 사건을 종결짓지도 못하고 퇴임했다. 하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처리는 언감생심이었다. "(주식 시장에서) 한 번이라도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경우에는 일벌백계로 다스려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겠다"고 했던 그 자신의 큰소리는 늘 그랬듯 자학적 개그였을 뿐이다. 이렇게 이원석 검찰의 '살권수'는 총체적인 엉망진창에 난장판으로 막을 내렸다.
'방구석 여포'로 허장성세를 부리던 이 총장의 비루하면서도 우스운 퇴장은 정치검찰의 일그러진 초상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많은 시민의 뇌리에 각인됐을 것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검찰이 기소청으로 전환하는 등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면 "검찰을 망치는 주요 배역을 수행"한 이 총장의 기여가 재평가될지도 모르겠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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