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세수재추계 결과 발표, 30조 원 세수 결손 예상

경향 “여전히 부자감세 골몰”  조선 “지출을 더 줄여야”

 
▲ 5월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한 관계자가 5만원권을 보이는 모습.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27일자 신문 대다수가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나라살림을 주먹구구로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계획된 예산 집행도 제대로 못 하면서 내수 부진을 더 부채질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6일 세수재추계 결과를 발표하며 올해 국세수입이 337조 7000억 원으로 세입예산(367조 3000억)보다 29조 6000억원(8.1%)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 세수 결손(56조 4000억 원)이 발생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세수 펑크’ 사태가 반복된 것이다.

경향신문은 27일 <2년 새 86조 세수 결손, 부총리 유감 표명으로 끝낼 일인가> 사설에서 기재부가 세수 결손 원인으로 경기 둔화와 자산시장 침체를 꼽은 것을 놓고 “후안무치한 기재부 변명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장기화와 경기 침체를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이 이구동성으로 경고했는데 기재부만 몰랐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를 멈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은 “그러잖아도 경기가 최악인데 정부 지출을 더 줄이면 내수는 어찌 되고, 취약계층 삶은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나라살림이 결딴나고 있는데도 기재부는 여전히 부자감세에 골몰하고 있다. 상속·증여세 인하를 올해 세제개편안에 포함시켰고, 주식투자자 1%를 위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주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27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정부의 추계 능력에 의문을 더졌다. <4년째 세수 오차에 2년 연속 펑크… 가계부도 이렇게 안 쓸 것> 사설에서 “나라살림을 주먹구구로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환율 안정을 위해 쌓아둔 외국환평형기금을 끌어다 쓴 것처럼 결국 기금 돌려막기를 하거나 계획된 지출을 줄이는 ‘예산 불용’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 정부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는커녕 계획된 예산 집행도 제대로 못 하면서 내수 부진을 더 부채질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대규모 세수 추계 실패가 거의 연례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일반 가정도 예상 수입을 꼼꼼히 따져가며 지출 계획을 세우는데, 엉터리 세수 전망을 반복하는 기재부에 나라살림을 맡겨도 되나 싶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정부의 재정 지출을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지출 못 줄이면 만성 재정 적자국 된다> 사설을 내고 “그 와중에도 정부는 지출을 줄이지 않아 재정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병사 월급 165만원 인상, 0세 아동 부모 급여 월 100만원 지급, 노인 기초연금 33만4000원으로 인상 등 총선을 앞둔 선심 지원책이 대거 포함됐다. 세수 결손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방만한 씀씀이를 계속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국회에 제출된 2025년 예산안까지 포함하면 집권 3년간 국가 채무가 210조원 증가해, 문재인 정부 5년간 400조원 불어난 것과 비슷한 추세”라며 “문 정부는 세수 풍년 속에서도 방만한 씀씀이로 천문학적 적자를 냈고. 윤 정부는 세수 부족에 맞춘 지출 다이어트에 소홀한 결과”라고 했다.

 

▲ 27일자 한겨레 사설.

 

세수 결손 사태를 정부 선에서 해결하지 말고 국회와 협의를 통하라는 주문도 나온다. 한겨레는 <또 대규모 세수 펑크, 편법 말고 국회와 협의해야> 사설에서 “이번 정부는 국채는 발행하지 않겠다고 하니 지출 구조조정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민생에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라며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와 협의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기금 여유재원 등을 활용하겠다는 기재부의 대응에 대해 한겨레는 “세수 펑크를 이유로 재정의 역할을 스스로 축소하겠다는 것”이라며 “또 여야가 합의해 결정한 예산을 행정부가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국회 예산심의권에 위배되고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국채를 발행하든 지출 구조조정을 하든 국회와 사전 협의하고, 심의를 받아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 박재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