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교사 혐의에 3년 구형, 양형 기준상 또 최대치
'이재명 제거' 정치적 목적 드러내는 데 거침없어
실제 통화 내용엔 검찰 주장 뒤엎는 정황 수두룩
'검사 사칭' 최철호 PD도 '소 취하 이면협의' 증언
김진성 "그때 사실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였다"
"당시 분위기를 변론요지서에 잘 쓰셨더라"고까지
이재명 "사실대로 진술" 취지로 30분간 12번 당부
민주 "김진성, 알선수재 등 혐의로 검찰에 포획돼"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소위 '위증교사' 혐의를 이유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위증 범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 기준상 최대치다. 며칠 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도 최대치인 징역 2년을 구형하더니 맛을 들인 모양새다. 검찰은 이 대표 사건들 중에서 그나마 가볍다는 혐의를 두고 벌써 징역 5년을 구형함으로써 '이재명 제거'라는 정치적 목적을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는 모습이다.
검찰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불법과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 대표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보안성을 의식해 텔레그램을 통해 주도면밀하게 접근했고 수험생에게 답변을 제공해 만점을 받게 한 것처럼 증인신문 전날 변호인을 통해 (위증 내용을) 숙지하게 했다"며 "동종 유사 사건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위증 범죄는 실체적 진실 확인을 방해하며 사법 질서를 교란해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중대 범죄"라면서 "유권자의 합리적 평가에 중요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사항에 대해 거짓말을 반복하고 이를 다시 은폐하기 위해 위증을 교사해 민주주의의 근간이 본질적으로 침해됐다"고 했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 22∼24일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전화해 '검사 사칭 사건' 관련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위증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대표는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으로 당시 김 전 시장을 취재하던 KBS 최철호 PD와 짜고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돼 2004년 12월 벌금 150만 원을 확정받았는데, 이후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TV토론에서 이에 대해 '누명을 썼다'고 발언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또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혐의다.
검찰은 "이 대표는 김 씨가 '어떤 취지로 해야하는지 말해달라'고 하니 변론요지서를 보내겠다고 했다"며 "본 재판에서 김 씨는 이 대화와 관련해 '기억대로가 아니라 이 대표가 주장한 대로 증언해 달라고 했던 것'으로 증언, 노골적인 위증교사 행위가 확인된다"고 했다.
그러나 통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와 김진성 씨의 녹취록 전체를 보면 검찰 공소 사실은 무리수이거나 조작된 의혹이 짙다. 두 사람은 대화 초기부터 '검사 사칭 사건' 처리와 관련해 성남시와 KBS 간부들 사이에 이면 협의가 있었던 사실을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통화 초반 "이재명이가 이렇게 (KBS PD의 검찰 사칭 취재를) 사주해가지고 하라고 그래서 했다, 이렇게 모으니까 자기(KBS) 책임을 싹 가린 거지. 모두가 그렇게 이해관계가 일치했던 거예요. (중략) 김병량 시장은 거의 강요당한 사건이잖아. (중략) 검찰도 나를 좀 (손)봐야 되고 또 성남시도 그렇고 KBS도 그렇고 전부 다 이해관계가 일치되는 나한테 덮어씌우면 도움이 되는 사건이었던 거예요"라고 말하자, 김진성 씨는 "그때 분위기는 사실은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라고 맞장구쳤다.
김 씨가 당시 상황에 대해 떠올리자 이 대표는 "그러니까"라고 말한 뒤 "그런 얘기들을 좀 기억을 되살려서 (중략) 그래도 어쨌든 우리 (김병량) 시장님 모시고 있던 입장에서 그래도 이렇게 좀 전체적으로 한번 얘기를 해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중략) 변론요지서를 하나 보내드릴게요"라고 전했다. 즉, 이 대표가 기억에 반하는 증언을 김 씨에게 강요하려고 변론요지서를 보낸 게 아니라, 떠오른 기억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보낸 것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씨가 "(변론요지서에) 한번 맞춰서"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기억에 안 나는 걸 말할 필요 없다"고 당부하는 내용이 녹취록에서 확인된다. 김 씨가 "그렇게 (변론요지서) 보고 인지한 상태에서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는지"라고 하자 이 대표는 "우리 김 비서관이 안 본 거 그런 얘기할 필요는 없는 거고 그쪽 시장님 쪽이 어떤 입장이었는지 그런 거나 좀 한번 상기해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후 김 씨는 변론요지서를 검토한 뒤 다시 이 대표와의 통화에서 "그 (당시) 분위기를 (변론요지서에) 잘 쓰셨더라고요"라고까지 말했다. 김 씨의 기억에 반하는 내용이 변론요지서에 담겼다면 김 씨가 할 수 없는 발언이다.
이 외에도 이 대표는 김 씨와의 대화 과정에서 기억과 다른 증언을 요구하기는커녕 김 씨에게 10여 차례 "기억을 되살려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대표는 "KBS 측하고 성남시청 쪽이 일종의 협의를 한 거 그 부분을 좀 기억을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KBS 측은 자기들 책임을 좀 줄여야 하고 혹시 그거 기억해요?" "그런 얘기들을 기억을 되살려서 혹시 기회 되면 그때도 그런 뉘앙스 그런 분위기 때문에" "한번 얘기를 해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생각을 되살려봐 주시고" "내가 변론요지서를 하나 보내드릴게요. 우리의 주장이었으니까 한번 기억도 되살려보시고" "당시 그래서 제가 그때 들은 얘기로는 최철호 PD한테는 고소 취하해준다고 약속을 미리 했었다는 거고 그거 기억하세요?" 등의 언급을 했다.
나아가 최철호 PD도 2002년 '검사 사칭' 사건 재판에 나와 김병량 성남시장 측과 KBS 사이에 이면 협의가 있었던 사실을 직접 증언한 바 있다.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가 입수한 당시 재판 기록에 따르면, 최 PD는 "담당 국장과 부장이 면회를 와서 처벌을 완화하려고 하면 시장의 소 취하가 필요하다고 하였고 소 취하를 얻기 위해 회사가 노력을 했고 제가 듣기로는 시장이 약속을 해줬다고 들었다. 제가 듣기로는 고발자가 소 취하하면서 정상이 참작된다고 들었다. 그렇게 알고 저희 담당국장이 시장을 만났고 시장이 그런 약속을 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이날 검찰 구형 전 피고인 신문에서 김진성 씨에게 위증을 교사한 것이 아니라 있는 대로 말해달라는 취지였다고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다. 이 대표는 "김 씨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고민도 없이 (즉각) '모른다'고 말한 것은 '아 이 사람이 말 안 하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김 씨는 상의를 한 것은 맞는데 상대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취지였기 때문에 '직접 경험한 것을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말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 씨에게 전화한 것에 대해서는 "우아한 전과도 아니고 검찰 사칭을 했다는 자존심 상하는 비난을 이번 기회에 밝혀보려고 했던 것"이라며 "(김 씨의 법정 증언도) 사실 하나 마나 한 증언이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번 위증교사 사건의 단초가 된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과 관련한 검사 사칭 사건은 김병량 전 시장과 KBS 사이에 자신을 주범으로 몰려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계속했다. 그는 "김병량 시장이 저를 워낙 미워했고 여기 계시는 검찰도 저를 많이 미워했다"면서 "전체적으로 이해관계가 일치됐던 상황"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2004년 (검사 사칭 사건) 유죄 판결이 억울하냐'고 묻자 "여전히 그렇다"며 "제가 방조면 모르겠는데 어떻게 주범이 될 수 있느냐"고 답했다. 대법원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냐는 검찰 질문에는 "인정을 안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판결이 진리를 쓴 성경도 아닌데 억울하다는 말도 하면 안 되느냐"고 쏘아붙였다.
검찰 구형 직후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위원장 한준호)는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나치 괴벨스보다 더 악독한 괴물' '검폭' 등으로 표현하며 격렬한 어조로 규탄했다. 간사인 박균택 의원을 비롯해 정준호‧이건태‧김남희‧백승아‧박지혜‧이용우‧민형배‧양부남‧박선원 등 대책위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악마의 편집으로 공소장을 조작한 정치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며 "이 사건은 이재명 대표가 2002년 시민운동가로서 '분당파크뷰 특혜 분양 부정부패 사건'을 고발하는 과정에 발생한 일로 부패한 권력과 야합한 언론에 의해 부당하게 피해를 당한 것이 출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는 '기억을 되살려 사실대로만 진실을 이야기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30여 분 동안 12번이나 한다. 이는 2분 30초마다 한 번씩 귀가 따가울 정도로 말한 것"이라며 "검찰 주장과 달리 대화 내용 어디에도 위증·교사는 없다. 그런데 검찰은 일부분만 악의적으로 편집해서 맥락을 왜곡해 공소장을 조작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의 조선총독부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아니'를 빼버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의 조선총독부 대통령이다"라고 날조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오늘 검찰은 '내게 한 문장만 달라. 그러면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독일 나치의 괴벨스보다 더 악독한 괴물이 되고 말았다"고 비유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병량 전 성남시장과 KBS 사이에 나를 주범으로 몰기 위해 고소 취소를 하기로 협의했다'는 내용을 위증·교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철호 PD는 2002년 법정에서 "고소 취소 약속을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2002년 당시 성남시와 KBS 간에 고소 취소를 협의한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인 것이다. 더구나 위증의 실행자라는 증인 김 씨는 "고소 취소 협의를 할 때 주범으로 몰기 위해 한 것이냐"는 질문에 "김병량 시장의 성품상 그런 취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오히려 반대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이 같은 점을 근거로 대책위는 "위증의 내용 자체가 없다"면서 "검찰이 억지 기소를 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당초 김 씨는 "사실대로 증언한 것이다"라고 진술했지만, 검찰 조사가 거듭되면서 검찰 주장과 동일하게 말을 바꿨다. 김 씨의 진술이 180도 바뀐 배경이 뭘까. 이를 두고 대책위는 "김 씨는 정치검찰의 거미줄에 걸린 나비 신세나 다름없다"고 짚었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 씨는 현재 사기·알선수재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사건이 3건이다. 한 건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음에도 검찰은 조사 한 번 않고 무혐의로 처리한 반면, 백현동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다른 공범의 2심 재판이 끝났는데도 아직도 기소 자체를 하지 않고 있으며, 위증죄에 대해서는 공판이 사실상 종료된 지 한참 지났는데도 구형을 하지 않고 있다.
대책위는 "정치검찰이 조작한 사건들은 어김없이 회유·협박과 형량 거래 의혹이 따라 붙는다"면서 "대장동의 유동규, 대북송금의 김성태와 안부수, 백현동의 정바울, 위증교사의 김 씨가 그렇다"고 조목조목 제시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기소가 늘 그랬듯이 위증교사 사건에서도 검찰이 증언을 오염시키고, 모해위증을 일삼으며, 범죄자들과 형량을 거래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책위는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기억 환기'를 부탁한 대화를 편집해 '위증교사'로 둔갑시키고, 한 적도 없는 증언을 위증이라면서 이를 교사했다고 기소했고, 교묘하게 편집‧발췌한 녹취록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등 오직 '이재명 죽이기'에만 골몰한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아울러 이 사건은 위증교사 여부를 떠나 검찰청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시행령에 근거해 수사하고 기소한 사건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범죄 성립의 실체를 따지기 이전에 처음부터 법률을 위반한 공소 제기이거나, 적어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수사하고 재판한 사건에 해당해 원천 무효라는 것이다.
대책위는 "이재명 대표 수사에 동원된 검사가 70여 명이고, 현재 재판에 참여 중인 검사가 57명(중복 포함)이다. 김건희 여사 앞에서는 '콜검'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비루한 모습을 보이면서, 제1야당 대표에 대해서는 '검폭'의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정치검찰의 법률 잣대는 윤석열과 김건희라는 큰 물고기는 빠져나가고 반대편은 옭아매는 불공정한 엉터리 법망"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열한 정치보복과 대선 후보 등록을 막기 위한 치졸한 공작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며 "법원은 위증교사와 모순되는 대부분의 말을 고의로 삭제해 공소장을 조작하고 불법·불공정한 수사를 일삼은 정치검찰을 엄히 꾸짖어주시기 바란다. 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믿는다. 사필귀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 C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 중 동' 포함 언론들 "특검법 부결이 끝이 아냐, 김건희 리스크 털고가야" (0) | 2024.10.04 |
---|---|
민주당 박찬대 “특검 반대는 ‘김건희가 범인, 국힘이 공범’이란 고백” (0) | 2024.10.04 |
윤석열-한동훈 ‘배신의 정치’ 단계 진입?…여권 “공멸 막자” 경고등 (0) | 2024.10.04 |
윤 정부 2년 연속 ‘세수 펑크’… 동아일보 “가계부도 이렇게는 안 써” (0) | 2024.09.28 |
탄핵 열기에 물붓기?…경찰, '눈엣가시' 촛불행동 돌연 압수수색 (0) | 2024.09.27 |
극우단체의 반란… 조선일보에 "윤석열 물러나라" 광고 (0) | 2024.09.26 |
‘빈손 만찬’…‘불통’ 윤 대통령에 여권 공멸 위기감 표출 (0) | 2024.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