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그 어느 때보다 대담해져
비핵화·남북통일 테이블서 내려놔”
한반도 전쟁 위험이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이후 가장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주역이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 등도 지난 1월 이런 주장을 한 바 있다.
미국 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스팀슨 센터 로버트 A. 매닝 연구원은 7일 포린어페어에 기고한 ‘또 다른 한국 전쟁의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제목의 글에서 “푸틴의 지원과 중국의 무관심 속에서 핵과 미사일이 발전하면서 김정은이 그 어느 때보다 대담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비확산센터의 수석 전략가, 국가정보위원회 전략미래그룹의 장기 에너지 및 지역·글로벌 문제 담당 국장, 국무부 수석고문 등을 지냈다.
매닝 연구원은 지난 1월 북한 권위자인 로버트 칼린 미들베리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과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북한 전문매체 ‘38 노스’ 공동 기고에서 한반도 상황이 한국전쟁 직전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고 경고한 점을 언급하며 “과장된 표현일 수 있지만,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 한반도는 1950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고 불안정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근거로 1992년 이후 북핵 외교의 핵심 가정을 무효로 한 ‘2019년 이후의 세 가지 전략적 변화’를 꼽았다. 그가 첫번째로 꼽은 건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021년 주요 핵 및 미사일 증강 5개년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런 전략적 태세의 변화는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미국의 확장 억제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한국의 독자 핵무기 보유 욕구를 부추기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평양의 지정학적 전략 재조정은 두번째 변화로 꼽혔다. 그는 “김정은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한 강대국 사이에서의 균형전략’이라는 오랜 목표를 버렸다. 이는 30년간의 북핵 외교 논리의 근간이었다”고 밝혔다. 대신 북한은 중국·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해 미국에 대항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난 1월 김정은 위원장이 통일 정책을 포기하고 한국을 ‘주요 적’으로 선언한 점을 꼽았다. 그는 “적어도 지금은 김정은이 비핵화와 남북통일을 모두 테이블에서 내려놓았다”며 “이제 한국 문제는 제로섬의 강대국 경쟁에 깊숙이 박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간의 경쟁의 일부로서 한쪽의 이익이 다른 쪽의 손실로 직결되는 제로섬 게임의 상황에 놓였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중국·러시아가 미국과 협력해 6자 회담에 참여하던 때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김정은은 푸틴의 지원과 중국의 무관심 속에서 자신의 핵 및 미사일 무기고가 발전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대담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쟁 발생 가능 시나리오로 ‘엔엘엘(NLL)’과 ‘연평도’를 지목했다. 그는 “김정은이 지난 1월 연설에서 엔엘엘 경계 문제를 언급했다. ‘한국이 우리 영토의 0.001mm라도 침범하면 이는 전쟁 도발로 간주될 것이다’라고 말했다”며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군사 훈련을 비난한 후, 포격을 가하고 연평도에 병력을 상륙시키는 건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는 “연평도에서 전투가 벌어질 때 북한이 인근 무인도에 전술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며 “미국이나 한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하면서 확전의 위험을 감수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의 행동을 감쌀지, 미국과 협력할지 알 수 없다”며 “현재 미국과 한국은 평양과 외교적·군사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이 없다. 쉽게 통제 불능 상태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거나, 중국과 북한이 각각 대만과 한국을 동시 공격할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그는 “핵을 보유한 3~4개 국가가 갈등에 휘말리는 상황은 인류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현재의 국제정세를 고려하면 현실적인 위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당장 일어날 가능성은 적지만, (현재 상황이) 향후 6개월에서 18개월 이내에 평양이 극적인 행동을 취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 김원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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