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일 최고인민회의서 개헌... 김정은 불참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7~8일 제14기 11차 회의를 열어 “사회주의 헌법의 일부 내용을 수정보충(개정)”했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안한 기존 헌법의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표현 삭제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고인민회의는 남쪽의 정기국회에 해당한다.
이날 노동신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가 10월7일부터 8일까지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회의에서 △사회주의 헌법 일부 내용 수정 보충 △경공업법·대외경제법 심의채택(제정) △품질감독법 집행검열감독 정형(경과) 결정서 채택 △조직문제(인사) 등 다섯가지 의안이 처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16일 노동신문이 보도한 ‘최고인민회의 소집에 대한 공시’로 예고된 의안·시기와 내용이 같다.
그런데 정작 외부 세계의 최대 관심사인 기존 헌법의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동족’ 문구 삭제, ‘남쪽 국경선’ 헌법 명기 여부 등이 이날 노동신문 보도문만으론 확인되지 않는다. “사회주의 헌법 일부 내용 수정보충”과 관련해 노동신문이 공개한 내용은 ‘노동·선거 나이 수정’이 전부다. 신문은 “사회주의 헌법 일부 내용 수정보충” 의안 보고자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제를 실시함에 대한 최고인민회의 법령이 채택된 후 고급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의 나이가 올해부터 달라지는데 맞게 공화국 공민의 노동하는 나이와 선거 나이를 수정하는 내용이 해당 의안에 반영”됐다고 밝혔다고만 전했다. 기존 헌법은 16살 미만 소년 노동 금지(31조)와 “17살 이상 모든 공민의 선거할 권리와 선거받을 권리”(66조)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에 따른 졸업 나이에 맞춰 더 높였다는 뜻이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15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공화국의 민족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 헌법에 있는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돼야 한다”며 “다음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돼야 한다”고 개헌을 제안했다. 이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지난 9월15일 14기 32차 전원회의를 열어 이번 회의에서 ‘사회주의 헌법 수정보충’ 문제가 의안으로 다뤄진다고 예고한 터다.
그러나 정작 개헌을 제안한 김 위원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첫날인 7일 ‘김정은국방종합대학’ 창립 60돌 행사에 참석해 축하 연설을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 연설에서 “이전 시기에는 우리가 남녘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두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대한민국)를 의식하지도 않는다”며, 남북관계를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재정립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번에 개정된 새 헌법에 ‘적대적 두 국가 관계’가 반영됐는지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두 갈래 경우의 수를 상정할 수 있다. 우선 김 위원장을 포함해 조용원·리일환·김여정 등 노동당과 군 수뇌부 다수가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한 사실에 비춰 ‘적대적 두 국가 관계’ 헌법화가 예고와 달리 이번에 실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 헌법화를 실행하고도 공식 발표를 미뤄두고 있을 가능성이다.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보다 정치적 상징성과 비중이 훨씬 높은 조선노동당의 창건 79돌 기념일인 10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경축 행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언급을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회의에선 2018년 ‘9·19 군사분야 합의서’ 북쪽 서명 당사자인 노광철이 국방상에 다시 임명됐다.
한편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국방과학원이 8일 “제2경제위원회 산하 국방공업기업소들에서 생산되고 있는 240㎜ 조종방사포탄의 검수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방사포’는 다연장로켓포의 북한식 표현인데, 240㎜ 방사포는 남쪽의 수도권을 겨냥한 무기체계다. < 이제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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